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제가 NIA [한국지능정보슬롯진흥원] 디지털서비스 이슈리포트 2026년 7월호에 기고한 '워크플로우를 가진 SaaS만 살아남는다.'를 이곳 온라인카지노에서 공유합니다.
2026년 상반기, 이스라엘의 암호화폐 관리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Utila는 회사의 소프트웨어 예산을 50% 삭감했다. 방법은 단순했다. B2B GTM 및 세일즈, 마케팅 영역에서 매우 빠르게 성장 중인 Clay, Vendelux를 비롯한 10개의 SaaS 앱을 해지하고, 잠재 고객 추적부터 이메일 발송, 마케팅 캠페인 관리까지 이 앱들이 수행하던 모든 기능을 AI 에이전트 하나로 통합했다. 그리고 허브스팟만 남겼다. 단, 그 용도는 ‘데이터 저장소’로 쓰일 뿐이다. 이 변화는 2026년 기업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진행 중인 구조 전환의 본질을 가장 선명하게 압축한다.[1]
프랑스 제약 기업 사노피(Sanofi)는 앤트로픽 클로드 코드와 스타트업 소프트웨어로 구축한 자체 AI 에이전트를 통해 서비스나우 사용을 줄이고,아웃소싱 업체가 처리하던 구매 주문 감사 업무를 대체했다. 스타벅스는 마이크로소프트와 IBM 제품의 AI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업종도, 규모도, 지역도 다른 이 기업들이 동일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은, 이것이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구조적 전환임을 가리킨다.
시장은 이미 이 전환의 의미를 인식했다. 2026년 2월, S&P 500 소프트웨어·서비스 지수에서 불과 이틀 만에 2조 달러가 증발했다. 이 사건을 시장은 '사스포칼립스(SaaSpocalypse)'라 명명했다. 촉발 요인은 앤트로픽의 엔터프라이즈 에이전트 플러그인 출시와 세일즈포스, 서비스나우, 구글의 에이전트 제품 출시가 겹친 것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하나의 구조적 인식이 있었다. AI 에이전트가 워크플로우를 자율적으로 수행하기 시작하면, 사람이 대시보드에 로그인해야 가치가 발생하던 SaaS의 가격 공식이 근본적으로 흔들린다는 것이다. 가트너는 이를 "사용자 성장과 매출 성장 사이의 연결 고리가 끊어졌다"고 표현했다.[2]
숫자는 이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2026년 1분기 AI 네이티브 기업 지출은 전년 대비 94% 급증한 반면, 전통 SaaS 성장률은 8%에 머물렀다. 가트너는 에이전트 AI가 2030년까지 2,340억 달러 규모의 기업 소프트웨어 지출을 잠식할 것으로 전망하며, 딜로이트는 2026년 기업 디지털 혁신 예산의 50% 이상이 AI 자동화에 배분될 것으로 예측했다.[3] 이 수치들이 공통적으로 가리키는 것은 하나다. 20년간 기업 IT 예산의 핵심 항목이었던 SaaS 구독 모델이 구조적 압박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그 압박의 구조를 분석한다. 핵심 논지는 명확하다. AI 에이전트 시대에 기업 소프트웨어의 생존을 결정하는 기준은 기능의 풍부함이나 사용자 경험의 완성도가 아니다. 그것은 '워크플로우를 소유하고 있는가, 아니면 데이터를 보관하고 있는가'의 차이다. 에이전트가 API를 통해 워크플로우를 직접 실행하는 세계에서, 실행 레이어를 잃은 소프트웨어는 데이터 창고로 전락한다. 허브스팟의 운명이 그것을 예고하고 있다.
‘사스포칼립스’를 단순한 주가 조정으로 읽는 것은 본질을 놓치는 것이다. 이것은 새로운 위협이 등장한 날이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이던 구조 전환이 임계점을 넘었다는 시장의 인식이 가시화된 날이다. 투자자들이 실제로 정가에 반영하기 시작한 질문은 하나였다. AI 에이전트가 사용자 대신 워크플로우를 실행하는 세계에서, 사용자 로그인을 전제로 설계된 소프트웨어의 현재 가격은 정당한가. 세일즈포스와 서비스나우는 모두 직전 분기까지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보고한 상태였다는 점에서, 이 하락은 실적 부진이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의 구조적 취약성에 대한 선제적 재평가였다. 이 재평가의 논리는 명확하다.
