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는 정말 모두에게 평등한 창작의 기회를 줄까

by기자김연지

안녕하세요, AI 리터러시에 힘쓰며 기술을 사람의 언어로 번역하는 AI 커뮤니케이터 김연지입니다. 지난 6월 25일(목) 성균관대학교(서울) 호암관에서 열린 ICCEI 2026 국제학술대회에 발제자로 생성형 AI가 만드는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나누었습니다. 이날은 창작&마케팅 AI 스타트업 데이븐AI CMO로서 AI in Media & Content Industry 세션에 참여했습니다.


11년간의 기자 생활과 SDV 개발 기업 홍보팀장을 거쳐 현재 생성형 AI 스타트업의 마케팅 총괄로 일하며 매일 느끼는 점이 있습니다. 바로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잘 고른 숫자 하나가 백 마디 말보다 강하다'는 사실입니다.



"생성형 AI는 정말로 모두에게
평등한 창작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장밋빛 전망 대신, 검증된 데이터를 통해 우리가 마주한 생성형 AI의 3가지 불편한 진실을 살펴보려 합니다. 현장에서 창작자들이 체감하는 생생한 목소리도 담았습니다.



창작의 민주화? 우리가 마주한 불편한 진실

질문을 다시 한 번 가져와볼게요.


"생성형 AI는 정말로 모두에게
평등한 창작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을까요?"


제 결론은 '절반만 맞다'입니다. 분명 진입 장벽은 낮아졌습니다. 하지만 질 높은 결과물에 대한 접근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습미다. 이는 오히려 새로운 격차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격차는 누군가 의도적으로 설계하고 개입하지 않으면 저절로 해소되지 않습니다.


생성형 AI 시대,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격차 3가지


제가 데이븐AI CMO로 일하면서 크리에이터 분들을 만나고 직접 현장에서 체감한 새로운 격차는 다음 세 가지입니다.


1. 접근과 비용의 격차 (Capital Gap)


수준 높은 영상 콘텐츠 하나를 만든다고 가정해 볼까요? 대본 작성(챗GPT 등), 배경 음악(Suno), 영상 생성(Kling 등), 고품질 음성(ElevenLabs) 등 쓸만한 AI 도구들을 모두 유료로 구독하면 월 18만 원이 훌쩍 넘습니다. 이 비용을 기꺼이 지불할 수 있는 사람만이 제대로 된 창작자가 될 수 있는 구조. 과연 이것을 진정한 '기술의 민주화'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 현실적인 비용 문제: 주요 AI 도구들을 구독할 경우 월 18만 원 이상의 비용 발생

- 격차의 시작: 자본력 있는 사람만 질 높은 창작을 할 수 있는 구조 - 진정한 의미의 '기술 민주화'일까요?



2. 출발선의 언어 격차 (Token & Language Gap)


초기 대형 언어 모델(LLM) 학습 데이터의 압도적인 다수(약 92.65%)는 영어였습니다. 한국어 사용자는 같은 의미를 표현하더라도 영어보다 약 2.3배 많은 토큰(Token)을 소비하게 됩니다. 단지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비영어권 사용자는 더 낮은 품질의 결과물을 더 비싼 비용을 치르며 감당해야 하는 '역진세' 구조에 놓여 있습니다.


비영어권의 불이익: 한국어 사용자는 동일한 의미를 표현할 때 영어보다 약 2.3배 많은 토큰(Token)을 소비합니다.

언어 역진세: 비영어권 사용자는 더 낮은 품질의 결과물을 더 비싼 비용(토큰 소비)을 지불하며 이용해야 하는 구조적 불평등에 직면해 있습니다.

- 토큰(Token)이란? AI가 텍스트를 처리하는 기본 단위를 말합니다.



3. 소유와 리터러시 격차 (Ownership & Literacy Gap)


AI로 생성된 콘텐츠가 쏟아질수록, 오리지널 창작자의 권리는 거대 플랫폼에 종속될 위험이 커집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AI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취약 계층 간의 리터러시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가장 뼈아픈 사실은, 이 세 가지 격차가 단순히 더해지는 것이 아니라 곱하기로 증폭된다는 점입니다.

