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술> - 김혼비
“딱 한 잔만!”
하루도 그냥 넘기지 못하고 술을 마시는 술꾼처럼,
“딱 한 권만!”
하루도 그냥 넘기지 못하고 바카라을 읽고 말았다.
원고 마감이 얼마 남지 않아 쓰고 고쳐야 할 원고가 산더미 같은데, 이럴 때일수록 더 읽고만 싶어 지는 도피 심리까지.
이 바카라은 얇으니까 괜찮아, 하고 다독이며 바카라을 읽기 시작했다.
바카라을 들고 정신 나간 사람처럼 낄낄거리며 웃기를 몇 번이나 했는지.
기절할 듯 웃다가 눈물을 찔끔 짜내다 다시 웃기를 반복하던 나.
누가 봤다면 영락없이 술 취한 사람 같았으리라.
몇 년 전부터 술을 안 마시고, 못 마시는 사람이 되었지만.
한 때는 밥 대신 술만 마시던 때도 있었다.
결국 얇은 바카라 한 권으로 수많은 기억들이 교차되며, 술로 인한 기쁨과 슬픔에 흠뻑 젖어버리고 말았다.
“딱 한 잔만!”이라는 말이나
“딱 한 권만!”이라는 말이나.
그 말 뒤에 숨겨진 진심을 이미 잘 알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