AI 에이전트는 RPA라고 불리는 기존 오토메이션과 근본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소프트웨어와 상호작용한다. RPA가 화면의 버튼을 클릭하고 정해진 절차를 따르는 것이라면, AI 에이전트는 API를 통해 시스템에 직접 접근해 비정형 입력을 처리하고 다단계 의사결정을 자율적으로 수행한다. 에이전트가 사람 대신 소프트웨어에 접속하는 순간, 그 소프트웨어에 정교한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존재하는지 여부는 더 이상 가치 판단의 기준이 되지 않는다. 수십 억 달러의 R&D가 투자된 대시보드 디자인과 UX 최적화는 에이전트 앞에서 무의미해진다.
시장의 반응은 예고였고, 실제 기업 예산 데이터는 그 예고가 현실임을 확인한다. AI 네이티브 기업의 94% 대비 전통 SaaS 성장률 8%, 이 두 숫자의 격차는 단순한 신기술 채택 속도 차이가 아니다. 기업 IT 예산이라는 한정된 파이 안에서 예산 항목의 구조적 이동이 발생하고 있다는 신호다. 이 이동의 특징은 AI 예산이 기존 IT 예산과는 다른 항목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딜로이트 리포트는, 기업들이 AI 자동화에 투입하는 예산의 상당 부분은 소프트웨어 항목이 아니라 운영 지출(OpEx) 항목, 더 구체적으로는 인건비 항목에서 전환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기업들은 소프트웨어와 인력이라는 두 축을 동시에 AI로 대체하기 시작했다.
한편 이 전환에서 수혜를 받는 소프트웨어도 존재한다. 사노피의 사례에서 서비스나우 사용은 줄었지만 SAP 사용은 오히려 늘었다. AI 에이전트 투자가 확대됨에도 불구하고 SAP와 같은 ERP 시스템의 위상이 오히려 강화되는 현상은, 이 전환이 소프트웨어 전체의 소멸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내부에서의 선별적 재편임을 시사한다.
‘사용자 수×좌석 단가’가 매출이 되는 전통적인 Per-Seat 모델의 붕괴를 인식한 소프트웨어 벤더들이 꺼내든 방어 전략이 있다. 플랫폼 밖의 AI 에이전트가 자사 데이터에 접근할 때 별도의 과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이를 '에이전트 접근세(Agent Access Tax)'라고 한다. 허브스팟이 투자자들에게 예고한 바로 그 전략이다. 외부 AI 에이전트가 자사 CRM 데이터를 호출할 경우 과금하겠다는 계획은, 사용자 로그인이 줄어도 데이터 접근 자체를 수익화하겠다는 논리다. 서비스나우도 유사한 방향을 검토하고 있으며, SAP와 오라클은 이미 '간접 접근' 과금 정바카라을 통해 이 전략을 만들어 놓은 상태다.[4]
단기적으로 이 전략은 매출 방어 수단으로서 일정한 효과를 가질 수 있다. 데이터 소유권이 있는 플랫폼은 에이전트가 그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한 협상력을 유지한다. 그러나 이 전략이 내포하는 구조적 역설은 분명하다. 에이전트 접근에 과도한 비용을 부과하는 벤더는 고객에게 플랫폼 이탈의 경제적 동기를 제공한다. Utila의 바카라임자는 허브스팟이 외부 에이전트에 과금하더라도 계속 사용하겠다고 밝혔지만, 그 이유는 그 워크플로우 가치 때문이 아니라 이미 축적된 데이터를 이전하는 비용이 더 크기 때문이다. 데이터 이전 비용이라는 락인이 사라지는 순간, 에이전트 접근세는 고객 이탈을 가속화하는 촉매가 될 것이다. 기업들은 이미 이 위험을 인식하고 소프트웨어 계약 갱신 시점에 에이전트 접근 조건을 명시적으로 협상 의제로 올리기 시작했다. "에이전트가 우리 데이터를 읽고 쓸 때의 비용 구조는 무엇인가. 외부 에이전트와 벤더 자체 에이전트 사이에 차등 요금이 있는가. API 호출량 급증 시 서차지가 발생하는가." 이 질문들은 2026년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구매 협상의 표준 의제가 되고 있다. 계약 이전에 이 조건을 확정하지 못한 기업들은, 에이전트 배포가 본격화되는 시점에 예상치 못한 비용 구조와 마주칠 위험이 있다.
