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는 《청춘의 문장들》에서 이렇게 썼다.
"때로 쓸쓸한 가운데 가만히 앉아 옛일을 생각해 보면 떨어지는 꽃잎처럼 내 삶에서 사라진 사람들이 하나둘 보인다. 어린 시절이 지나고, 옛일이 그리워져 자주 돌아보는 나이가 되면 삶에 여백이 얼마나 많은지 비로소 알게 된다."
우리 삶에도 여백은 필요하다. 안 그래도 빡빡한 일상에 쫓겨 사는데, 마음 둘 틈마저 없다면 답답함을 넘어 삶은 금세 숨이 막히고 만다. 여백이 있는 동양화를 보고 있으면 괜히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무언가를 가득 채워 넣지 않았기에 오히려 숨 돌릴 틈이 생긴다.
문제는 여백도 지나치면 허전해진다는 것이다. 여백도 적당하면 삶이 여유로워지지만, 너무 많은 여백은 도리어 사람을 쓸쓸하게 만든다. 나도 그 여백 때문에 오래 힘들었다. 떠난 사람의 자리, 지나간 시간의 흔적, 끝내 돌아오지 않는 것들이 남긴 빈자리는 생각보다 마음에 오래 남는다.
돌이켜 보면 내 곁을 스쳐간 사람들 가운데는 다시 보지 못한 이들이 적지 않다. 자의반 타의반 자연스럽게 멀어진 사람도 있고, 죽음으로 아주 떠난 사람도 있다. 그렇게 사라진 얼굴들을 떠올리다 보면, 그들과 함께 했던 시간까지도 자주 돌아보게 된다. 너무 자주 돌아본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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