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아도 디자인은 작동한다

D-46 │ 슬롯적 가치 디자인까지 46일

by컬러코드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으면 익숙한 소리가 들립니다.

"딩동댕."

보행신호가 바뀌었다는 것을 알려 주는 음향신호입니다.

우리는 대부분 초록불을 보고 길을 건넙니다.

그래서 그 소리를 특별히 의식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그 소리가

길을 건널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주는 중요한 정보입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의 도시에는 생각보다 많은 소리가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는 소리,

지하철 문이 닫힌다는 안내음,

버스에서 정류장을 알려 주는 방송,

화재가 발생했을 때 울리는 경보음.

우리는 이런 소리를 너무 자주 들어서 디자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소리를 듣고 멈추고,

누군가는 움직이며,

누군가는 위험을 피합니다.

소리도 사람의 행동을 돕는 하나의 디자인 언어입니다.


우리는 흔히 디자인을 '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색,

형태,

글자,

이미지.

하지만 사람이 세상을 경험하는 방법은 눈 하나뿐이 아닙니다.

보고,

듣고,

만지고,

때로는 몸으로 느낍니다.

그렇다면 좋은 디자인 역시 여러 감각으로 전달되어야 합니다.


특히 공공공간에서는 더 그렇습니다.

중요한 정보를 색으로만 구분한다면 색을 구별하기 어려운 사람에게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글자로만 안내한다면 글을 읽기 어려운 사람이나 그 언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시각정보와 함께 소리를 제공하고,

소리와 함께 촉각정보를 제공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하나의 정보에 여러 개의 길을 만들어 주는 것.

그것이 포용적인 디자인입니다.


하지만 소리가 많다고 좋은 디자인은 아닙니다.

너무 많은 안내방송과 경고음은 오히려 중요한 정보를 놓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소리가 지나치게 크거나 반복되면 누군가에게는 불편과 스트레스가 됩니다.

그래서 소리의 디자인에는 또 다른 질문이 필요합니다.

어떤 소리가 정말 필요한가?

언제 들려야 하는가?

얼마나 크게 들려야 하는가?

다른 소리와 쉽게 구별되는가?

좋은 사운드 디자인은 소리를 더 많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소리를 필요한 순간에 정확하게 전달하는 일입니다.


이것은 공공디자인에도 중요한 원칙입니다.

정보가 많다고 친절한 것은 아닙니다.

표지판이 많다고 길을 찾기 쉬운 것도 아니고,

안내방송이 많다고 안전한 것도 아닙니다.

사람에게 필요한 순간을 이해하고

그 순간에 가장 적절한 방식으로 정보를 전달해야 합니다.

디자인은 정보를 추가하는 기술이 아니라,

때로는 정보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기술입니다.


문득 사람 사이의 대화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상대를 돕고 싶을 때 많은 말을 합니다.

설명하고,

충고하고,

방법을 알려 줍니다.

하지만 상대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많은 말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괜찮아?"

"도와줄까?"

"천천히 해도 돼."

필요한 순간에 건네는 짧은 한마디가

긴 설명보다 더 큰 힘이 되기도 합니다.


좋은 디자인도 그렇습니다.

자신의 존재를 계속 드러내지 않습니다.

평소에는 조용히 있다가,

사람이 필요로 하는 순간에 나타납니다.

멈춰야 할 때 알려 주고,

움직여도 될 때 신호를 보내며,

위험할 때는 분명하게 경고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디자인을 눈으로만 찾을 필요가 없습니다.

때로는 잠시 눈을 감아 보면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디자인이 들리기 시작합니다.


내일 횡단보도 앞에 서게 된다면 잠시 주변의 소리를 들어보세요.

평소에는 그냥 지나쳤던 작은 안내음 하나에도

누군가가 혼자 길을 건널 수 있도록 돕고,

누군가가 위험을 피할 수 있도록 만든

사람을 향한 고민이 숨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좋은 디자인은 보이지 않아도 사람에게 도착합니다.



오늘의 깨달음

디자인은 눈으로 보는 것만이 아닙니다.

누구나 필요한 정보를 자신의 방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드는 것도 디자인입니다.



오늘의 사유

오늘 하루 눈을 감고 주변의 소리를 잠시 들어보세요.

그중 여러분에게 정보를 알려 주거나 행동을 바꾸게 하는 소리는 무엇인가요?

평소에는 알아차리지 못했던 디자인이 들릴지도 모릅니다.



함께 사유해 볼 질문

우리가 만드는 디자인은 정보를 한 가지 방법으로만 전달하고 있나요?

아니면 보고, 듣고, 느끼는 방식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정보가 도달할 수 있도록 여러 개의 길을 열어 두고 있나요?



English Summary

Design Works Even with Your Eyes Closed

Design is not only visual.

Sounds at pedestrian crossings, elevators, public transportation, and emergency systems help people understand information, make decisions, and stay safe.

Inclusive design creates more than one way for important information to reach people.

Good design can be seen, heard, touched, and experienced.



Keywords

Sound Design
Public Design
Accessibility
Inclusive Design
Multisensory Design
Universal Design
Social Value 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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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컬러디자인연구소

#박영심


사유는 질문에서 시작되고, 디자인은 변화에서 완성된다.

디자인은 무엇을 만들었는가보다 무엇을 변화시켰는가로 평가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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