에이전트 접근세 전략이 궁극적으로 직면하는 한계는 더 근본적인 지점에 있다. 데이터를 볼모로 한 방어 전략은 데이터 소유권이 지속되는 동안만 유효하다는 점이다. 기업들이 데이터를 독립 레이크하우스로 이전하거나, AI 에이전트가 복수의 소스에서 데이터를 재구성하는 역량을 갖추게 되면, 단일 플랫폼의 데이터 독점력은 약화된다. 이 시나리오에서 에이전트 접근세는 단기 수익 방어 수단으로 기능했다가, 플랫폼 전환 비용이 낮아지는 시점에 고객 이탈 트리거로 전환될 수 있다. 방어 전략이 동시에 탈출구를 알리는 신호가 되는 역설이다.
글로벌 제약 기업 사노피의 AI 에이전트 구축은 소프트웨어 구독, 파트너 소프트웨어, 그리고 인력 아웃소싱이라는 세 가지 비용 항목을 동시에 재편했다. 여기에서 눈 여겨봐야 할 점은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그 선택의 구조다. 서비스나우는 줄였지만 SAP 사용은 늘렸다. 이 비대칭적 결과는 AI 에이전트 시대의 소프트웨어 생존 법칙을 압축한다. 서비스나우가 수행하던 IT 서비스 관리 워크플로우는 에이전트가 직접 실행 가능한 영역이었다. 반면 SAP가 보유한 ERP 데이터, 즉 구매 주문, 재무 기록, 공급망 정보는 에이전트가 작동하기 위해 반드시 접속해야 하는 '진실의 단일 원천'이다. 에이전트는 SAP를 대체한 것이 아니라 SAP 위에서 작동한다. 이것이 같은 AI 에이전트 도입이라는 의사결정이 두 소프트웨어에게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온 이유다.
이 변화는 기업들이 AI 도입을 계기로 오랫동안 쌓인 레거시 기술 부채를 직시하고, 소프트웨어 스택을 단순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재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AI를 단순히 기존 소프트웨어에 추가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존 소프트웨어를 AI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리고 그 대체의 대상은 '더 많은 기능을 가진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워크플로우의 실행 역할을 담당하던 소프트웨어'다. 반면 데이터를 소유한 소프트웨어는 남는다. 기능이 아니라 데이터 소유권이 생존을 결정하는 새로운 질서가 기업 구매자들의 실제 의사결정 안에서 이미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사노피의 예에서 또한 주목해야 할 항목이 있다. 바로 인도 아웃소싱 업체의 역할 축소가 그것이다. 이 변화는 소프트웨어 시장의 재편을 넘어, 지난 40년간 글로벌 기업 운영의 핵심 원리였던 노동 차익거래(Labor Arbitrage) 모델의 구조적 종언을 예고한다. 노동 차익거래의 논리는 단순했다. 선진국 기업이 반복적이고 규모가 크며 노동 집약적인 업무를 임금 수준이 낮은 국가의 인력에게 위탁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다. 인도는 이 모델의 최대 수혜자였다. 수백만 명의 중산층이 이 모델 위에서 형성됐다. 이 모델을 작동시킨 조건들이 지금 AI 에이전트에 의해 정면으로 해체되고 있다. 반복성, 예측 가능성, 규모의 경제. 아웃소싱이 유효했던 이유였던 이 세 가지 특성은, 동시에 AI 에이전트 자동화의 최우선 대상이 되는 조건이기도 하다. 오라클은 2026년 상반기 인도에서 1만 2,000명을 감축하며 AI 투자를 확대했고, TCS도 1만 2,000명 감원을 단행했다. 인도 주요 IT 기업들은 2026 회계연도 첫 9개월간 순 고용 증가가 사실상 17명에 그쳤다. 수만 명 단위로 신규 채용하던 산업이 사실상 채용을 멈춘 것이다.[5]
이 전환이 한국 IT 서비스 산업에 갖는 함의는 직접적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아웃소싱 대신 AI 에이전트를 선택하는 구조적 흐름은, 대형 SI 프로젝트의 인력 기반 수익 모델에도 동일한 질문을 던진다. 사람이 수행하던 반복 업무를 AI 에이전트가 대체하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인력 규모를 기반으로 한 프로젝트 과금 방식은 구조적 압박을 받는다. 이 압박은 위협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역할로의 전환 기회이기도 하다. 에이전트를 구축하고 기업 시스템과 연결하며 안전하게 오케스트레이션하는 역량, 즉 사노피가 외부에 의뢰한 것을 내부화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 그것이다. 이 기회를 누가 먼저 구조화하느냐가 향후의 경쟁 우위를 결정할 것이다.
