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비 초여름, 비 아침부터 하늘이 잔뜩 내려앉았다. 회색빛 구름이 지붕 위를 조용히 덮는다. 맑은 날의 푸름도 좋지만 오늘은 차라리 이 흐름이 마음에 다가온다. 초여름의 비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마음속 먼지를 씻는다. 어두운 생각들 말없이 젖어가고 창밖을 바라보는 나는 잠시, 맑아진다. 어쩌면 맑음은 푸른 하늘이 아니라 이 조용한 흐림 속에도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