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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소하</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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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title>『슈가데이』작가에서 예술심리치료 전문가로, 감정을 굽고, 마음을 다루는 작가: 소하(素河)</sub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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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16-02-28T09:54:56Z</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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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오늘 357번째 사람이 기다렸다 - 동대문구 구청 대기 번호표 발급기 &amp;middot; 오전 10시 44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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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10T22:00:05Z</updated>
    <published>2026-10-10T22:00:05Z</published>
    <summary type="html">357번이 나왔다. 종이 한 장이었다. 번호표를 뽑는, 종이가 뜯어지는 소리가 났다. 손이 번호표를 가져갔다. 이 발급기가 기억하는 것은 오직 그 손들, 번호표를 뽑는 손들의 온도와 방식이다.  오전 열 시 사십사 분이었다. 오늘 정확히 357번째 손이었다.  이 구청은 아침 아홉 시에 문을 열었다. 한 시간 사십사 분 동안 1번부터 356번까지 손이 차&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1gIe%2Fimage%2FIfvxNQ-e-grOZijIgtX_FFZY9ho.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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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이 의자에 앉았던 사람들의 무게 - 서대문 병원 대기실 의자 &amp;middot; 오전 10시 23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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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3T22:00:17Z</updated>
    <published>2026-10-03T22:00:17Z</published>
    <summary type="html">오늘 이 의자에는 서른여섯 번 사람이 앉았다.  각각 달랐다. 무게도, 앉는 방식도, 온도도, 얼마나 오래 앉아있었는지도 달랐다. 이 의자가 기억하는 방식이 바로 그것이다.  스물여섯 번째가 기억됐다. 오전 열 시 이십삼 분이었다.  의자 끝에 걸쳐 앉았다. 의자 면의 앞쪽 삼분의 일에만 무게가 왔는데, 당장이라도 일어설 수 있는 방식이었다. 무게는 계속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1gIe%2Fimage%2FZstWT7oglWUFNYFVgAlWYCNCNM0.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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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에필로그 &amp;mdash; 당신에게도 도착했기를 - Plum &amp;amp; Almond Cake</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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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1T22:11:31Z</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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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mmary type="html">케이크를 받지 않겠다고 했다.  이런 종류의 주문은 처음이 아니었다. 관계가 끊어진 사람에게, 거절당할 것을 알면서도 무언가를 보내려는 사람들이 있었다. 매번 다른 사연이었지만 그 마음의 무게만은 비슷했다.  주문은 세 번째였다. 처음 두 번은 연락 없이 취소됐다. 세 번째는 전화가 왔다.  &amp;quot;안 받을 것 같아요. 그래도 만들어주세요. 열지 않아도 괜찮&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1gIe%2Fimage%2FD9oIKYb9dzzeJpMjaTfNtqEEc7Y.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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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이틀 뒤에 - Lemon Drizzle Cake</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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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9T22:00:00Z</updated>
    <published>2026-09-29T22:00:00Z</published>
    <summary type="html">케이크가 이틀 늦게 도착했다.   주문은 생일 전날 오후에 들어왔다. 전화를 건 사람은 딸이었다. 어머니 생일이 내일인데 직접 가지 못한다고 했다. 택배로 보내야 하는 거리였다.  딸은 케이크 종류를 따로 정하지 않았다. 엄마가 단 것을 많이 드시지는 않는다고, 대신 새콤한 과일은 좋아하신다고만 했다. 카드는 필요 없다고 했다. 보내는 사람 이름을 보면 엄&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1gIe%2Fimage%2Fx8QK3KJm5WRs8Z5sY84TyyfeXLs.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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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잘 받았대요 - Marble Cake</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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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7T22:00:01Z</updated>
    <published>2026-09-27T22:00:01Z</published>
