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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구기리</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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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title>행복하고 싶다는 생각에 행복하지 못했던 날들, 왜바람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저자</sub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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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17-06-29T11:02:02Z</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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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도착</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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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1T07:01:50Z</updated>
    <published>2026-10-01T07:01:50Z</published>
    <summary type="html">결혼식 전날 밤, 세진은 마지막으로 혼자 자는 자취방의 이삿짐 상자들 사이에 앉아 있었다. 내일이면 이 방의 불을 끄고 나가 승현과 함께 살 집으로 간다. 서른여섯, 이 방에서만 아홉 해를 살았다. 상자 열 개가 쌓여 있었고, 책상 서랍 하나만 아직 비우지 못한 채 열려 있었다. 그 서랍 맨 아래에서 접힌 종이 한 장이 나왔다. 서른한 살의 세진이 쓴 글씨</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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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다정함의 온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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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1T07:01:36Z</updated>
    <published>2026-10-01T07:01:36Z</published>
    <summary type="html">사랑하는 방법을 배운 적이 없었다. 해인은 그것을 늦게 알았다. 너무 늦게. 누군가와 헤어지고 난 다음에야, 또 누군가와 헤어지고 난 다음에야, 그것이 자신의 문제라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았다. 상대의 문제가 아니었고 관계의 문제도 아니었다. 처음부터 배우지 못한 것이었다. 다정함의 온도. 그것을 몰랐다. 부모님은 사이가 좋지 않았다. 싸우지는 않았는데, 그</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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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사랑의 거리</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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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1T07:01:25Z</updated>
    <published>2026-10-01T07:01:25Z</published>
    <summary type="html">낯설다는 것은 사람 때문이 아니었다. 지호는 그것을 오래 지나서야 알았다. 처음 만나는 사람 앞에서 느끼는 그 서늘한 거리감을 상대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저 사람이 차가운 것이라고, 저 사람이 어려운 것이라고. 그런데 아니었다. 그것은 그냥 거리였다. 서로의 이야기가 아직 서로에게 닿지 않아서 생기는, 어쩔 수 없는 공백이었다. 공백은 사람이 만드는 것이</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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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고급진 재료의 맛</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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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1T07:01:13Z</updated>
    <published>2026-10-01T07:01:13Z</published>
    <summary type="html">정우는 회의실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물끄러미 들여다보았다. 서른여덟, 얼굴 한쪽에 세월이 뚜렷이 패인 나이였다. 그는 자기 자신을 너무나 잘 안다고 생각했다. 스물다섯의 충동, 서른의 조급함, 서른다섯의 체념이 레이어처럼 쌓여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고, 너무 잘 아는 것도 문제였다. 마치 자신이 직접 설계한 새장 안에 스스로를 가둬 놓은 것 같았다.</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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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사랑의 속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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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1T07:01:01Z</updated>
    <published>2026-10-01T07:01:01Z</published>
    <summary type="html">은혜는 찻잔을 들어올렸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차는 이미 식어 있었다. 건너편에 앉은 남자가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카페의 소음 속으로 흩어져 버렸다. 그가 웃었고 은혜도 따라 웃었다. 언제 웃어야 하는지는 알 수 있었다. 십 년이 넘게 몸에 밴 습관이었다. &amp;quot;재미있으시죠?&amp;quot; 남자가 물었고 은혜는 고개를 끄덕였다. 재미있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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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그것만이 내 세상</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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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1T07:00:49Z</updated>
    <published>2026-10-01T07:00:49Z</published>
    <summary type="html">삶은 왜 이렇게 퍽퍽한 것일까. 수진은 책상 앞에 앉아 통장을 내려다보았다. 무엇 하나 제 뜻대로 살 수 없다는 것이 슬펐다. 몇 해 전에 본 영화 한 편이 떠올랐다. 〈그것만이 내 세상〉. 그 영화를 보며 느낀 것은 가족이라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관계였다. 애틋함과 싫증, 연민과 연을 끊고 싶다는 생각이 동시에 존재하는 미묘하고 복잡한 관계. 지금의</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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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궤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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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1T07:00:37Z</updated>
