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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한서</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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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title>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던 '나', 그리고 새로운 '나'를 씁니다. 스스로를 치유하기 위한 다양한 글을 씁니다. 동물과 여행, 책과 음악을 사랑하고 사진을 찍습니다.</sub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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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16-07-16T07:58:27Z</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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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라파스 (2019년 8월) - 라파스, 볼리비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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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11T23:31:19Z</updated>
    <published>2026-10-11T23:31:19Z</published>
    <summary type="html">캐리어를 펼쳤을 때 가장 먼저 들어간 것은 옷이 아니라 종이들이었다.  사마이파타에 다녀온 뒤 가방을 제대로 정리하지 않은 탓에 바닥에는 구겨진 영수증과 과자 봉지가 남아 있었다. 나는 그것들을 꺼내 버렸다. 침대 옆 서랍을 열었다. 위쪽에 얹혀 있던 문법 교재를 들어내자, 반으로 접힌 종이와 모서리가 닳은 수첩 몇 권이 한꺼번에 기울어졌다. 여기 와서 처</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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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인천 (2021년 12월) - 인천, 대한민국</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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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7T09:00:05Z</updated>
    <published>2026-10-07T09:00:05Z</published>
    <summary type="html">메일은 화요일 오후에 왔다.  회의실에서 돌아와 자리에 앉았을 때, 모니터 오른쪽 아래에 알림이 떠 있었다. 제목만 보고도 무슨 메일인지 알 수 있었다. 나는 바로 열지 못하고 한참 그 알림을 바라보다가, 옆자리 과장님이 커피를 가지러 일어난 틈에 조용히 클릭했다. 최종 합격. 파견 국가: 파라과이. 파견 기간: 1년. (1년 연장 가능)출국 예정일: 12</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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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사마이파타 (2019년 7월) - 산타크루즈, 볼리비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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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2T09:00:08Z</updated>
    <published>2026-10-02T09:00:08Z</published>
    <summary type="html">비행기가 산타크루즈에 내려앉자, 공기가 달라졌다.  트랩을 내려서는 순간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 얼굴을 덮었다. 라파스의 마르고 날카로운 공기에 익숙해진 폐가 갑자기 무거워진 것 같았다.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쉬었다. 가슴이 끝까지 부풀었다. 해발 사천 미터의 공항에서 탄 비행기가 한 시간 만에 나를 사백 미터의 땅에 내려놓았다. 이 나라에서 2년 가까이 살</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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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LINE (2021년 10월) - 서울, 대한민국</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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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30T09:10:03Z</updated>
    <published>2026-09-30T09:00:10Z</published>
    <summary type="html">성현 씨와 만나기 시작한 지 2주가 지나 있었다.   그와 세 번째로 만난 날, 새벽 산에서 내려와 해장국집에 마주 앉았을 때 그가 숟가락을 내려놓고 말했다. 우리 제대로 만나 보면 어떨까요.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고, 그는 그 끄덕임을 한참 바라보다가 귀까지 빨개진 채 웃었다. 그게 전부였다. 영화 같은 장면은 아니었지만, 나는 그날 집에 돌아와</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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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소포카치 (2018년 9월) - 라파즈, 볼리비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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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6T13:59:50Z</updated>
    <published>2026-09-26T13:59:50Z</published>
    <summary type="html">9월의 라파스에는 바람이 많았다.  건기의 끝자락이었다. 하늘은 여전히 맑았지만 오후가 되면 어디선가 마른 바람이 불어와 골목의 흙먼지를 들어 올렸다. 창틀 위에는 닦아도 닦아도 고운 모래가 쌓였고, 빨래를 걷을 때면 옷깃에서 흙냄새가 났다. 소포카치의 마마는 이맘때면 늘 봄이 오는 거라고 했다. 이 도시의 봄은 꽃보다 바람이 먼저 온다고.&amp;nbsp;마마에게서 전화</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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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면목동 (2021년 8월) - 서울, 대한민국</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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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6T10:00:25Z</updated>
    <published>2026-09-26T10:00:25Z</published>
    <summary type="html">약속은 목요일 저녁 일곱 시였다. 퇴근 후 집에 들러 옷을 두 번 갈아입었다. 처음 고른 원피스는 너무 애쓴 것 같았고, 두 번째로 입은 셔츠는 회사에서 막 나온 사람 같았다. 결국 흰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거울 앞에서 마스크를 썼다 벗었다를 몇 번 반복하다가 현관문을 나섰다. 해는 졌는데도 아스팔트에 남은 열기가 발목까지 올라왔다.거리두기 4단계가 몇</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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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깔라꼬또 (2018년 7월) - 라파즈, 볼리비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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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7-15T03:00:18Z</updated>
    <published>2026-07-15T03:00:18Z</published>
