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에이전트 출입증과 건당 통행료가 부과되기 시작하다

세일즈포스가 시작합니다.

by김영욱

몇 년 전 한 아파트 단지가 택배 차량의 지상 출입을 막으면서 큰 논란이 있었죠. 단지 입장에선 아이들을 위한 안전 조치였습니다. 하지만 택배 기사님들에겐 단지 입구부터 손수레로 나르거나, 자비로 저상 탑차로 바꿔야 하는 '추가 비용'이었습니다. 같은 규칙인데, 그 비용을 누가 떠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 거죠.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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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즈포스가 지금 비슷한 규칙을 만들고 있습니다.


11월부터 세일즈포스는 클로드 같은 외부 AI 에이전트를 '등록'하도록 요구합니다. 에이전트가 세일즈포스 안에서 데이터를 수정하거나 분석할 때마다 과금 대상인 '인터랙션'으로 집계됩니다. 명분은 보안이지만, 당연히 과금항목입니다. 무제한을 원하면 가장 윗 단계인 '헤드리스 라이선스'를 사라고 합니다. (출처: The Information)


얼마 전 제가 "데이터 위에 톨게이트를 세우는 시대가 온다"고 글을 썼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진짜 요금소가 들어섰습니다. 그리고 곧 모든 SaaS기업들이 시작할 겁니다.


1. 보안 이야기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에이전트에게 고유 ID와 좁은 권한을 주는 건 맞는 방향입니다. 사람 계정을 빌려 쓰는 에이전트는 트레이스나 감사 관점에서 악몽이니까요. 문제는 그 신원 관리 장치에 계량기가 붙어 나온다는 겁니다. 거버넌스와 과금이 한 몸이 되는 순간, 고객은 보안 기능마저 요금 장치로 생각하기 시작하겠죠.


2. SAP는 비슷하지만 좀 다릅니다.

SAP는 호출 횟수가 아니라 판매오더, 송장 같은 비즈니스 결과물에 값을 매긴 거죠. 즉 성과 기반 (Outcome-based)으로 그 답을 찾으면 과금을 할 예정입니다. 세일즈포스의 '인터랙션'은 결과가 아니라 호출 단위입니다. 에이전트가 세 번 헛발질해도 세 번 과금됩니다. 같은 시험대에 더 불리한 설계로 오른 셈입니다. 여러분들 생각은 어떠신가요?


3. 통행료가 비싸면 길이 바뀝니다

이미 앤쓰로픽과 오픈AI로 세일즈포스 안의 업무를 무료로 자동화하고 있는 기업들이 대부분인데, 여기에 요금이 과하면 데이터를 아예 밖으로 옮기겠다는 반응도 있습니다.

소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잡는 지점입니다. 시트당 매출 감소를 막으려다 데이터 중력 자체를 잃을 수 있습니다.


4. 질문은 '어떻게 막을까'가 아니라 '무엇에 값을 매길까'가 되어야 합니다.

제 견해로는 견적부터 수금까지 이어지는 프로세스처럼 맥락이 깊은 업무에서는 여전히 애플리케이션 벤더가 제공하는 AI가 이깁니다. SAP는 그런 의미에서'접근료/통행료'가 아니라 '정제된 맥락'을 사용했을 때 값을 매기려는 방향입니다.

외부 에이전트가 Cloud ERP를 휘젓고 다니는 시대에 진짜 경쟁력은 API 호출 계량기가 아닙니다. 에이전트가 틀리지 않게 일하도록 만드는 비즈니스 시맨틱과 프로세스 맥락입니다.


통행료는 길을 막지만, 잘 만든 네이게이션은 사용자를 모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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