기업용 소프트웨어는 오래전부터 두 가지 역할로 구분되어 왔다. 시스템 오브 레코드(System of Record)와 시스템 오브 인게이지먼트(System of Engagement)다. 전자는 데이터의 단일 원천이다. ERP, CRM, HRIS처럼 기업의 핵심 데이터가 생성되고 저장되며 참조되는 플랫폼이다. 후자는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자가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인터페이스다. 이메일, 협업 도구, 마케팅 자동화 플랫폼, 프로젝트 관리 앱들이 여기 속한다. 두 레이어는 오랫동안 공존했다. 데이터는 레코드 시스템에 있고, 사람은 인게이지먼트 시스템을 통해 그 데이터와 상호작용했다.
AI 에이전트의 등장은 이 공존 구조를 근본적으로 흔든다. 에이전트는 인게이지먼트 레이어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목표가 주어지면 레코드 시스템의 API에 직접 접속해 데이터를 읽고, 판단하고, 결과를 기록한다. 사람이 인게이지먼트 도구를 통해 수행하던 중간 단계들이 에이전트의 자율 실행으로 압축된다. 이 구조에서 인게이지먼트 레이어는 에이전트가 우회할 수 있는 선택적 인터페이스로 격하된다. 반면 레코드 시스템은 에이전트가 반드시 접속해야 하는 데이터의 원천으로서 오히려 위상이 강화된다. 이것이 생존의 분기점이다.
소프트웨어가 '워크플로우의 실행자'로 기능해왔는지, 아니면 '데이터의 소유자'로 기능해왔는지가 AI 에이전트 시대의 운명을 결정한다. 전자는 에이전트에게 역할을 빼앗기고, 후자는 에이전트의 필수 접속 대상이 된다. 그리고 이 분기점은 소프트웨어의 브랜드나 시장 점유율, 혹은 지난 10년간 쌓아온 고객 관계와 무관하게 작동한다. 시장에서 가장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소프트웨어라도, 그것이 워크플로우 실행 역할에 의존해왔다면 에이전트 시대의 구조적 압박에서 자유롭지 않다. 프로세스 편의성 위에 구축된 도구는 에이전트가 동일한 결과를 API 호출로 직접 달성하는 순간 존재 이유를 잃는다. 이 분기점을 이해하면, 사노피가 서비스나우를 줄이고 SAP를 늘린 선택의 논리가 명확해진다.
SAP의 생존 논리는 역설적으로 단순하다. SAP는 기업의 구매 주문, 재무 데이터, 공급망 기록, 인사 정보를 보유한 단일 원천이다. AI 에이전트가 기업 운영과 관련된 어떤 업무를 수행하던, 그 업무의 대부분은 SAP 데이터를 참조하거나 SAP에 결과를 기록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에이전트는 SAP를 대체하지 않는다. SAP 위에서 작동한다. 에이전트 시대에 SAP의 가치는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에이전트 오케스트레이션의 허브로서 오히려 강화된다. 수십 년에 걸쳐 기업의 핵심 트랜잭션 데이터를 축적해온 이 플랫폼들은, AI 에이전트가 확산될수록 더 많은 에이전트 접속 요청을 받게 된다. '에이전트 접근세' 논쟁이 가장 현실적으로 적용되는 것도 이 레이어다.
