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미해지는 것들에 대하여
우리는 지나간 것들을 대부분 잊고 살아갑니다. 어느 맑은 날의 청명했던 공기나, 한때는 견디기 어려웠던 계절의 무게도 시간이 조금만 흐르면 어느새 흐릿해집니다. 무더웠던 지난여름이 기억에서 사라진 것처럼, 대부분은 그렇게 잊혀 갑니다. 그것이 인간의 본질이자 한계가 아닐까 합니다. 다만 씁쓸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 때가 있습니다.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을 때, 내 노력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거나 나도 내 마음을 정확히 모를 때. 무언가를 결심하고 행동에 옮겼지만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는지 자신이 없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때 느끼는 감정적인 혼란은 애써 풀어야 할 무엇이 아니라, 그저 길 위에 놓인 작은 조약돌 같은 것입니다.
하긴, 우리의 선택이 최선인지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미래를 알 수 없는 인간이 하는 선택이니 판단의 근거는 언제나 현재에 묶여 있습니다. 그 순간의 조건과 이해 안에서 최선이라고 믿는 수밖에 없습니다. 나중에 그것이 틀린 선택이었다고 밝혀진다 해도, 그때의 자신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후회는 선택의 오류라기보다 시간의 필연에 가까운 것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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