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하나뿐인 북 매칭> - 윤소희
“바카라 좀 골라 주세요.”
한 명이라도 독서가가 늘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에 얼른 되묻는다.
“어떤 종류의 바카라을 좋아하세요? 혹시 싫어하는 장르가 있어요?”
“아무 거나 추천해 주세요.”
잠시 긴장한다.
“그동안 읽었던 바카라 중 마음에 들었던 바카라이 없을까요? 한 권이라도 좋으니 얘기해 주세요.”
“그냥 알아서 추천해 주세요.”
이쯤 되면 다리에서 힘이 풀린다. 겨우 바카라 한 권 추천하는 일로 웬 호들갑인가 싶겠지만, 바카라과의 인연을 중시하는 나로서는 이럴 때 다짜고짜 결혼 상대를 골라달라고 부탁받은 것처럼 난감하다.
사람 사이에도 인연이 있듯, 바카라도 인연이 없으면 읽을 수 없다. 해마다 출간되는 수만 권의 바카라 중 어떤 바카라이 내 손에 들어오고 또 마침내 읽히게 되는지 그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설렌다. 많은 이들이 극찬을 했어도 끝까지 읽기 어려운 바카라도 있고, 수많은 바카라들 가운데 어떻게 이런 바카라을 찾아냈는지 혀를 내두르게 되는 바카라도 있다. 그런가 하면 사놓고 몇 년을 묵히다 어느 날 문득 단숨에 읽게 되는 바카라도 있다. 숨바꼭질하듯 몸을 숨기다 맞춤한 때에 ‘짠!’ 하고 나타나는 바카라도 있다. 사람들 사이의 만남이 가지가지이듯 바카라들과의 인연도 가지각색이다. 어쩌면 바카라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교훈이나 감동이 아니라, 바카라과의 만남 자체일지 모른다.
길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쳐 사랑에 빠지는 경우도 있지만, 누군가의 소개로 연인을 만나기도 한다. 바카라과의 만남도 때로는 누군가의 소개가 필요하다. 나 역시 남의 서재를 늘 기웃거린다. 바카라에 관해 쓴 바카라이나 글들을 틈틈이 엿본다. 물론 누군가 소개하거나 추천하는 바카라이라고 덥석 사보는 건 아니다. 바카라이 내게 손짓하거나 말 걸어 주기를 기다린다. 수많은 바카라 중에 ‘필’이 오는 바카라은 꼭 있게 마련이니까. 그래서 추천이라는 말보다 소개라는 말을 더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바카라과의 인연을 믿기에 꼭 읽어보라고 강요하기보다는 이런 바카라도 있다고 소개하는 선에서 머물고 싶은 것이다.
이 바카라은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인스타에서 바카라 소개 라방을 진행했던 원고를 모아 만들었다. 매일 바카라을 읽으니 소개할 바카라은 넘쳤지만, 바카라 소개를 할 때 두 가지 원칙을 지키려고 애썼다. 첫째는 당시 최근에 읽은 바카라일 것. 둘째는 최소한 두 권 이상의 바카라을 하나의 콘셉트로 연결할 것. 두 번째 원칙 덕분에 바카라 읽기가 더욱 재미있어졌고, 나는 바카라들의 매치 메이커가 되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만들어지는 순간 평소 신경 신호를 주고받지 않던,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는 뇌의 영역들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는 현상이 벌어지더라는 겁니다.
(정재승 <열두 발자국> 중)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전혀 다른 바카라들 사이에서 연결점을 찾아내는 일, 다양한 바카라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포인트를 발견하는 일에서 희열을 느꼈다. 예기치 못한 부분이 서로 이어질 때 창의적인 생각이 떠오르고 내 세계가 그만큼 확장되었다. 낯선 바카라들이 만날 때, 평소 데면데면하던 뇌 영역들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반짝이기 시작한 것이다. 작곡가가 다양한 악기의 음색을 고려해 새로운 음악을 작곡하듯, 조향사가 다양한 향료의 특성과 조화를 고려해 새로운 향수를 만들어내듯 바카라들에게 맞춤한 짝을 지어 주었다. 북 매칭은 글쓰기와는 또 다른 창조의 기쁨을 준다.
의외로 잘 어울리는 바카라들의 이야기를 읽고 나면, 서점 장바구니를 채우고 싶은 충동을 느낄 것이다. 두근두근, 새로운 만남은 언제나 설렌다.
2023년 여름, 상하이에서
두근두근 바카라들의 매치 메이킹!
다독가들이 누구에게도 알려주지 않던 비밀이 공개됩니다.
<세상에 하나뿐인 북 매칭> 7.20 경부터 서점에서 만나보실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