    <summary type="html">7월의 라파즈는 건기의 한복판이었다.   하늘은 유리처럼 맑았고, 정오의 햇살은 따가웠지만 그늘에 들어서면 금세 서늘해지는, 낮과 밤의 온도차가 유독 컸던 계절이었다. 나는 그 계절을 나름대로 잘 통과하고 있었다.  오전엔 아이들과 씨름하는 일터, 오후엔 스페인어 학원을 다녔고 밤엔 DELE 문제집을 펴놓고 씨름하는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이었지만, 그 반&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2b3c%2Fimage%2F9am4wquw1R0efpAO5_F4erIkqp4"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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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LINE (2021년 8월) - 서울, 대한민국</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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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7-08T03:00:11Z</updated>
    <published>2026-07-08T03:00:11Z</published>
    <summary type="html">다음 날 아침,  뒤집어두었던 휴대폰을 들었다.  준의 메세지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읽지 않은 채로 밤을 넘긴 메세지. 나는 잠시 화면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답장을 썼다. 한서 박 (08:14) - 안녕, 어제 일찍 잠들었어. 다음 주말 좋아, 기다릴게. 보내기 버튼을 누르고 나서 한 동안 침대에 멍하니 누워있었다. 엄마가 부엌에서 움직이는 소리, 냉&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2b3c%2Fimage%2FWUx-o59QMsldNxxAmMoAci3d2bo"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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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소포카치 (2018년 5월 ~ 7월) - 라파즈, 볼리비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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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7-08T07:17:42Z</updated>
    <published>2026-04-05T12:41:18Z</published>
    <summary type="html">코파카바나에서 돌아온 다음 날, 나는 평소보다 30분 일찍 일어났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다. 그냥 더 이상 누워 있을 수가 없었다. 천장을 바라보다 눈을 감으면 공항에서의 장면이 다시 펼쳐졌고, 눈을 뜨면 그의 이름이 저장된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나는 결국 이불을 걷어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세수를 하고, 머리를 말리고, 가방을 챙겼다. 아침</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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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고향 (2021년 8월) - 경상북도, 대한민국</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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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5-12-03T05:14:37Z</updated>
    <published>2025-12-03T03:00:04Z</published>
    <summary type="html">그 주 내내, 나는 바쁘게 지내려 노력했다.   야근을 자처하듯 보고서를 더 길게 붙잡고 있었고, 일부러 엑셀 파일을 열어놓고 숫자와 셀 색깔에 집착했다. 퇴근 후엔 휴대폰을 가방 속에 넣어두고 알람이 울릴 때까지 일부러 열어보지 않았다. 집안일을 하고, 산책을하고 바쁘게 보내려했음에도 그렇게 밤이 깊어 침대 위에 누우면 잠을 청하려할 때 즈음, 머리맡에</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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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군자역 (2021년 8월) - 서울, 대한민국</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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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5-11-30T06:33:29Z</updated>
    <published>2025-11-30T06:27:48Z</published>
    <summary type="html">그 주엔 결국 준을 보지 못했다.  그와 약속을 잡은 다음 날도 시간이 흐물흐물 지나갔다. 하루만 더 버티면 그를 볼 수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힘든 하루도 버티고 버텨 드디어 저녁이 되었을 무렵, 잔업이 있어&amp;nbsp;컴퓨터 속 엑셀 파일을 들여다보던 차에&amp;nbsp;휴대폰 알람이 울렸다.&amp;nbsp;선과 숫자가 가득한 컴퓨터 화면에서 눈을 떼고 메세지를 확인했다. 그 순간, 나는 의</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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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코파카바나 (2018년 4월) - 코파카바나, 볼리비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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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7-01T21:58:35Z</updated>
    <published>2025-11-19T03:00:13Z</published>
    <summary type="html">식탁 위,  코카차 잔에서 피어오른 따뜻한 김이 나른하게 허공으로 흩어졌다.  펍에서 돌아온 후 우리는 별다른 대화 없이도 오래 머물 수 있는 사람들처럼 자연스럽게 마주 앉아 있었다. 은은한 조명 아래 잔을 감싼 그의 손등이 도드라져 보였다. 그는 오늘 하루를 되짚으며 소소한 감상을 툭 던지듯 말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옅은 미소로 답했다. 이 고요함이</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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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중랑천 (2021년 8월) - 서울, 대한민국</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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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5-11-18T12:27:10Z</updated>
    <published>2025-11-12T11:23:35Z</published>
    <summary type="html">8월이 다가왔다.  지난 토요일, 그는 영상통화를 걸어와 자신의 집 구석구석을 보여주었다. 나는 그의 손에 들린채로 그의 거실을 지나 주방으로, 작은 방까지 돌아다녔다. 그는 다시 거실로 돌아와 소파 앞에 놓여있는 붉은색깔의 자전거를 비추었다. 출퇴근용으로 최근에 하나 구입했다며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웃었고, 그 표정이 어린아이처럼 순수해 보여 나도 모&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s%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2b3c%2Fimage%2FAIeq0W0-YqTBFSwcqSieRgwAigY.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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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태양의 섬 (2018년 4월) - 코파카바나, 볼리비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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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5-10-01T03:55:03Z</updated>
