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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권작가</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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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title>권분자의 브런치입니다.</sub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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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19-12-09T20:52:02Z</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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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백지를 서성이며 / 권분자</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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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9T22:00:03Z</updated>
    <published>2026-10-09T22:00:03Z</published>
    <summary type="html">백지를 서성이며  권분자   종이 위를 기어가는 문장의 다리를 따라잡다가 나는 수십 번이나 텍스트의 숲에서 길을 잃었다  남들은 시계태엽처럼 딱 맞춰 내리는 정류장에서도 나는 늘 조절이 고장 난 잡념들로 미처 내리지 못하거나 끝내 내리지 않거나 내릴 의지조차 없었다  지연된 시간의 여백에는 지도에도 없는 유령의 마을이 나타나 나를 향해 말을 건네곤 했다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8Xou%2Fimage%2FQYAChdEmjl9Hrh2zG6F4O0xq-8c.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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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지상철 / 권분자</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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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2T22:00:09Z</updated>
    <published>2026-10-02T22:00:09Z</published>
    <summary type="html">지상철  권분자   일탈이라는 이름의 궤도를 달리는 철제 파충류 시간을 사각사각 갉아먹는 바깥 풍경에는 내 머릿속에서 뻗어 나온 온갖 잡념의 나뭇가지가 가로수의 방향을 자꾸만 바꾸어놓는다 눈꺼풀이 아래로 떨어질 때마다 시간은 한 토막씩 사라지고 헐렁해진 마디마디는 바람에 이끌려 덜커덩거린다 비명을 지르며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유성처럼 내려야 할 정거장 궤도&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8Xou%2Fimage%2FHXd3ePaHWyNZ4HG_ucAuPpnSWYE.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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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허수아비 / 권분자 - 산문</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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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8T21:00:02Z</updated>
    <published>2026-09-28T21:00:02Z</published>
    <summary type="html">허수아비  권분자   창문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보는데, 참 씁쓸하다. 오랜 세월 허수아비처럼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겉으로는 집안을 지키는 든든한 기둥처럼 보였을지 모르지만, 내 안은 채워지지 못한 것들로 인해 텅 비어버린 듯하다. 가족은 모두 내가 강한 줄 안다. 악착같이 살아가는 모습을 봐왔기 때문이겠지만, 사실은 비바람을 막아내느라 온몸이 너덜&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8Xou%2Fimage%2FE8IMUwhcYUhMgDo1fM7e7u1Hdws.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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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욕망의 좌표 / 권분자 - 산문</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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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1T21:00:03Z</updated>
    <published>2026-09-21T21:00:03Z</published>
    <summary type="html">욕망의 좌표  권분자   아침 일찍 도로에 나왔다.&amp;nbsp;차가운 공기가 신선하게 폐부를 채우는 시간, 횡단보도 앞에 서서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렸다. 곁에는 개 한 마리를 데리고 나온 여자가 서 있었다. 무심코 힐끗 바라보니, 개는 여자가 가려는 방향과 반대쪽으로 끊임없이 목줄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amp;quot;개도 자기의 생각이 있나 봐요?&amp;quot; &amp;quot;그럼요.&amp;quot; 나의 물음에 여&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8Xou%2Fimage%2Fg3SQ6pI-VG4-AETmqB2DhIPt45I.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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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인형 / 권분자</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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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0T21:00:06Z</updated>