    <summary type="html">주문서에는 주소가 두 개 적혀 있었다. 보내는 사람은 박재호, 서울 마포구. 받는 사람은 윤경희, 경기도 고양시.  주문 내용을 확인하려고 전화를 걸었다. 남자는 아내의 생일이라고 했다. 결혼한 뒤 서른세 번째 맞는 생일이었다.  &amp;ldquo;결혼하고 생일마다 케이크는 한 번도 안 빠뜨렸는데, 올해는 제가 직접 줄 수가 없어서요. 아내가 있는 곳으로 보내주세요.&amp;rdquo;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1gIe%2Fimage%2F1RzvFGPUrjgQ166HxXs1ivgH5K0.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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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두 시간의 집중 - 노원구 공공도서관 자리 예약 칸막이 &amp;middot; 오전 10시</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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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6T22:00:01Z</updated>
    <published>2026-09-26T22:00:01Z</published>
    <summary type="html">사람이 앉으면 온도가 오고, 오래 앉아있을수록 그 온도가 남았다가, 떠나면 서서히 사라진다. 그것이 이 칸막이와 책상이 기억하는 방식이다. 이 칸막이가 기억하는 것은 온도의 흔적이다. 오늘 아홉 시에 한 사람이 이 자리를 예약하며 카드를 꽂고 짐을 놓은 뒤, 잠깐 나갔다가 돌아왔다. 열 시에 그 사람이 돌아와 의자에 앉는 무게가 왔고, 가방이 책상 위에 올&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1gIe%2Fimage%2FtNtlhiSMyWxh3QFrWSklksThgcI.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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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마지막 케이크 - Eton Mess</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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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4T22:00:01Z</updated>
    <published>2026-09-24T22:00:01Z</published>
    <summary type="html">케이크 가게를 연 지 꼭 5년이 됐다.  기념일을 챙기지 않는 편이었다. 가게 문을 열었다. 반죽을 했다. 케이크를 구웠다. 주문이 왔다. 케이크가 나갔다. 그렇게 5년이 지났다. 5년 동안 몇 개의 케이크가 나갔는지 세어본 적이 없었다. 어디로 갔는지는 알고 있었다. 케이크마다 가는 곳이 있었다.  5주년이라는 것을 스스로는 챙기지 않았을 것이다. 달력에&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1gIe%2Fimage%2FTQpq_Nx3OLJYdcwfdqbgvk3hCow.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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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빈 집에도 빛은 남아 - Madeira Cake</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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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2T22:00:03Z</updated>
    <published>2026-09-22T22:00:03Z</published>
    <summary type="html">박력분을 체에 내려 폴딩할 때도 서두르지 않았다. 이 케이크 전체가 서두르지 않는 것에 관한 것이었다. 20년이라는 시간도, 그것을 떠나보내는 이 오후도 서두를 수 없는 일이었다.  짐이 다 나간 집에서 전화했다고 했다.  이런 이사 케이크를 주문받는 것이 처음은 아니었다. 새집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주로 시켰다. 정자처럼 떠나는 집을 위해, 그것도 자기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1gIe%2Fimage%2FNdU5AuZ3fYExzd8OlMOsnkIU2yU.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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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네가 없는 졸업식 - Chocolate Fudge Cake</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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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2T22:00:03Z</updated>
    <published>2026-09-22T22:00:03Z</published>
    <summary type="html">&amp;quot;교수님한테 케이크를 보내고 싶어요. 졸업식 날이에요. 그분이 못 오실 것 같아서요.&amp;quot;  목소리가 조심스러웠다. 그러면서도 단호했다. 교수님이 꼭 받으셨으면 한다고 했다.  이런 부탁을 받는 것이 처음은 아니었다. 참석하지 못하는 자리에 케이크로 마음을 대신 보내려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다. 매번 다른 관계, 다른 사연이었지만 케이크가 사람 대신 그 자리에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1gIe%2Fimage%2FAqaW2Xah3zY8M69zKxAzAOMz9bg.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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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그냥 안부요 - Orange &amp;amp; Almond Cake</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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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0T22:00:03Z</updated>
    <published>2026-09-20T22:00:03Z</published>
