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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이루야</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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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title>내면의 조각들이 머무는 아카이브. 아직 완전히 증명되지 않은 감각을 문장으로 남깁니다.</sub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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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17-11-30T11:04:30Z</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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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이런, 하나를 파면 두 개가 새로 생긴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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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2T10:00:12Z</updated>
    <published>2026-10-02T10:00:12Z</published>
    <summary type="html">무거운 몸을 이끌고 노트북 앞에 앉았다. 어떻게 해야 이 책을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을까. 문득 도서전에 참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이 책은 어떤 책인지 소개해야 했다. 신청서의 빈칸을 채우고 몇 가지 자료를 함께 보내면 됐다.  이 정도면 오전에 끝낼 수 있겠다 싶었다. 밤이 되자 할 일은 서너 개가 늘어나 있었다. 이미 책을 만들&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4HTD%2Fimage%2FYsmpmeoabAQRJKb6wYP3KCEmYMg.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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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도망칠 곳도 없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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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9T12:40:59Z</updated>
    <published>2026-09-29T12:40:59Z</published>
    <summary type="html">작업실에 안 간 지 며칠이 지났다. 이틀에 한 번꼴로 겨우 잠을 자며 만든 책이 드디어 나왔다. 몇 달 동안 묵직하게 쌓여 있던 긴장이 한꺼번에 풀린 탓인지 아무리 자도 피곤했다. 한 곳만 바라보며 너무 오래 달려온 것 같았다.  하루쯤은 쉬어도 된다고 생각했다. 당분간 급한 일이라고 해봐야 들어오는 주문을 포장하는 정도였다. 다음 일을 시작하기 전에 잠깐&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4HTD%2Fimage%2Fl7fPBR_GaEXfFYvc9ZZhhJpA-pM.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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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조금 쉬울 줄 알았지</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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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2T13:54:35Z</updated>
    <published>2026-09-22T13:54:35Z</published>
    <summary type="html">이제 인쇄소에 파일만 보내면 됐다.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 서너 곳을 비교한 끝에 한 인쇄소에 연락했다. 그런데 보내려던 파일이 인쇄 규격과 맞지 않는다고 했다. 또 고쳐야 할 게 생겼다.  두세 달 전부터 SNS에 소설이 책이 되어가는 과정을 조금씩 기록하고 있었다. 1인 출판사인 만큼 직접 알려야 했다. 나에게는 6년을 붙잡은 이야기였지만, 다른 사람에&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4HTD%2Fimage%2Fi1hhZM4HQXZ0iTuJPalizIUqRZo.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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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과한 욕심은 비극을 일으킨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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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17T21:56:10Z</updated>
    <published>2026-09-17T21:56:10Z</published>
    <summary type="html">소설을 출간하기 전부터 친구는 꼭 영어로 번역해보라고 했다. 여기 사람들은 그 주인공들을 받아들이는 데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했다. 오히려 다양한 문화권에서 사는 사람들이 더 좋아할지도 모른다고. 어디에서든 반응이 생기면 파도처럼 번져 결국 여기까지 닿을 거라고 했다.  그때는 웃어넘겼다. 그런데 원고가 조금씩 책의 모양을 갖출수록 그 말이 자꾸 생&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4HTD%2Fimage%2FtUZvotlT4kK1imf9bTUdf9VXbQk.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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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다시 처음부터 해야 한다니</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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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30T08:42:10Z</updated>
    <published>2026-08-30T08:42:10Z</published>
