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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한봄일춘</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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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title>글 쓰는 사람 /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온몸으로, 글로 해석합니다.</sub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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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19-02-09T06:54:44Z</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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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가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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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7T03:04:12Z</updated>
    <published>2026-09-27T03:04:12Z</published>
    <summary type="html">어제보다 가을이 가까이 왔다  눈앞에 펼쳐진 공간과 공간 사이  바람의 시간이 흐르고, 햇살의 시간이 흐르고, 한강의 시간이 흐른다  저마다 저마다의 속도로 흐른다  이젠, 주어진 계절대로 살기보다 내 의지대로 계절을 선택할 수 있는 나이가 됐건만&amp;hellip;  그래도  이 가을, 마음이 되똑 되똑 흔들린다  어제보다 가을이 가까이 왔다 사륵 사륵&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7igs%2Fimage%2F7w4Yhw-SH2h9D8MvuzTwYyY2gRY.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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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에필로그</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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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16T10:00:01Z</updated>
    <published>2026-09-16T10:00:01Z</published>
    <summary type="html">여행은 앞으로 가는 일이라고 믿어 왔다. 그런데 어떤 길은 걸음을 옮길수록 오히려 더 오래된 시간으로 사람을 데려간다. 강원도 인제로 향하던 그날, 우리는 분명 북쪽으로 가고 있었지만, 마음은 오래전의 한 계절로 다시 돌아가고 있었다. 굽이굽이 이어진 산길을 따라 차는 천천히 올라갔다. 아침 햇살이 능선 위로 비치고 7월의 초록이 반짝이는 풍경이 이어졌다.&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7igs%2Fimage%2FP4I7se3Ww060kfXS4-XqXoW74cE.png" width="478"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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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문밖에 남은 어른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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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15T10:00:01Z</updated>
    <published>2026-09-15T10:00:01Z</published>
    <summary type="html">새벽의 도로는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은 사람의 얼굴처럼 희미했다. 내비게이션은 고양시를 향한 경로를 무심한 목소리로 안내했고, 조수석에 앉은 딸은 창밖을 보고 있었다. 평소라면 이어폰을 끼고 애니메이션 음악을 듣거나, 휴대전화로 짧은 영상을 넘겼을 아이였다. 그런데 그날 아침의 딸은 이상할 만큼 고요했다. 뒷좌석에는 네 시간 동안 딸과 함께 있을 물건들이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7igs%2Fimage%2FYhzR-6MmDMSQQs9zNC8RUOOGUmE.png" width="485"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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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대학 실패,  나 하나면 충분하지 않을까</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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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14T10:00:02Z</updated>
    <published>2026-09-14T10:00:02Z</published>
    <summary type="html">달칵. 교무실 문이 열렸다. 나는 열린 문틈으로 몸을 조심스럽게 밀어 넣었다. 잘못한 일도 없는데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마치 불려 들어온 사람처럼 발걸음이 무거웠다. 지금 생각하면 별일 아닌 풍경인데도 그날만큼은 유난히 긴장됐다. 몸도 마음도 잔뜩 작아져 있었다. 담임 선생님은 다른 학생과 상담 중이었다. 선생님은 엄마를 향해 가볍게 눈인사를 건넨 뒤 잠시&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7igs%2Fimage%2Fu_B3-AOsyv0bJ1O8jwBJDyA6l7Q.png" width="481"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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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다름이 살아나는 시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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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13T08:00:00Z</updated>
    <published>2026-09-13T08:00:00Z</published>