    <published>2026-09-20T21:00:06Z</published>
    <summary type="html">인형  권분자   무명한복 입고&amp;nbsp;갈래머리에 코고무신 신은 나는 언제나 소녀를 꿈꾸는데 어디서 방부제 냄새가 난다.  며칠 째 불면인 내 머리맡에, 유리 덮개의 시간에 갇힌 저 여자! 실눈 뜨고 무수히 발길질 한다.  폭탄세일하는 매장 귀퉁이에서 파마머리로 뽀글거리다가 달동네 오르는 내 뱃살이 무거울 때, 코를 벌름거리며 골목길 지나온 내 장바구니를 살핀다.&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8Xou%2Fimage%2FJpCpzlEAIjiw3RgNIH146amsASI.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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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한가위 / 권분자 - 담쟁이는 영화관 스크린이다3</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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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18T22:00:07Z</updated>
    <published>2026-09-18T22:00:07Z</published>
    <summary type="html">한가위  권분자   여자는 남자와 무선 통화중 ​ 청소년 수련원 계단 가을국화 위에 뜬 보름달은 입술 닿지 않은 술잔이다 ​ 두 시간째 쓰르륵 쓰르륵 쓰르라미는 분수대에서 떨어지는 물과 통화중 ​ 단풍잎 뒷편 달라붙은 풀벌레는 바람에 위태롭다 한다 ​ 힐끗 올려다보는 가을 부푼달 아래서는 국화도 쓰르라미도 단풍잎도 비밀 다 들어내듯 중력 없는 시간이다 ​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8Xou%2Fimage%2FcwW3_VYIIrJI3xELcMCb0Crbvec.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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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노년이라서 / 권분자 - 산문</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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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13T21:00:22Z</updated>
    <published>2026-09-13T21:00:22Z</published>
    <summary type="html">노년이라서  권분자   운동하러 나온 할머니 한 분이 맞은편에서 천천히 걸어왔다. 가까워질수록 걸음의 간격을 좁히며 내 얼굴을 찬찬히 살피더니, 이내 반갑다는 듯 인사를 건넸다. 그러고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쑥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amp;ldquo;아!&amp;nbsp;아는 사람인 줄 착각했어요.&amp;rdquo; 아는 사람인지 아닌지 자신도 헷갈렸다는 것이다. 오래 살다 보면 얼마나 많은 얼굴을 만나&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8Xou%2Fimage%2FAwLPIDTZ593J6x4-EKUFkW-Nps4.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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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불면증 / 권분자 - 산문</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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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19T21:03:16Z</updated>
    <published>2026-08-19T21:03:16Z</published>
    <summary type="html">CCTV는 불면증  권분자   잠들지 못하는 나는 창가에 서서 도시의 골목을 바라본다. 편의 점, 가로등, 길고양이, 패지를 줍는 할머니까지 모두 불면을 앓는다. 우리 모두는 망각을 잊은 병을 앓는 걸까. 삭제한 메시지조차 복구하는 불면증은 눈을 감지 못하는 게 아니라 계속 재생되는 장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일인지 모른다. 나는 새벽까지 스스로 CCTV가&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8Xou%2Fimage%2F_Li1MffGeQ_7ujojzZQF_-w4ETk.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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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능소화 / 권 분자</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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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13T20:56:25Z</updated>
    <published>2026-07-26T21:00:01Z</published>
    <summary type="html">능소화  권 분자   어젯밤 골목에서 접수받은 사건이란 눈 빤히 뜨고도 당했다는 왕벌의 고백이다 화가 치밀은 먹구름이 지붕과 지붕 사이로 난 골목을 다 적실 무렵 그녀는 울음보 터지기 직전 당한 사실을 감추고 싶어하는 여왕벌 비 때문에 이리저리 무거워져버렸다 사건의 발단은 꽤나 짙게 뿌려댄 향수가 원인이다&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8Xou%2Fimage%2FqgSFLtBVjlu5OSHrJ-ytDDQb02I.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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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굿당 별곡 / 권분자</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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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7-19T21:00:02Z</updated>
    <published>2026-07-19T21:00:02Z</published>
