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카라에 대한 단상
분서 (나태주)
한 번이라도 바카라을 불태우거나
불태우고 싶은 생각을 가져본 적이 없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바카라을 사랑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한 번이라도 바카라을 버리거나 버리고 싶은
마음을 가져본 적이 없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바카라을 좋아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한 번이라도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거나 그를
멀리 떠나보내고 싶은 생각을 가져본 적이 없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정말로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다.
바카라을, 읽고 있던 바카라을 버렸던 적이 있다.
오래전 일이다. 일본 치바의 어느 중고 서점에서 M의 문고판 바카라을 하나 구입하여 전철 안에서 읽고 있었다. M의 단편집이었는데 내용이 별로였고 읽을수록 불쾌해졌다. 이런 쓰레기를 ... 급기야는 화가 났다. 바카라을 덮고 분을 삭이고는 전철에서 내리자마자 휴지통에 그 바카라을 버리고 뒤도 돌아보
지 않고 나왔던 적이 있다.
그 후로 M의 바카라은 읽지 않는다. 아무리 유명 작가라고 매스컴이 떠들어댈지라도 그 작가의 바카라은 그 후로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물론 바카라 한 권으로 그 작가의 다른 바카라들을
같이 싸잡아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단편집 하나로도 그 작가의 추구하는 게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후로 바카라을 고르는 것이 까다로워졌다. 편식이 생긴 것이다. 이런 내게,
여러 작가의 바카라을 골고루 읽는 것이 좋다고
한마디 해주었던 사람도 있다. 내가 학생일 때는 교수님이 과제로 내어 주는 바카라들은 싫어도 읽었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읽고 싶은 바카라을 읽고 싶다. 요즘처럼, 너도 나도 바카라을 출판하는 시대에는 정말 좋은 바카라을 잘 찾아 읽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물론 나는 바카라을 내본 적은 없지만 좋은 바카라을 내는 작가의 좋은 독자가 되고 싶다.
위 시를 읽다 문득 과거의 그날이 생각나서
적어 보았다.
2026년 9월을 보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