    <published>2025-10-01T03:00:06Z</published>
    <summary type="html">점심을 마치고 난 뒤, 우리는 호숫가의 배에 올랐다.  배가 천천히 움직이자 호수는 넓고 깊은 파란빛을 드러냈다. 햇볕은 유리처럼 맑았고, 수면 위에 부서지는 빛은 작은 은조각처럼 반짝이며 흩어졌다. 섬에 닿자 돌계단이 경사를 따라 이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고대 잉카의 계단과 테라스가 양옆으로 반복되고, 그 사이에는 옛 벽돌 잔해와 풀잎들이 섞여 있&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2b3c%2Fimage%2F0kF6AX8B91KTEafEwUqYdc2kfRw"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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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티티카카 호수 (2018년 4월) - 코파카바나, 볼리비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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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5-09-26T02:17:33Z</updated>
    <published>2025-09-26T02:17:33Z</published>
    <summary type="html">라파스를 떠난 버스는 구불거리는 산길을 세 시간 넘게 내달렸다.  차창 밖으로는 바위산과 눈 덮인 봉우리가 번갈아 나타났고, 햇살은 산자락에 부딪히며 금빛을 흘렸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공기가 묵직해져 귀가 서서히 막혔다. 나는 침을 꿀꺽 삼켜 보았다. 잠깐 귀가 뚫리는 듯하다가도 곧 다시 막혔다. 이번엔 코를 막고 숨을 세게 내뱉었지만, 먹먹한 울림은 여전&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2b3c%2Fimage%2FLtl2Q8SQEL5Qa1F_Em-shTABPnw.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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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LINE(2021년 7월) - 서울, 대한민국</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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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7-01T22:11:58Z</updated>
    <published>2025-09-14T05:57:50Z</published>
    <summary type="html">델타 변이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확진자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서울과 수도권은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아래 놓여 있었다. 저녁 모임은 제한되었고, 백신 접종은 진행중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아직 미접종 상태였다. 지인을 만나려면 허락된 시간과 장소를 골라야 하는, 혼란의 시대에 여전히 놓여있었다. 그런 시기였다. 서로가 서로를 조심하던 그런 시기였다. 한&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2b3c%2Fimage%2FJPzcdzq1aQii4uLo5L1Y-BFGMi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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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깔라꼬또 (2018년 4월) - 라파즈, 볼리비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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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5-08-20T13:58:49Z</updated>
    <published>2025-08-20T13:13:42Z</published>
    <summary type="html">버스는 저녁빛이 길게 깔린 칸투타니 길을  천천히 굽어 내려가고 있었다.   차창 너머로는 붉은 빛이 산허리를 감싸며 흘렀고, 멀리 일리마니의 봉우리는 빛과 어둠 사이에서 은근한 윤곽만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 사이에 잠긴 산을 바라보는 그의 옆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말이 없던 그는, 어딘가 멀리 마음을 두고 있는 듯했다. 들어오는 바람에 스치는 머리칼, 굳</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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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LINE (2021년 6월) - 서울, 대한민국</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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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5-09-06T08:54:59Z</updated>
    <published>2025-08-08T08:00:10Z</published>
    <summary type="html">그날따라 퇴근길의 바람이 조금 더 따뜻하게 느껴졌던 건,   온종일 흩어졌던 정신을 맥주 한 캔에 담아 조용히 눌러 앉히고 싶은 저녁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조명을 어둡게 낮추고, 부엌 창문을 반쯤 열어놓은 채 간단한 된장찌개와 계란말이를 만들었다. 어딘가 어수선한 테이블 위를 빠르게 정리한 뒤 두꺼운 책을 여러개 쌓은 후 스마트폰을</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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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소포카치 (2018년 4월) - 라파즈, 볼리비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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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5-08-04T13:34:21Z</updated>
    <published>2025-08-04T13:34:21Z</published>
    <summary type="html">해가 천천히 엘 알토 산등성이 너머로 사그라지고 있었다.  나는 버스에서 내려 익숙한 골목길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뺨을 스치는 선선한 공기도, 길가의 자갈들도 오늘따라 유난히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졌다. 그가 라파스로 돌아온다는 메시지를 받은 뒤로, 나도 모르게 매 순간을 의식하며 하루를 보냈다. 아침에 머리를 말릴 때, 거울 앞에 섰을 때, 거리의 쇼윈</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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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소포카치 (2017년 12월) - 라파즈, 볼리비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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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5-07-22T16:04:16Z</updated>
    <published>2025-07-18T14:18:50Z</published>
    <summary type="html">준이 떠난 지 한 달이 다 되어간다. 매일 아침과 저녁, 우리는 WhatsApp으로 짧은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마치 하루의 일기를 교환하듯, 그는 출근 전 고요한 숙소에서, 나는 퇴근 후 어둑해진 집에서 서로의 안부를 전했다. 한서 박 (20:30, 12월 17일)- 오늘은 마을 회관에서 아이들 방과후 수업을 하러 갔어. 아직도 얼굴을 기억 못하는 사람</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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