    <summary type="html">굿당 별곡  권분자   늦가을 잠자리처럼 꼬리 붉힌 여자는 망초꽃을 징검돌인 듯 밟는다  오래 앓은 상사의 눈빛으로 굿당 마당을 휘젓고 다닌다  발끝이 금줄 넘을까봐 벼랑 가로막는 새끼줄에서도 한숨처럼 오색 천 조각 틀어쥐더니 방울에 들어가 바람으로 부서지는 잠자리  무릎높이에서 꺾이는 노파의 휘파람 절정의 여자 알몸은 흰 천 덮인 석대에 얹혀 반듯한 수평&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8Xou%2Fimage%2FyCh44zfxxeYo96qn_WAuprhm6_w.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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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당산카페 / 권분자</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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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7-12T21:00:06Z</updated>
    <published>2026-07-12T21:00:06Z</published>
    <summary type="html">당산카페  권분자   수령 깊은 당산나무가 도심 속 빌딩 로비 영상간판에 걸어 들어왔다  오색 불빛 띠 몸에 두르고 바이러스 감염자 통계 알리미 띠까지 두르고 빙글빙글 돌고 있다  젊은 남녀들 소원 댓글 쏘아올린다  이 외관을 잘 기억해 두시오. 이끌리는 대로 걸어가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질 수 있소. 당신이 웅크리던 악행의 골목보다 더 잔인한 골목을 이&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8Xou%2Fimage%2Fag4tNxnVcaeAWtj8McQBeZIG1HQ.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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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달팽이 / 권분자</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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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7-05T21:00:05Z</updated>
    <published>2026-07-05T21:00:05Z</published>
    <summary type="html">달팽이  권분자   거리에 나이 든 노숙자가 지나간다 비에 젖은 콘크리트 냄새가 구겨진 옷자락과 함께 질질 끌려간다 손수레 위에는 해진 담요, 찢어진 가방, 부러진 우산, 이름 모를 빈 깡통들이 서로의 옆구리를 치며 짧은 쇳소리로만 말한다 사람들이 그를 스쳐 지나가며 잠깐 연민의 눈길을 보내지만, 그의 얼굴은 그 누구의 시선에도 메이지 않은 채 언젠가 몸을&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8Xou%2Fimage%2Ffa16uzsDGThb9yYzlJYlyRCw8E4.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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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수석(壽石)의 기억 / 권분자 - 산문</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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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7-01T21:00:05Z</updated>
    <published>2026-07-01T21:00:05Z</published>
    <summary type="html">수석(壽石)의 기억  권분자   창가에 놓인 수석을 바라보면 마치 수백 년의 시간을 압축해 놓은 구시대의&amp;nbsp;&amp;lsquo;천연 메모리&amp;rsquo;&amp;nbsp;같다. 한 시대가 품은 손바닥만 한 서사는 기묘한 역설로 오래 바라볼수록 우묵한 웅덩이거나,&amp;nbsp;밤하늘의 달 같다. 물이 달을 비추는 것인지,&amp;nbsp;달이 물을 품은 것인지도 모호하다. -아니야 한 시절을 겹겹이 두른 채,&amp;nbsp;홀로 고요할 뿐이야. 그&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8Xou%2Fimage%2Ff123dzkXi2t6DXSSsWwBFL_FGis.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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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구르고 싶은 눈알도 있다 / 권분자</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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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6-29T07:55:17Z</updated>
    <published>2026-06-29T07:55:17Z</published>
    <summary type="html">구르고 싶은 눈알도 있다  권분자  옥탑방 먼지 속에 혼자 있던 토끼인형, 등판의 태엽은 풀릴대로 풀려 있다.  누구도 감아주지 않아 미끄러지는 상상, 펴보지 못한 무릎관절도 녹슬었겠다.  매일 길을 나섰으면서도 늘 갈 곳이 막연해지는 나도 알고 보면 토끼인형.  어깨에 진종일 늘어지는 햇살 걷어내고, 오늘은 뭔가 결의를 도모한 듯, 내 등의 태엽 감아줄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8Xou%2Fimage%2Fc3lscma0fD9ZQuSpI3RB4osz2bg.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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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혼술 / 권분자 - 산문</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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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6-19T01:46:08Z</updated>
    <published>2026-06-19T01:33:08Z</published>