    <summary type="html">학교생활기록부를 펼치면, 한 사람의 시간이 조용히 흘러나온다. 빽빽하게 적힌 문장들 사이로 교실의 공기와 계절의 온도와 그 시절의 마음이 스며 있다. 한 번 들었다 내렸던 손, 친구들과 웃고 다투며 이어갔던 시간, 끝내 풀지 못한 문제 앞에서의 긴 침묵&amp;hellip; 그 모든 순간이 몇 줄의 기록으로 남아 있다. 짧은 문장이지만, 절대 짧지 않은 시간이다. 나는 그 시&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7igs%2Fimage%2FSpH8iKQME1pUjRYhB3f0VuZUoUc.png" width="483"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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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각자의 방향이 존중받는다면</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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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12T08:28:20Z</updated>
    <published>2026-09-12T08:00:00Z</published>
    <summary type="html">&amp;ldquo;같은 방향으로 뛰면 1등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동서남북으로 뛰면 네 사람이 1등을 하고, 360도 방향으로 각자 달리면 360명이 모두 1등을 하지요.&amp;rdquo;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7igs%2Fimage%2FMdmyDMNKXiZ2eI6IEGlKG-JIqwY.png" width="477"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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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사랑이라는 이름의 불안</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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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11T10:00:02Z</updated>
    <published>2026-09-11T10:00:02Z</published>
    <summary type="html">오래전, 텔레비전 화면 속에서 스쳐 지나간 한 장면이 있다. 그저 우연히 보았을 뿐인데, 이상하게도 오랫동안 마음에 남아 떠나지 않았다. 짧은 공익광고였다. &amp;ldquo;부모는 멀리 보라 하고 학부모는 앞만 보라 합니다. 부모는 꿈을 꾸라 하고 학부모는 꿈꿀 시간을 주지 않습니다.&amp;rdquo; 그리고 마지막에, 조용히 묻는다. &amp;ldquo;당신은 부모입니까? 학부모입니까?&amp;rdquo; 그 질문은 그&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7igs%2Fimage%2F7Jr3xEgG2T5bbXdFeCrtlUgsaFY.png" width="475"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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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꿈보다 먼저 물어야 할 질문</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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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10T10:00:02Z</updated>
    <published>2026-09-10T10:00:02Z</published>
    <summary type="html">주말 저녁이었다. 거실은 조용했고 불은 반쯤만 켜져 있었다. 소파에 비스듬히 누운 아들은 휴대전화를 두 손으로 쥔 채 게임에 몰두하고 있었다. 화면의 빛이 얼굴을 비추고 손가락은 쉴 틈 없이 움직였다. &amp;ldquo;수찬아.&amp;rdquo; 대답이 없었다. &amp;ldquo;수찬아, 넌 꿈이 뭐야?&amp;rdquo; 그제야 손이 멈췄다. 아들은 고개를 들어 나를 봤다. 짧은 침묵. &amp;lsquo;왜 갑자기?&amp;rsquo;라는 표정. 나는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7igs%2Fimage%2FcgIDZao60rp9P0d8k9Zi0gL6Ubw.png" width="448"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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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아이를 키우며 나를 만나는 일</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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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09T10:00:02Z</updated>
    <published>2026-09-09T10:00:02Z</published>
    <summary type="html">아이를 키우며 자주 듣는 말이 있다. &amp;ldquo;아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세요.&amp;rdquo; 참 많이 듣고 또 많이 이해한다고 생각했던 말이다. 아이마다 기질이 다르고 성향이 다르고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르다는 사실. 부모라면 모를 수 없는 이야기다. 아이는 부모의 복사본이 아니고 계획대로 완성되는 작품도 아니라는 것 역시. 그런데도 이상하게 아이 앞에 서면 그 사실&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7igs%2Fimage%2FMh07z5wbj4E1F53MvaJ5uAGTt5A.png" width="456"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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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우리는 왜 대학을 먼저 묻는가?</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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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08T10:00:02Z</updated>
    <published>2026-09-08T10:00:02Z</published>
    <summary type="html">미술학원은 6층에 있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조용히 색이 쏟아져 나왔다. 복도 벽을 따라 걸린 그림들 때문이었다. 선은 아직 미숙했지만, 색은 망설임이 없었다. 누군가가 오래 붙잡고 있었을 시간, 쉽게 포기하지 못했던 마음이 그 안에 남아 있었다. 나는 잠시 걸음을 늦추었다. 이 그림들을 그리던 아이들은 지금 어떤 표정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문을&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7igs%2Fimage%2FrvQf5IItpf3wRncj3yFmbvl05E4.png" width="479"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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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기록에 없는 시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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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07T10:00:02Z</updated>