반면 마케팅 자동화, 이메일 캠페인, 영업 파이프라인 관리, 고객 지원 티켓 처리라는 다층적 워크플로우를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실행하는 '올인원 CRM·마케팅 플랫폼'으로 성장해온 허브스팟은 다른 경로를 걷고 있다. 이 포지셔닝의 핵심 가치는 워크플로우 실행의 통합성이었다. 그러나 AI 에이전트는 이메일 발송, 잠재 고객 추적, 캠페인 관리를 인터페이스를 거치지 않고 직접 수행할 수 있다. 남은 것은 데이터다. 고객 정보, 거래 이력, 커뮤니케이션 기록. 에이전트가 참조해야 할 데이터가 안에 있는 한, 허브스팟은 해지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역할은 '워크플로우 플랫폼'에서 '데이터 창고'로 축소된다.
2026년 7월, 깃허브는 전례 없는 경쟁 압박에 직면해 있다. 코드 저장소와 AI 코딩 보조라는 두 개의 핵심 사업 영역이 동시에 공격받고 있다. 커서는 VS Code를 포크해 AI 네이티브 코드 에디터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조하며 깃허브 코파일럿의 AI 코딩 시장 선점 지위를 잠식해왔다. 오픈AI는 전 깃허브 임원을 영입하여 코드 저장소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전략적 선언을 했다. 주간 활성 사용자 9억 명의 챗GPT와 개발자 생태계를 보유한 오픈AI가 코드 저장소 시장에 진입하면, 깃허브는 AI 코딩 어시스턴트와 저장소라는 두 사업 모두에서 오픈AI와 정면으로 경쟁하게 된다.
여기에 덧붙여 가장 상징적인 경쟁자가 등장했다. 전 깃허브 CEO가 창업한 스타트업 Entire가 독자적인 깃(Git) 서비스를 출시한 것이다. 깃허브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그 대체재를 제공하고 있다. 엔타이어 전략은 깃허브의 가장 취약한 지점을 정확히 겨냥한다. 깃허브는 6월 한 달에만 여섯 차례의 서비스 장애를 기록했는데 AI 에이전트 트래픽의 급증이 주요 원인이다. 사람이 코드를 작성하고 커밋하던 시대와 달리, AI 에이전트가 24시간 자율적으로 코드를 생성하고 수정하며 PR을 올리는 환경에서 트래픽 패턴 자체가 바뀌었다. 깃허브가 자체 서버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애저로 인프라를 이전하며 장애를 줄이겠다고 밝혔지만, 그 전환이 완료되기 전까지 경쟁자들은 이 공백을 파고들고 있다.
애저 클라우드, 깃헙, M365, 팀즈, 오픈AI 파트너십이 하나의 수직 통합 스택을 형성하며, 엔터프라이즈 IT 조달 채널 자체가 마이크로소프트 솔루션 안에 있다는 구조는 독립 AI 스타트업에게는 넘기 어려운 진입 장벽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전략의 핵심 사례가 깃허브 코파일럿이었다. 포츈 100 기업 90%의 침투율, 유료 구독자 470만 명, M365 번들 안에 포함되는 조달 구조. 이것이 지금까지의 현실이었다.
하지만 2026년 6월 이후 이 해자에 균열이 생겼다. 수직통합의 강점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수직통합이 전제하는 조건, 즉 각 레이어가 에이전트 시대의 트래픽 패턴에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충족되지 못할 때 균열이 발생한다는 것이 깃허브의 사례가 드러내는 새로운 법칙이다. 수직통합은 구조적 강점이지만, 그 강점이 유지되려면 각 레이어가 새로운 환경의 요구에 지속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깃허브의 반복적 장애는 수직통합 구조 안에서도 인프라 레이어가 AI 에이전트 시대의 사용 패턴 변화를 따라가지 못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주는 구체적 사례다.