    <published>2026-10-01T07:00:37Z</published>
    <summary type="html">청첩장이 또 왔다. 지은은 봉투를 든 채 한참 서 있었다. 열지 않았다. 누구의 것인지는 알고 있었다. 회사 동기였고 예상했던 일이었는데도, 막상 손에 쥐니 무거웠다. 봉투 한 장이 이렇게 무거울 수 있다는 것을 서른다섯이 되어서야 알았다. 올해만 벌써 네 번째였다. 결혼식장에서 지은은 늘 어딘가 어긋난 느낌이 들었다. 없어야 할 자리에 앉아 있는 것 같고</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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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핑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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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1T07:00:26Z</updated>
    <published>2026-10-01T07:00:26Z</published>
    <summary type="html">이성과 감정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시작되었다. 이성은 '현실적 조건'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출전했고, 감정은 '그 사람 자체'에 무게중심을 두었다. 준혁은 이 길고 긴 싸움의 끝을 이미 알고 있는지도 몰랐다. 다만 그 결론을 인정하는 것 자체가 덜컥 겁이 났다. 일요일 오후, 그는 다은과 한강 근처 카페의 테라스에 앉아 있었다. 세 번째 만남이었다. 다은은 웃</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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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마음의 소리</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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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1T06:59:56Z</updated>
    <published>2026-10-01T06:59:56Z</published>
    <summary type="html">네 개의 소개팅이 한꺼번에 들어왔다. 민호는 카톡 알림창을 내려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시간에 틈이 있었다면 고민할 여유라도 있었겠지만 그럴 겨를이 없어서 일단 만나 보기로 했다. 한꺼번에 네 명과 대화를 주고받는 일은 생각보다 머리를 아프게 해서, 이름을 헷갈리지 않아야 했고 누구에게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해야 했다. 다행히 두 사람과는 대화의 코드가</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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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계륵 : 닭이 먼저일까</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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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1T06:59:41Z</updated>
    <published>2026-10-01T06:59:41Z</published>
    <summary type="html">닭이 먼저일까, 달걀이 먼저일까. 도윤은 그 질문을 오래 생각했다. 아니, 사실은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생각하면 대답이 나왔고, 그 대답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그날은 평범한 저녁이었다. 샤워를 하고 나와 수건으로 머리를 닦으며 방으로 들어서는데 분위기가 달랐다. 그녀가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들고 있었다. 도윤의 핸드폰이었다. 눈이 마주쳤지만 그녀는 그것을</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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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애매함</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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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1T06:59:25Z</updated>
    <published>2026-10-01T06:59:25Z</published>
    <summary type="html">왜 계속 만나느냐고 누가 묻는다면 솔직하게 대답할 수 없을 것이었다. 이보다 나은 선택지가 있을까 싶어서라고 말하기엔 너무 비겁했는데, 그것이 사실이었다. 나이 드는 것이 무서워서, 혼자가 되는 것이 두려워서. 그 두려움이 발목을 잡고 있었다. 이러면 안 된다는 것도, 이런 시간 낭비를 자신과 상대 모두를 위해 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알았다. 그런데 멈추지</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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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이상형의 거울</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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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1T06:59:08Z</updated>
    <published>2026-10-01T06:59:08Z</published>
    <summary type="html">최근 새로운 만남이 여럿 있었다. 정희는 달력에 표시된 동그라미를 세어 보았다. 두 달 동안 여덟 번의 소개팅, 친구 소개와 결혼정보회사와 직장 선배의 중매까지 경로는 제각각이었지만 결과는 같았다. &amp;quot;이번 사람은 어땠어?&amp;quot; 친구 하나가 물었다. 카페 테이블 위에는 하나가 주문한 딸기 케이크가 놓여 있었다. 정희는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셨다. &amp;quot;글쎄.&amp;quot; &amp;quo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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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자화상</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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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1T06:58:51Z</updated>
    <published>2026-10-01T06:58:51Z</published>
    <summary type="html">나란 사람은 얼마짜리일까. 재호는 소개팅 자리에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그 생각을 했다. 창밖으로 밤거리가 흘러가고 가게 간판들이 번쩍였지만 재호는 그것들을 보지 않았고, 핸드폰 화면도 켜지 않은 채 무릎 위에 손을 올려놓고 그냥 앉아 있었다. 오늘로 열두 번째였다. 상대는 나쁘지 않았다. 아니, 좋았다. 말이 잘 통했고 웃음이 편안했고 같은 것을 좋아하고</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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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이제는 어디쯤에 걷고있나</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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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1T06:58:33Z</updated>