    <published>2026-09-07T10:00:02Z</published>
    <summary type="html">휴대전화가 울린 순간, 나는 한 학생의 실패를 읽고 있었다. 컴퓨터 화면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amp;lsquo;실패 원인을 분석하여 실험 과정을 수정함.&amp;rsquo; 나는 그 문장을 쉽게 넘기지 못했다. 실패한 뒤 다시 시작하는 일은 결과를 내는 일보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 자신이 믿었던 방법을 의심해야 하고, 잘되지 않았던 시간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무엇보다 실패한 자&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7igs%2Fimage%2F9InSFLwIcfZmzYJaJBhF4cnBqLw.png" width="479"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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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일곱 날이 사라진 자리</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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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11T04:15:34Z</updated>
    <published>2026-09-06T08:00:01Z</published>
    <summary type="html">자가검사 진단키트의 두 번째 줄은 생각보다 조용히 나타났다. 처음에는 빛의 장난이라고 생각했다. 창가 쪽으로 키트를 기울였다. 한 줄만 남아 있기를 바라면서도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T라고 적힌 자리에서 희미한 분홍빛 선이 천천히 제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C 옆의 한 줄, T 옆의 한 줄. 누군가에게는 며칠의 불편을 뜻할지 모르는 표시가 그날의 내게는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7igs%2Fimage%2F6rYHkWZUC_eFERB56l-x9-vhVfI.png" width="463"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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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아직 떠나지 않는 이유</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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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05T08:00:01Z</updated>
    <published>2026-09-05T08:00:01Z</published>
    <summary type="html">&amp;ldquo;선생님, 저 이번 달까지만 출근하기로 했어요.&amp;rdquo; 점심을 먹고 돌아오던 길이었다. 햇빛은 평소처럼 무심했고 복도는 늘 그렇듯 조용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시간이었다. 그래서인지 그 말은 곧바로 와닿지 않았다. 한 박자 늦게 가볍지 않은 무게로 내려앉았다. &amp;ldquo;갑자기 왜?&amp;rdquo; &amp;ldquo;특별한 일은 없어요. 그냥 좀 쉬려고요.&amp;rdquo;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아&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7igs%2Fimage%2FU1Q7KBQlthkhPd6k9iVRjv2tUQU.png" width="478"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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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한 사람을 오래 읽는 일</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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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07T07:13:13Z</updated>
    <published>2026-09-04T10:00:03Z</published>
    <summary type="html">십여 년의 시간은 달력으로 세면 몇 장의 종이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어떤 시간은 날짜가 아니라 표정으로 남는다. 밤늦도록 꺼지지 않던 사무실의 형광등, 면접 대기실에서 두 손을 무릎 위에 가지런히 모으던 학생들, 회의가 끝난 뒤 아무도 먼저 말을 꺼내지 못하던 복도. 나는 그 시간 속에서 수많은 서류를 읽고, 수많은 이름을 만났다. 그리고 이름 뒤에 놓&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7igs%2Fimage%2FpIINXSGvGNLfFHVQXl-ljiB8IMc.png" width="481"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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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더는 혼자 버티지 않아도 되는 자리</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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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03T10:00:02Z</updated>
    <published>2026-09-03T10:00:02Z</published>
    <summary type="html">점심 식사를 마치고 복도를 걷고 있었다. 식당에서 나온 온기가 건물 안에 희미하게 남아 있었고, 사람들은 손에 커피를 쥔 채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고 있었다. 누군가는 지난 주말을 이야기했고, 누군가는 밀린 일을 걱정했다. 봄인데도 벌써 덥다는 말이 복도 어딘가를 천천히 떠돌았다. 특별한 것 없는 오후였다. 우리는 대개 그런 오후가 오래 계속될 것이라고 믿는&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7igs%2Fimage%2FlQV-isKuQ0scxlUiaIyKbqgEjTs.png" width="479"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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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다시, 그 자리에 앉는 일</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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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04T04:55:21Z</updated>