더 구조적인 문제는 오픈AI와의 관계에서 비롯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에 수백억 달러를 투자하고 애저를 통해 오픈AI의 모델을 배포하는 핵심 파트너다. 이 파트너십은 AI 전략에서 모델 역량을 확보하는 핵심 수단이었다. 그러나 오픈AI가 깃허브의 저장소 사업을 직접 겨냥하는 경쟁자로 나서는 순간,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신의 가장 중요한 AI 파트너가 자신의 핵심 자산을 위협하는 역설적 상황에 놓인다. 이 균열이 수직통합 전체의 붕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포츈 100 기업들의 마이크로소프트 의존도는 단기간에 바뀌지 않는다. 그러나 깃허브의 사례는 중요한 교훈을 남긴다. 수직통합이 만드는 해자는 정적인 구조물이 아니다. AI 에이전트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트래픽 패턴, 새로운 사용 방식, 새로운 경쟁 구도 앞에서, 해자의 각 레이어는 지속적으로 적응해야 한다. 적응하지 못하는 레이어에는 균열이 생기고, 그 균열은 경쟁자들의 진입 공간이 된다.
이 변화에 맞는 전략적 의사결정의 출발점은 하나다. 지금 우리 조직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포트폴리오를 '워크플로우 실행자'와 '데이터 소유자'로 구분하는 작업이다. 이것은 IT 부서의 시스템 감사가 아니라, 조직 리더가 직접 개입해야 하는 전략적 분류다. 왜냐하면 이 분류의 결과가 향후의 소프트웨어 계약 구조, 아웃소싱 전략, 그리고 AI 에이전트 투자 우선순위를 동시에 결정하기 때문이다.
분류의 기준은 단순하다. 각 소프트웨어에 대해 두 가지 질문을 던지면 된다.
첫째, 이 소프트웨어의 핵심 가치는 사람이 그 안에서 작업을 수행할 때 발생하는가, 아니면 그 안에 저장된 데이터가 다른 시스템이나 에이전트에 의해 참조될 때 발생하는가.
둘째, AI 에이전트가 이 소프트웨어의 API를 직접 호출해 동일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첫 번째 질문에 "데이터"라고 답하고 두 번째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한다면, 그 소프트웨어는 에이전트 시대에도 생존한다. 반대의 경우라면, 그것은 교체 또는 역할 축소의 후보다. Utila가 10개 SaaS를 해지하면서 허브스팟만 남긴 의사결정의 논리가 정확히 이 기준을 따랐다.
이 분류가 완료된 후의 행동 우선순위는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워크플로우 실행자로 분류된 소프트웨어의 갱신 계약에서는 협상력을 최대한 행사해야 한다. 이미 대안이 존재하고, 벤더들도 이를 알고 있다. 시장 협상력의 균형이 구매자 쪽으로 이동한 시점이다. 둘째, 데이터 소유자로 분류된 소프트웨어에 대해서는 에이전트 접근 조건을 지금 당장 계약에 명시해야 한다. 외부 에이전트의 API 접근 비용, 볼륨 기반 추가 요금, 벤더 자체 에이전트와의 차등 요금 문제를 계약 갱신 이전에 확정하지 않으면, 에이전트 배포가 본격화되는 시점에 예상치 못한 비용 구조와 마주하게 된다. 셋째, AI 에이전트 투자는 워크플로우 실행자를 대체하는 방향에서 시작해야 한다. 사노피가 서비스나우 사용량을 줄이는 동시에 구매 주문 감사 업무를 에이전트로 전환한 순서가 좋은 사례다.
한 가지 함정을 경고해야 한다. 이 전환의 논리를 '비용 절감'으로만 프레이밍하는 것이다. Utila가 소프트웨어 예산 50%를 절감했다는 수치는 인상적이지만, 그것은 결과이지 목표가 아니다. 진짜 전략적 질문은 이것이다. 에이전트가 워크플로우를 실행하는 세계에서, 우리 조직의 핵심 데이터는 어디에 있어야 하며, 그 데이터 위에서 에이전트가 생성하는 결과물의 품질과 신뢰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비용은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한 결과로 따라오는 것이다.