    <summary type="html">혼술  권분자   베란다의 작은 테이블 위에 잔 하나를 꺼내 놓고, 나는 허공에 떠 있는 달에게 조용히 또 하나의 잔을 건넨다. 오늘은 오래 미뤄두었던 나와 내가 만나는 날이다. 잔을 채우고 나서야, 비로소 내 안의 소란이 얼마나 크고 아팠는가를 깨닫는다. 오늘의 피로는 소소한 노동에서 온 것이 아니라 끝도 없이 갱신되는 알림과 지워도 다시 떠오르는 기억들&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8Xou%2Fimage%2F5l-G69LjN4gN6vCk3yVH30vqlmA.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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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역삼각형 / 권분자 - 산문</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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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6-03T21:00:02Z</updated>
    <published>2026-06-03T21:00:02Z</published>
    <summary type="html">역삼각형  권분자   그녀를 보면 가끔씩 안정감 있는 정삼각형이 아니라,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롭게 뒤집힌 역삼각형처럼 느껴진다. 하루가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가 버리는 예순의 나이에도 그녀는 해야 할 집안일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있다. 나름 효율적으로 잘 살아간다고 믿겠지만, 문득문득 삶의 중심이 흔들리는 게 내 눈에는 보인다. 돌이켜보면 그 흔들림은&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8Xou%2Fimage%2FPwAZuxpr4AEPAR-WUXFcV8p2Zxc.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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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무명의 자리 / 권분자</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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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5-31T21:00:15Z</updated>
    <published>2026-05-31T21:00:15Z</published>
    <summary type="html">무명의 자리  권분자   어질게 엎드릴 골짜기가 내가 사는 복현동이었구나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이 내 마음 같지 않다고 해서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내지는 않아 막힌 문제는 천둥 같더라도 맞서기보다는 낮추거나 엎드려야해  도심의 중심에서는 밀리고 살아도 바보촌뜨기라고 비웃어도 슬픔도 곧 전설이 될 수도 있도록 응어리마저 가슴에 품어보는 거지  골짜기에 엎드&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8Xou%2Fimage%2FcbbHcwNZ5TuXx9QLAsr2nZ4ZQ7U.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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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감자 / 권분자 - 산문</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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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5-27T21:00:03Z</updated>
    <published>2026-05-27T21:00:03Z</published>
    <summary type="html">감자  권분자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데 기괴한 덩어리가 보인다. 그것은 연꽃 씨방 같기도 하고,&amp;nbsp;오래된 벌집이나 심해의 산호처럼 보인다. 가까이 들여다보자 표면 곳곳에 작은 눈알이 박혀 있다. 눈알은 각기 다른 방향을 바라보며 느리게 깜빡인다. 눈알은 나를 감시한다기보다 무언가에 깊이 몰입해 있다. 마치 내 몸 어딘가에서 오래된 게임을 계속 플레이하고 있&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8Xou%2Fimage%2FKvtkmd5hssGdoLNGJMmuXJw0bGI.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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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돌탑 / 권분자</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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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5-22T08:37:31Z</updated>
    <published>2026-05-22T08:37:31Z</published>
    <summary type="html">돌탑  권분자   선해서도 악해서도 아니야 옳고 그름도 아니야 서로가 서로에게 등 돌리고 지나간 길엔 온갖 추측이 쌓는 탑 싸늘한 게 아니라 삭막해 적막이 아니라 더 막막해 초연은 절대 아니야 괄호가 괄호 안에 대충 옮겨진 것 같지만 지울 수 없어 반복되는 추가 각각 다르게 모가 난 돌들이 하늘을 찌르는 에피소드&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8Xou%2Fimage%2FcbbrdFnlcmaTGOoug5N1txHSXxM.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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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나무의 발치 / ​​권분자</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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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5-19T23:12:58Z</updated>
    <published>2026-05-19T23:12:58Z</published>
    <summary type="html">나무의 발치  권분자 ​  껴안았다가 풀어 주고, 풀어 놓았다 다시 껴안는 내 사랑 이야기는 소소해서 플라타너스 가지들에게는 조금만 들려주기로 했다  저만큼 떨어져 시큰둥한 기둥처럼 서 있는 당신에게 간결하다고 나쁠 것 없는 문장, 민들레인 내가 피운 꽃씨는 나무의 발치로 날아가 발등을 덮는다  그렇게 반경에 감옥처럼 꽃밭을 만들어 놓고도 사각의 틀을 떠나&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8Xou%2Fimage%2FQ12mKVGbLTtHLft8yxTTQdXg4NY.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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