    <summary type="html">오빠 생일인데 케이크만 보내도 될까요. 유진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카드는 안 써도 되고요. 그냥 케이크만 보내도 되는지요.  그 말을 들으면서 두 사람 사이에 무언가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카드를 쓰고 싶지 않거나, 쓸 말을 모르거나, 쓸 수 없거나. 그중 하나였다. 이유는 물어보지 않았다. 카드 없이 케이크만 보내고 싶다는 것. 그것이 유진이 할 수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1gIe%2Fimage%2F0ez37KwlSUcNQR64iOUJsVPg2p4.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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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거울을 보지 않고 지나친 사람 - 종각역 지하 환승통로 거울 &amp;middot; 출근 시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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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19T22:00:02Z</updated>
    <published>2026-09-19T22:00:02Z</published>
    <summary type="html">이 거울은 지나가는 것들을 비춘다.  비추고 사라진다. 사라지고 다시 비춘다. 그것이 거울이 하는 일이다.  오전 여덟 시 사십오 분, 출근 시간의 종각역 환승통로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 거울 앞을 빠르게 지나가면서도 대부분은 어떤 식으로든 이 거울을 봤다. 의식하지 않아도 반사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 사람은 이 거울이 없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채&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1gIe%2Fimage%2FRW2PKoQGXphlP_VKp97sfOUuTrU.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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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내일을 건너는 밤 - Lemon Curd Swiss Roll</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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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17T22:00:04Z</updated>
    <published>2026-09-17T22:00:04Z</published>
    <summary type="html">'내일 수술이에요.' 아내가 말했다.  전화를 받으면서 잠깐 멈추었다. 내일 수술. 그 말이 가진 무게가 있었다. 그 앞의 날이 어떤 날인지가 있었다. 수술 전날. 케이크가 가야 하는 날.  남편 이름으로 주문했다. 받는 사람은 아내였다. 카드에 뭐라고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잠깐 있다가 말했다.   &amp;quot;그냥 이름만 써주세요. 지현이라고.&amp;quot;  지현이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1gIe%2Fimage%2F490SfQ_wFFf_lDYWLJeM9mymjVo.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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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마지막 출근길 - Battenberg Cake</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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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15T22:06:06Z</updated>
    <published>2026-09-15T22:00:05Z</published>
    <summary type="html">강 선생이 주문하면서 말했다. 제가 받는 게 맞나요, 보내는 건가요.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 두 가지 다 됩니다. 강 선생이 조금 웃었다. 그럼 저한테 보내는 걸로 해주세요. 제가 받는 사람이에요. 오늘이 마지막 날이거든요.  강 선생은 중학교 체육 교사였다. 33년이었다. 한 학교에서만 25년을 있었다. 오늘이 마지막 출근이었다. 제자들이 미리 케이크&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1gIe%2Fimage%2FpZts8LEjuL1JnZxLmFExLxb-ZXM.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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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부치지 못한 말들 - Scottish Shortbread</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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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15T22:00:05Z</updated>
    <published>2026-09-15T22:00:05Z</published>
    <summary type="html">서랍 안에 편지가 있다고 했다. 30년 치가.  주문 전화를 하면서 순이의 목소리가 조심스러웠다. 이런 주문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물론 된다고 했다. 어떤 주문이든 된다고 했다. 그러자 순이가 조금 더 말했다.  순이는 예순다섯이었다. 복자와 같은 동네에서 자랐다. 중학교를 같이 다녔다. 졸업하던 해 복자가 이민을 떠났다. 캐나다였다. 그 해 복자 생&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1gIe%2Fimage%2FVYe_FpB-E9-NdecWCNm1NtofFMo.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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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색이 돌아오는 시간 - Lavender &amp;amp; Chamomile Cake</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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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13T22:00:06Z</updated>
    <published>2026-09-13T22:00:06Z</published>
    <summary type="html">직장 동료가 대신 주문을 했다고 했다. 하은 씨 생일이라고.  주문 전화를 한 동료의 목소리가 낮고 조심스러웠다. 어떤 케이크를 사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하은 씨가 어떤 걸 좋아하는지 잘 모르거든요. 그 말이 먼저 왔다.  그 말을 들으면서 하은이 어떤 사람인지 잠깐 생각했다. 생일 케이크를 직접 주문하지 않은 사람. 동료가 대신 주문해야 하는 사람.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1gIe%2Fimage%2FymfDKJH516ZEJG69U6XZM1S0Imo.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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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오르는 방향과 내리는 방향 -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에스컬레이터 &amp;middot; 출근 시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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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12T22:00:04Z</updated>