한국의 대형 SI 기업들이 지난 30년간 구축해온 핵심 역량은 이기종 시스템의 통합이었다. SAP, 오라클, 세일즈포스, 자체 개발 레거시 시스템을 하나의 운영 환경으로 연결하고, 그 위에서 기업의 업무 프로세스가 작동하도록 설계하는 것이 SI의 존재 이유였다. 이 역량은 수십 년의 현장 경험, 대형 엔터프라이즈 고객과의 관계, 그리고 인력 기반의 프로젝트 실행력 위에 구축됐다.
AI 에이전트 시대가 요구하는 역량은 이 기반 위에서 확장되지만, 그 방향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시스템을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에이전트가 시스템 데이터를 안전하게 읽고 쓰며 자율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오케스트레이션하는 것이다. 어떤 데이터를 어떤 권한으로 에이전트에게 허용할지, 에이전트의 판단 결과를 어떻게 검증하고 기록할지, 복수의 에이전트가 협업할 때 충돌과 오류를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한 아키텍처 설계 역량이 그것이다. 이것이 에이전트 오케스트레이터의 역할이다.
이 역할 전환이 한국 SI에게 위협인 동시에 기회인 이유는 명확하다. 위협의 측면에서, 인력 규모를 기반으로 한 프로젝트 과금 모델은 구조적 압박을 받는다. AI 에이전트가 반복적 업무를 대체하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사람 수에 비례한 용역 단가는 협상력을 잃는다. 글로벌 기업들이 인도 아웃소싱 업체를 에이전트로 대체하는 흐름은 한국 SI 산업에도 동일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수행하는 업무 중 에이전트가 직접 처리할 수 있는 영역은 어디까지인가. 기회의 측면에서, 한국 SI 기업들이 대형 엔터프라이즈 고객과 수십 년간 쌓아온 관계와 시스템 이해도는 에이전트 오케스트레이터 역할로의 전환에서 독보적인 자산이 된다. 글로벌 AI 기업들이 제공하는 범용 에이전트 플랫폼은 특정 산업의 규제 환경, 레거시 시스템의 복잡성, 그리고 고객 조직의 의사결정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 이해도가 한국 SI의 진짜 해자다.
전환의 방향을 구체화하면 세 가지로 수렴된다. 첫째는 에이전트 아키텍처 설계 역량의 내재화다. 어떤 업무를 에이전트에게 위임하고, 어떤 데이터 접근 권한을 부여하며, 에이전트의 결과를 어떻게 감사하고 검증할지에 대한 설계 역량이 새로운 핵심 서비스 상품이 된다. 둘째는 도메인 특화 에이전트 구축이다. 제조, 금융, 의료, 공공 등 규제와 도메인 지식이 핵심인 영역에서 범용 AI 에이전트가 처리하기 어려운 복잡한 워크플로우를 특화 에이전트로 구현하는 것은 SI의 도메인 전문성이 직접 경쟁력이 되는 영역이다. 셋째는 에이전트 거버넌스 관리다. 기업 전체의 AI 에이전트가 어떤 시스템에 어떤 권한으로 접속하고 있는지를 중앙에서 관리하는 거버넌스 레이어 구축을 SI가 직접 수행하거나 지원하는 것이다.
기업 리더와 전략기획 담당자들에게 이 글이 전달하는 마지막 질문은 다음과 같다. "우리가 오늘 구독하는 소프트웨어 중, 3년 후에도 동일한 역할로 동일한 비용을 지불할 제품은 무엇인가?" 그리고 역으로, "우리가 오늘 아웃소싱하는 업무 중, 3년 후에도 사람이 수행하고 있을 업무는 무엇인가?" 이 두 질문에 정직하게 답하는 것이, 워크플로우를 가진 자만 살아남는 시대의 전략 수립을 위한 첫 번째 단계다.
[1] The Information, “Traditional SaaS Loses in Corporate Budget Shift”, Jul 9, 2026
[2] ciodive.com, “Agentic AI to disrupt $234B in SaaS spending: Gartner”, Jul 6, 2026
[3] 딜로이트, “SaaS meets AI agents”, Nov 18, 2025
[4] Forbes, “AI Agents Could Break SaaS Pricing”, May 29, 2026
[5] Outsource Accelerator, “AI threatens millions of BPO jobs in India and Philippines”, May 6,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