    <published>2026-09-02T10:00:03Z</published>
    <summary type="html">&amp;ldquo;왜 그래, 아마추어같이.&amp;rdquo; 그 한마디는 유난히 또렷했다. 사무실 공기를 가르며 지나간 말이었는데, 이상하게 그 이후로 공기가 좀 더 무거워진 것 같았다. 말은 사라졌는데, 잔향만 자리에 남아 나를 따라다녔다. 그때 나는 입학사정대장을 검토하고 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표와 숫자, 이름들 사이에서 잠깐 숨을 고르듯 푸념을 꺼냈다. &amp;ldquo;와, 너무 힘들다. 이&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7igs%2Fimage%2FM5bkfAu4clbsRQmoqdaKIiXR6vc.png" width="487"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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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사람의 시간을 읽는 일</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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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03T02:49:53Z</updated>
    <published>2026-09-01T10:00:02Z</published>
    <summary type="html">어둑한 밤이었다. 햇볕이 잘 들지 않아 눅눅한 기운이 감도는 골목길. 나는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쫓기고 있다는 느낌에 사로잡혀 있었다. 등 뒤가 자꾸만 신경 쓰였다.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쓰레기통 주변에 모여 있던 고양이들뿐이었다. 사람은 없었다. 괜한 생각이었나 싶어 안도의 숨을 내쉬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7igs%2Fimage%2FZU2zCRwMEGsgHwegdjOHK1Y9PNY.png" width="486"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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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마지막까지 남은 질문</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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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31T10:00:05Z</updated>
    <published>2026-08-31T10:00:05Z</published>
    <summary type="html">대입 설명회가 끝나도 늘 마지막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강당의 불이 하나둘 꺼지고 의자를 정리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누군가는 조심스럽게 다가온다. 대부분은 학생이고 때로는 학부모님이다. 차례를 기다리다 주변을 한 번 둘러본 뒤 낮은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 &amp;ldquo;죄송한데, 하나만 여쭤봐도 될까요?&amp;rdquo; 입학사정관으로 일하는 동안 그 말을 수도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7igs%2Fimage%2FfG6jtUVtVz7xFFxiz0LdEv53kr4.png" width="485"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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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한 줄로는 읽을 수 없는 사람</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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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30T08:00:02Z</updated>
    <published>2026-08-30T08:00:02Z</published>
    <summary type="html">입학사정관의 책상 위에는 매년 수천 개의 계절이 놓인다. 한 학생의 고등학교 3년은 몇십 장의 종이로 도착한다. 성적은 숫자가 되고, 수행평가는 짧은 문장이 되며, 동아리에서 보낸 오후와 교실에서 망설였던 질문들은 정해진 칸 안에 들어간다. 누군가의 봄은 &amp;ldquo;탐구 활동에 성실히 참여함&amp;rdquo;이라는 한 줄이 되고, 여름은 &amp;ldquo;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함&amp;rdquo;이라는 문장으로 남&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7igs%2Fimage%2FqqE4Z4E2BJoJ5dZuZj7bKsjiC0A.png" width="489"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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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한 사람을 놓치지 않는 일</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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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31T04:08:15Z</updated>
    <published>2026-08-29T08:00:03Z</published>
    <summary type="html">면접실 문이 열리면 비슷한 모습의 학생들이 들어온다. 가지런히 정리한 머리, 흰 셔츠 위에 얹힌 무채색 니트, 검은 슬랙스와 지나치게 깨끗한 운동화. 멀리서 보면 하나의 장면처럼 겹쳐 보인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오면, 그들은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흔들린다. 표정이 다르고 걸음의 속도가 다르고 말을 꺼내기 전의 숨 고르기가 다르다. 그런데도 면접실이라는 문턱&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7igs%2Fimage%2FtidPAmSQLLRbUFW6dVo6dHiwX_I.png" width="486"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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