    <summary type="html">몇 달 동안 밤을 새워가며 원고를 고쳤다. 마지막 파일을 저장하고 나니 정말 끝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이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만들기만 하면 됐다. 일주일 내내 실실 웃음이 났다. 드디어 끝났다. 그런데 내가 끝낸 것은 책이 아니었다. 원고 하나였다.  막상 책을 만들려고 하니 결정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책은 얼마나 크면 좋을지, 글&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4HTD%2Fimage%2FzKmpw8YcVAPlaX-R4NpUkMWOTJI.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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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지긋지긋한 걸 끝내버리자</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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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17T21:55:03Z</updated>
    <published>2026-08-26T14:06:08Z</published>
    <summary type="html">&amp;ldquo;다 쓰면 보내는 게 아니라 완결된 세계에 존재하게 됩니다.&amp;rdquo;  5년 전, 어떤 사람이 내게 말했다. 그 한마디가 내게 완결할 힘을 주었다. 그렇게 《홍콩 클라우드》라는 소설은 완성되었다. 그런데 왜 나는 여태 이 이야기를 보내지 못했을까.  처음 원고를 쓸 때도 이야기의 끝을 맺는 일은 어려웠다 &amp;lsquo;나 정말 행복했구나.&amp;rsquo; 지난 일 년 동안 쓴 글을 다시 읽&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4HTD%2Fimage%2FfaEGOob7kRDkf0u23qJvcFgkADQ.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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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아무것도 없는 사람</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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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19T13:47:09Z</updated>
    <published>2026-08-19T13:47:09Z</published>
    <summary type="html">작년 이맘때쯤 한국으로 돌아왔다. 4년 전에는 서울이 싫어서 떠났다. 낯선 나라에서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면 달라질 줄 알았다. 분명 원하는 것이 있어서 떠났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게 무엇이었는지도 흐릿해졌다. ​ 어디에 있든 끝내지 못한 일이 하나 있었다. 6년 동안 붙들고 있던 소설이었다. 다른 곳으로 가고, 다른 일을 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그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4HTD%2Fimage%2FUPSOWp_kSEfFAwkiGopOovLq7h4.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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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프롤로그 &amp;mdash; 책 한 권을 만들고 싶었을 뿐인데</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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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19T13:46:18Z</updated>
    <published>2026-08-16T10:00:07Z</published>
    <summary type="html">처음에는 정말 소설 한 권뿐이었다. 오래 붙들고 있던 이야기를 이제는 정말 끝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쓴 소설을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세상에 내놓고 싶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오랫동안 붙잡고 있던 이야기가 조용히 사라질 것 같았다.  물론 처음부터 독립출판을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5년 전, 나는 몇십 곳의 출판사에 원고를 보냈다. 메일을 보내고 기다&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4HTD%2Fimage%2FZvDnHLBr8_s26q_fFXp33B73VL4.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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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홍콩 2 중에서</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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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6-27T10:04:47Z</updated>
    <published>2026-06-27T10:00:01Z</published>
    <summary type="html">마이클의 가슴에 뺨을 맞대는 동안 관계를 위해 필요하다고 믿었던 것들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느껴졌다. 몸의 마찰로 달아오르는 것은 따뜻한 체온을 느끼는 것보다 중요하지 않았다. 마이클의 팔을 베고 눈과 뺨, 입술을 작은 손가락으로 천천히 만지는 것은 그 무엇보다 깊었다. 그 순간 나는 어떤 사람이 되지 않아도 되었다. 손끝으로 마이클의 곡선을 따라가는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4HTD%2Fimage%2Flr5KRQjf9PTTbhE1E3cG9YXgzfY.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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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서울, 대한민국 1 중에서</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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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6-28T03:48:53Z</updated>
    <published>2026-06-20T10:00:01Z</published>