    <published>2026-10-01T06:58:33Z</published>
    <summary type="html">이제는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문제가 나에게 있는 것인지, 나의 기준에 있는 것인지, 아니면 세상이 원래 이렇게 생겨 먹은 것인지. 현우는 버스 창에 이마를 기댔다. 가로등이 하나씩 창밖으로 지나갔고, 오늘로 스물두 번째 소개팅이었다. 그 숫자를 세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신호였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멈추면 영영 만나지 못할 것</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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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설렘</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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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1T06:57:27Z</updated>
    <published>2026-10-01T06:57:27Z</published>
    <summary type="html">구월이 시작되자마자 준호의 일상에는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바빠졌다고 말하기엔 정확하지 않았다. 일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소개가 갑자기 물밀듯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었는데, 오늘만 해도 벌써 세 번째 연락이었다. 감사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누군가 자기 사람을 아껴 이름을 건네주는 일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지 않았지만, 마음은 좀처럼 달가워지지 않았</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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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닭이 먼저일까</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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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2T13:41:26Z</updated>
    <published>2026-09-22T13:41:26Z</published>
    <summary type="html">닭이 먼저일까, 달걀이 먼저일까. 준호는 그 질문을 오래 생각했다. 아니, 사실은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생각하면 대답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대답이 불편했기 때문이었다. 그날은 평범한 저녁이었다. 샤워를 하고 나왔다. 수건으로 머리를 닦으며 방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분위기가 달랐다. 그녀가 소파에 앉아 있었다. 핸드폰을 들고. 준호의 핸드폰을.</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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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애매함</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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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22T12:26:35Z</updated>
    <published>2026-08-22T12:26:35Z</published>
    <summary type="html">이제는 모르겠다. 어떤 게 사랑인지.  지금 행복하다고 말하기엔 충분했다. 그렇다고 이게 최선이냐고 물어본다면 대답이 망설여졌다. 행복하지 않은 것은 아닌데, 그렇다고 행복하지도 않았다. 이 모순적인 상황을 말하려면 언제나 부연 설명이 뒤따랐다. 그래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말해봤자 정리가 되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준호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거리에 사</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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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충돌</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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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7-14T13:20:41Z</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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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mmary type="html">청첩장이 또 왔다. 지은은 봉투를 들고 한참 서 있었다. 열지 않았다. 누구인지는 알고 있었다. 회사 동기였다. 예상했던 일이었다. 그런데 막상 손에 쥐고 있으니 무거웠다. 봉투 한 장이 이렇게 무거울 수 있다는 것을 서른셋이 되어서 알았다.  올해만 벌써 네 번째였다. 결혼식장에서 지은은 늘 어딘가 어긋난 느낌이 들었다. 없어야 할 자리에 앉아 있는 것</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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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6-16T10:16:56Z</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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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mmary type="html">사랑하는 방법을 배운 적이 없었다. 준은 그것을 늦게 알았다. 너무 늦게. 누군가와 헤어지고 난 다음에야, 또 누군가와 헤어지고 난 다음에야, 그것이 자신의 문제라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았다. 상대의 문제가 아니었다. 관계의 문제가 아니었다. 처음부터 배우지 못한 것이었다. 다정함의 온도. 그것을 몰랐다.  부모님은 사이가 좋지 않았다. 싸우지는 않았다. 그</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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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5-17T10:19:07Z</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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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mmary type="html">이제는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내가 문제인지. 나의 기준이 문제인지. 아니면 세상이 문제인지. 현우는 버스 창에 이마를 기댔다. 바깥으로 가로등이 하나씩 지나갔다. 오늘로 스물두 번째였다. 소개팅. 그 숫자를 세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신호였다. 그런데 멈출 수가 없었다. 멈추면 영영 못 만날 것 같았다. 계속 나가면 언젠가 나올 것</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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