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분의 출근길이 가르쳐준 운동의 효율성
갑작스러운 접촉 사고로 운전석 앞바퀴 휀다가 부서졌다. 공업사에 차를 맡기고 시작된 대중교통 출퇴근길은 가혹했다. 자가용으로 20분이면 닿던 거리가 환승과 배차 간격의 늪에 빠지자 1시간 30분으로 늘어났다. 하루 왕복 3시간. 이 '대략난감'한 상황을 버텨내기 위해 나는 새벽 운동 시간을 줄이고 더 일찍 집을 나서야만 했다.
줄어든 시간 속에서 운동 효율을 극대화할 방안이 절실했다. 나는 인간의 근육, 그 본질적인 구조부터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우리 몸의 근육은 크게 적색근(지근)과 백색근(속근)으로 나뉜다. 적색근은 철분 함량이 높아 붉은색을 띠며, 산소 이용 효율이 좋아 긴 시간 지속적인 힘을 낸다. 걷거나 달리는 이동의 삶을 지탱하는 근육이다. 반면 백색근은 굵고 힘이 세지만 금방 지친다.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순간적인 균형을 잡을 때 꼭 필요한 근육이다. 건강한 삶이란 결국 이 두 근육의 조화에 달려 있다.
시간당 산소 요구량이 적은 저강도 운동(달리기, 줄넘기 등)은 주로 적색근을 활성화한다. 유산소 대사를 통해 에너지를 만들기에 지치지 않고 심폐지구력을 키운다. 반대로 산소 없이 탄수화물을 분해하는 고강도 운동(턱걸이, 스쿼트 등)은 백색근을 깨운다. 근육 내에 젖산이 쌓여 금방 지치지만, 근섬유를 굵게 만들고 폭발적인 힘을 길러준다.
그동안 나의 시퀀스는 이들의 특성에 맞춰 꽤 길게 짜여 있었다. 스트레칭으로 시작해, 빨리 지치는 백색근을 위해 무산소 운동을 우선 배치하고, 지방이 타기 시작하는 시점에 맞춰 유산소 운동을 후순위에 두었다. 그렇게 90분을 꽉 채워 수련해왔다. 하지만 이제 내게 허락된 시간은 절반으로 줄었다. 어느 하나 포기할 수 없는 상황에서 찾은 해답은 ‘복합 운동(Compound Exercise)’이었다.
복합 운동은 한 동작에 신체 여러 부위를 동시에 사용하는 방식이다. 과부하가 강하게 걸리는 부위에는 무산소적 효과가, 약하게 걸리는 부위에는 유산소적 효과가 동시에 나타난다. 예컨대 ‘바이시클 크런치’를 할 때 상체를 들어 복부를 강하게 수축(무산소)하면서도, 좌우 팔다리를 빠르게 교차(유산소)하면 짧은 시간 안에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그 외에도 운동 시퀀스에 점프 스쿼트와 마운틴 클라이머를 녹여 넣자, 줄어든 시간에도 근육은 터질 듯한 만족감을 보내왔다.
처음 사고가 났을 때는 ‘왜 나에게만 이런 재수가 없는지’ 원망이 앞섰다. 하지만 그 원망의 감정 속에서 대안을 찾기 위해 자맥질을 멈추지 않은 덕분에, 나는 주먹구구식으로 해오던 운동을 과학적 개념 위에 다시 세울 수 있었다. 경험에만 의존하던 수련이 체계적인 데이터 분석과 업그레이드를 거치며 더욱 견고해진 것이다. 앞으로 어떤 난관이 와도 운동을 지속해나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아니 어떤 점에 있어서는 난관(통곡의 절벽 수준까진 절대 원하지 않는다.)이 은근 기다려지기까지 한다. 난관에 부딪힐 정도로 열심히 해왔다는 것이고, 난관이 새로운 성장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이 되어줄 것 같아서다.
궁변통구(窮變通久).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며, 통하면 오래간다는 사자성어의 소중함을 깨닫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