    <summary type="html">나는 돈 이야기로 떠들썩한 식탁을 조용히 빠져나왔다. 집 앞 만리포 해수욕장에는 파도의 생명력이 더욱 또렷하게 철썩였다. 모래사장에 앉아 끊임없이 흔들리는 파도를 바라보며 알 수 없는 눈물이 조금씩 맺혔다. 다시 살아난 바닷소리에 마음이 움직이면서 뭔가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이곳엔 희망이 없었다. 유조선과 해상 크레인이 충돌하면&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4HTD%2Fimage%2F_KMfAf1zItnqTYmTxEDJiSj259Q.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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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홍콩 1 (10)</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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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6-28T03:48:39Z</updated>
    <published>2026-06-13T10:00:01Z</published>
    <summary type="html">홍콩 1 (10)   &amp;ldquo;한나야, 나 화장실.&amp;rdquo;  재은이가 골목을 내려가며 다급하게 주위를 둘러봤다.  &amp;ldquo;십 분 안에 도착하는데 그때까지 안 되겠어?&amp;rdquo;  나는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재은이는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눈앞에 보이는 클럽으로 무작정 뛰어갔다. 우리는 입구부터 사람들 사이에 끼어들어야 했다. 클럽 안은 심장까지 울리는 비트로 가득했다. 여자 화장실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4HTD%2Fimage%2FCPMpZ5mXVbNNRnpp37WqbC7E52M.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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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홍콩 1 (9)</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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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6-28T03:46:58Z</updated>
    <published>2026-06-06T10:00:01Z</published>
    <summary type="html">우리는 침사추이 야경을 보며 Autumn Leaves가 흐르는 바에서 몸을 녹였다. 어두운 조명 아래 한 남자가 피아노에 맞춰 콘트라베이스를 부드럽게 튕기고 있었다. 나는 라임 주스가 살짝 들어간 파우스트를 한 잔 더 주문했고, 재은이는 모히토 한 잔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홍콩은 지저분한 골목마저도 어딘가 세련되게 느껴졌다. 어제는 한 시간 동안 800미&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4HTD%2Fimage%2Fsl7x7FLRdRgkLy-3nT6q5yXdctc.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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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홍콩 1 (8)</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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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6-28T03:46:38Z</updated>
    <published>2026-05-30T10:00:01Z</published>
    <summary type="html">*  미술관은 리노베이션으로 휴업 중이었다. 우리는 &amp;lsquo;홍콩의 과거는 봐야지&amp;rsquo;라며 역사박물관으로 향했다. 지하 1층 전시관 입구에는 홍콩 지형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어느 곳이나 자신들의 역사를 길게 말하고 싶어 한다는 건 이해하려 했지만 4억 년 전부터 시작하는 건 좀 심한 듯했다. 그래도 우리는 지금 홍콩에 있었다. 청차우 빵 축제 모습과 수상 가옥, 경&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4HTD%2Fimage%2FZFlTkefiTAoR-S4jtk6LgZS_P3I.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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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홍콩 1 (7)</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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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6-28T03:46:20Z</updated>
    <published>2026-05-23T10:00:01Z</published>
    <summary type="html">내가 종교를 가지지 않기로 한 건 우연히 본 다큐멘터리 때문이었다. 초등학교를 갓 입학한 나에게 공포는 단순했다. 그때 오빠는 자고 있는 나를 괴롭히는 게 낙이었다. 갑자기 &amp;ldquo;전쟁이다!&amp;rdquo;라고 소리치며 머리를 세차게 두드렸고, &amp;ldquo;오늘은 요리 시간이다!&amp;rdquo;라며 이불을 둘둘 말아 &amp;lsquo;한나 김밥&amp;rsquo;이라고 불렀다. 화들짝 놀라 깬 나는 팔과 다리를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4HTD%2Fimage%2FXc78ObS41kerdSC0Uy2gZWzlwFQ.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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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홍콩 1 (6)</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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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6-28T03:45:34Z</updated>
    <published>2026-05-16T10:00:01Z</published>