자본이 있는 사람이 더 좋은 도구를 사용하고, 그로 인해 생성된 데이터가 다시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닫힌 루프(Closed Loop)'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디지털 격차 심화: AI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계층과 그렇지 못한 취약 계층 간의 AI 리터러시 격차가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증폭되는 닫힌 루프(Closed Loop): 위 3가지 격차는 단순 합이 아닌 '곱하기'로 작용하여 자본과 기술을 가진 자에게 데이터와 기회가 집중되는 폐쇄적 구조를 만듭니다.


그래서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숫자는 방향을 가리킬 뿐, 결정은 언제나 사람의 몫입니다. 오늘 짚어드린 숫자들은 하나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그냥 두면 AI는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 가파르게 만들 것입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데이븐AI에서는 이 세 격차를 각각 기술로 풀어보려 하고 있습니다. 세 가지를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비용의 격차에는, 통합으로 답하고 있습니다.

- 대본·이미지·음성·영상을 만드는 도구를 하나로 묶어, 한국어 한 줄 프롬프트로 텍스트부터 영상까지 한 번에 만드는 방식입니다. 도구를 따로따로 구독하던 비용을 8분의 1 수준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설계했습니다.

언어의 격차에는, 한국어 자체로 답하고 있습니다.

- 영어로 한 번 번역했다가 다시 돌아오는 과정 없이, 한국어를 그대로 이해하는 네이티브 구조를 넣었습니다. 한국어 전용 토크나이징(Tokenizing, AI가 문장을 처리 단위로 잘게 나누는 작업) 기법을 적용해, 기존 대비 토큰 비용을 최소 44% 낮추는 것이 목표입니다. 아직 모든 상황에서 검증된 수치는 아니지만, 방향은 분명합니다. 영어를 잘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더 비싼 값을 치르는 구조를, 정바카라이 아니라 기술로 줄여보자는 것입니다.

소유의 격차에는, 기록으로 답하고 있습니다.

- 지난 4월, 국내외 영화제 21관왕을 달성한 허준호 감독이 데이븐AI의 최고제작알고리즘바카라임자(CPAO)로 합류했습니다. 패션 디자인을 전공한 허 감독은 AI 영상 제작으로 전향한 지 3개월 만에 대표작 〈학교 맹글라〉로 할리우드·로마·도쿄 등 주요 영화제를 석권하고, 미국 영화정보 플랫폼 IMDb에 공식 감독으로 등재됐습니다.

그의 연출 철학 '시네마틱 아키텍처'를 알고리즘으로 표준화해, 시네 마스터 샷·씬 에디트·시네 라이팅·시네 시퀀스 등 4종의 앱으로 만들었습니다. 사용자들이 허 감독의 앱을 쓰는 만큼, 수익이 허 감독에게 흘러가는 구조입니다. 전문 지식이 없는 사람들은 전문가의 노하우를 사용할 수 있고, 전문가는 창작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로 자산을 쌓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즉, 플랫폼의 자산이 아니라 그 사람 자신의 자산으로 남도록 한 것입니다.


창작자가 만든 캐릭터나 작품을 블록체인(Blockchain, 기록을 여러 곳에 나눠 저장해 임의로 바꿀 수 없게 하는 기술)에 등록해, '누가 원작자인가'를 변조할 수 없게 남기는 인프라를 만들고 있습니다. AI 콘텐츠가 쏟아지는 시대일수록, 원본을 만든 사람의 권리를 증명할 방법이 먼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방향의 출발점은 사실 한국이 아니었습니다.


데이븐AI의 기획은 탄자니아의 작은 지역에서 시작됐습니다. 컴퓨터는 없어도 휴대폰은 가진 아이들이 자기 이야기를 콘텐츠로 만들어 스스로 생계를 꾸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습니다. 정보와 기술의 격차 때문에 오랫동안 묻혀 있던 사람들에게, 창작을 통해 자기 권리를 가질 기회를 돌려주자는 생각이었습니다. 지금은 그 출발점이 한국을 중심으로 다시 세계를 향하고 있습니다.

아직 완성형은 아닙니다. 다만 방향만큼은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공정함이란 나중에 덧붙이는 선의가 아니라, 처음부터 설계 안에 들어 있어야 하는 것이라는 방향입니다.


여러분이 지금 쓰고 계신 AI 도구는,
여러분에게 공평한 쪽입니까.





ICCEI 2026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자료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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