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두 돌이 되는 첫째 아이는 바카라을 정말 좋아한다. 많이 읽을 땐 오전에만 10~20권에 달하는 바카라을 읽는데, 같이 읽다 보니 나도 내용을 거의 외워서 마치 도서관 사서 선생님이 된 기분이다. 아이가 아직 글을 읽지 못해서 그림을 위주로 보는 눈치인데, 재미있는 건 내가 글자를 읽고 있으면 바카라을 넘기지 않고 가만히 기다리다가 다 끝나가면 바카라을 넘길 준비를 한다.
그리고, 바카라마다 나름 좋아하는 이른바 '꽂힌' 장면이 있다.예를 들어, 공룡 중에 트리케라톱스를 유난히 무서워하는데, 무서워하면서도 절대 그 페이지를 생략하지 않고 매번 트리케라톱스를 콕 집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무셔~'라고 동작을 하고 넘어간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장면도 '포풍우!~우르릉 쾅!'을 외치고 바들바들하는 동작을 반드시 하고 넘어가는 식이다.
그런데, 아이가 바카라을 중간까지만 읽다가 어느 부분에서 딱 끊고다른 바카라을 읽어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아니 그래도 기승전결을 보고 마무리를 지어야지'라는 직업적 본능(?)에 '이거 뒤에까지 읽어보자~응?'하고 설득해도 딱 거기까지만 읽고 다른바카라을 읽어달라고 초롱초롱 쳐다보니 안 읽어줄 수도없지만 매번 찝찝했다. 이렇게 읽는 게 교육적으로 맞는 건가... 사실 곰돌이 팬티가 어딨는지 나도 너무 궁금한데...
휴직을 하고 나서는 평일에도 집에 있으니 내가 바카라을 더 많이 더 자주 읽어주게 되었다. 아무래도 마음의 여유가 있어서인지 바카라을 읽어주는 와중에 찬찬히 아이의 표정을 지켜보다가 문득 깨닫게 된 것이 있다.
바카라을 아이에게 읽어주는 게 아니라, 바카라으로 아이를 읽는 시간이었다.
찬찬히 들여다보면, 같은 바카라이지만 지난주에 멈춘 페이지와 오늘 멈춘 페이지가 다르고, 조용히 쳐다만 보다 넘기던 지난 주와는 달리 이번 주에는 씩 웃거나 나를 따라 하는 식으로 반응을 하기도 한다. 딸기만 열 번을 외치던 지난 주와는 달리 이번 주에는 딸기를 먹는 여자 아이가 누구인지 물어보기도 한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아이는 매일 성장하고, 아이와 함께 바카라을 읽는 시간은 바카라에 대한 아이의 반응을 통해 그 성장을 조금이나마 부모가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첫째는 요즘도 무슨 기준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름 신중하게 바카라을 골라 나에게 가져오곤 하고, 나는 그 바카라 속의 글자를 읽는 척 하지만 사실은 아이가 이번에는 무엇에 꽂혀있는지(?)를 집중해서 지켜보곤 한다. 찬찬히 지켜보면 매주 재미있는 변화들이 많이 숨겨진 것이 아이와의 바카라 읽기인 듯하다.
어제와 오늘, 유독 나보다는 엄마에게만 바카라을 읽어달라고 해서 글을 쓰는 지금도 마음이 좀 쓰라린데, 아내와의 '바카라 읽어주는 사람'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할 수 있는 전략을 고민해 봐야겠다.
첫째가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인 딸기 장면. 얼마 전에는 딸기에만 집중하더니 이제는 여자아이가 누군지도 물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