    <summary type="html">숙소 앞 가게에서 사람들은 말린 뿌리채소를 양손에 잔뜩 들고 있었다. 우리는 한약재 냄새가 나는 거리를 걷다가 잠시 걸음을 멈췄다. 셩완역 근처의 오래된 건물에는 대나무가 층과 층 사이를 지탱하고 있었다. 도로를 향해 머리를 내민 나무 간판은 빨간 페인트칠이 거의 벗겨져 있었다. &amp;ldquo;낮에도 초라한데 밤에는 불빛도 못 내니까 더 초라하겠다&amp;rdquo;라며 우리는 지하철역&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4HTD%2Fimage%2FV84wrXvBEb_runDa9QR4lS0HBcg.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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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홍콩 1 (5)</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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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6-28T03:45:14Z</updated>
    <published>2026-05-09T10:00:01Z</published>
    <summary type="html">*  2월의 홍콩은 꽤 추웠다. 여행 가이드북에는 &amp;lsquo;홍콩의 2월 날씨는 한국의 가을과 비슷하다. 시원하고 건조하다&amp;rsquo;라고 쓰여 있었다. 아마 여행 작가는 시원하다는 말이나 한국의 가을을 전혀 모르는 듯했다. 여행 작가만 탓할 수는 없었다. 며칠 전 한국에서 검색했을 때 홍콩은 7도였다. 우리는 수하물 무게를 신경 쓰느라 영하 5도의 한국에서 가벼운 트렌치코트&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4HTD%2Fimage%2F1SuxjSR8iNV3qdaBN_2U_me9En8.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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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홍콩 1 (4)</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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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6-28T03:44:58Z</updated>
    <published>2026-05-02T10:00:02Z</published>
    <summary type="html">서울에서의 나는 서울에 있는 사람들과 공통점을 찾으려 애쓰며 살았다. 비슷한 사람이 되려고 할수록 타인과 나 사이에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괴리감만 커졌다. 다른 나라에서 국적이 다른 사람들을 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밤이 되면 &amp;lsquo;사람 사는 게 다 똑같지 뭐&amp;rsquo;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다. 희한하게도 화려하고 비싼 펍일수록 지역의 특징이 없다는 사실이 오히&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4HTD%2Fimage%2F_GcPWXZU_ZG2KE3R54jke8QN8UY.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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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홍콩 1 (3)</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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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6-28T03:44:30Z</updated>
    <published>2026-04-25T11:00:03Z</published>
    <summary type="html">두 달이 지났을 즈음, 힘들기만 했던 제주도 여행은 카페에서 깔깔 웃을 수 있는 추억으로 변했다. 우리는 히말라야산맥을 오른 것도 아니면서 마치 우리만 목숨이 위태로웠던 것처럼 떠들었다. 오랜만에 예전처럼 시간을 보내다 보니 여행을 또 가자는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재은이와 나는 일본을 두세 번씩 갔고 나는 중국을 세 번 여행했다. 갑작스럽게 정한 여&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4HTD%2Fimage%2FtN8U47d8Y1fiICKNmbBf84e3qpg.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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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홍콩 1 (2)</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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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6-28T03:44:04Z</updated>
    <published>2026-04-25T11:00:03Z</published>
    <summary type="html">오르는 데만 네 시간 이상 걸리는 등산길은 재미있지도 감동적이지도 않았다. 앞사람이 걸어서 나도 걸었을 뿐이었다. 운동복 바지 끝자락과 스니커즈에는 한 발자국씩 걸을 때마다 달라붙은 눈이 어느새 뭉쳐 있었다. 나는 얇은 티셔츠 한 장에 후드티와 오리털 패딩만 입고 &amp;ldquo;내가 미쳤지. 미쳤어&amp;rdquo;라며 계속 투덜거렸다.  뒤따라오는 재은이를 한 번씩 돌아볼 때면 재은&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4HTD%2Fimage%2F2RO_PNobrZzVzgY8pEfDYAzJaSA.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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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홍콩 1 (1)</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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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6-28T03:43:23Z</updated>
    <published>2026-04-25T08:00:03Z</published>
    <summary type="html">왕가위의 중경삼림을 본 사람이라면 홍콩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주체할 수 없이 흔들리는 앵글 안에는 네 사람의 이야기가 있었다. 배신을 당한 뒤 모든 것을 감수했던 금발 가발의 임청하, 양손에 소스 통을 들고 큰 음악에 맞춰 춤을 추던 왕페이, 유통기한이 있는 통조림에 집착하는 금성무, 새 비누로 바뀐 줄도 모르고 비누가 살쪘다고 말하는 양조위. 내가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4HTD%2Fimage%2FQhjPMumX4F_8smL0JO2Bz7bfVnY.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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