    <published>2026-09-12T22:00:04Z</published>
    <summary type="html">발판 위에 올라오는 무게. 올라오는 방식. 올라온 뒤 서있는 방식. 내릴 때의 방식. 그 모든 것. 이 에스컬레이터가 기억하는 것은 결국 발의 무게다. 출근 시간,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오는 광화문역 에스컬레이터에 사람들이 많았다. 아침 여덟 시부터 아홉 시 사이, 그때 가장 많은 무게들이 왔다.  발판이 연속으로 움직이며 끊임없이 올라갔다. 발이 올라오면&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1gIe%2Fimage%2FsPesnqTckG5unr8UJtsxpylPuU8.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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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이름 없이 - Rose &amp;amp; Blackcurrant Cake</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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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10T22:00:06Z</updated>
    <published>2026-09-10T22:00:06Z</published>
    <summary type="html">이름을 적지 말아달라고 했다. 보내는 사람 이름을. 발신인 없이. 그것만 부탁했다.  이런 익명 주문이 처음은 아니었다. 사과, 감사, 뒤늦은 축하 같은 것들이 이름 없이 오갈 때가 종종 있었다. 매번 다른 사연이었지만 이름을 밝히지 않기로 한 결정에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었다.  이 케이크가 상대의 집 문 앞에 놓였을 순간을 그려봤다. 초인종이 울리고, 문&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1gIe%2Fimage%2Fbn5o3xZxYVV4LqwFqKDoweZlySY.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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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네 번호 앞에서 - Dundee Cake</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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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08T22:00:08Z</updated>
    <published>2026-09-08T22:00:08Z</published>
    <summary type="html">전화 목소리가 떨렸다. 나이 든 남자의 목소리가 떨린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태양(73세)이 말했다. 아들 생일인데요. 케이크를 보내고 싶어요. 카드에 미안했다, 딱 그 말만 써주세요.  목소리가 조심스러웠다. 이것이 받아들여질지 모르는 사람의 목소리였다. 거절당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전화를 한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가 떨렸다는 것이 중요했&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1gIe%2Fimage%2F_4AC48QcZu81dwX5XAqDjNMLsEo.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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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골목은 기억한다 - Honey &amp;amp; Lilac Cake</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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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06T22:00:10Z</updated>
    <published>2026-09-06T22:00:10Z</published>
    <summary type="html">소희가 가게 유리창 앞에 한참 서있었다.  들어올지 말지 모르는 사람의 자세였다. 발이 방향을 정하지 못한 사람. 그런 사람이 있다. 안에서 그것을 보았다. 말을 걸지 않았다. 기다렸다.  소희는 4분쯤 서있었다. 문을 열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사람. 그런 사람이 있다. 20년 만에 돌아온 골목에서 가게 유리창 앞에 서있는 것이 그 사람이 할 수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1gIe%2Fimage%2FNkm3a6NcJjNYn7yuQVdCI6XriW0.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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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비가 온 뒤 달라지는 것들 - 북한산 등산로 나무 계단 &amp;middot; 이른 아침</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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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05T22:00:07Z</updated>
    <published>2026-09-05T22:00:07Z</published>
    <summary type="html">비가 온 뒤였다. 이른 아침이라 산은 조용했다. 이 계단이 기억하는 것들 중에 빗물이 있다. 비가 오면 나무 표면의 습도와 마찰이 달라지고, 빗물이 나무 결 사이로 들어가며 나무가 조금 팽창해, 그것이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방식도 매번 달라진다. 오늘 이른 아침, 간밤에 비가 온 나무 계단 표면은 완전히 젖지도 마르지도 않은, 반은 젖고 반은 마른 상태였다.&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1gIe%2Fimage%2FyW4WHreEVfMWDlItfR9fyIutj6w.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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