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대기업을 퇴사했다

행복은 연봉순이 아니라네요 - 가족은 나의 힘

by연글연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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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 걱정 안 하게 잘 살게 "

13년째 대기업에 다니던 큰딸이
이 한마디를 남기고 퇴사했다.

​13년 전, 집으로 배달된 '입사 축하 꽃바구니'를 안고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었던
그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말이다.

​"어, 그래"

​나도 내가 이렇게 쿨한 엄마일 줄 몰랐다.

​예전엔 사소한 걱정거리 하나에도
어쩔 줄 몰라 아등바등하던 사람이 나였다.






​큰딸은 대학 4학년 때, 입사시험에 합격했다.


'합격'이라는 소리를 듣자마자
그간의 마음고생이 단번에 싹싹 씻겨 내려가는 것만 같았다.

​아이들 사춘기 성장통의 어둡던 시간,
목표한 점수가 나오지 않아 숨 막혔던 입시의 날들,
밤새 뒤척이며 걱정으로 흘려보냈던 수많은 밤들까지도.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그 칙칙한 기억들마저
모두 무지개 빛으로 물들여지는 마법 같은 경험이었다.

​자식을 키우며 그런 어려움쯤은 누구나 겪는 일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자식을 키우며 생긴 내 마음의 상처에
'대기업'이라는 간판은 최고의 명약이 되어주었다.

​작년에 작은딸도 원하는 금융기관으로 이직한 이후로,
나와 아이들의 지난 시간은
모두 대기업을 가기 위한 과정쯤으로 미화되었다.

13년 전, ​슬롯 초년생인 딸이 걱정되는 마음에
온라인 게임 생활을 해본 적도 없는 나는
마음으로 딸과 함께 출근을 했다.
매일매일 응원하면서.
(지독한 관심으로 딸에게 옐로 카드도 받았었다)
​
워낙 밝은 성격에 친화력도 좋은 딸은
상사, 선배, 동기들과도 잘 어울리며 온라인 게임 생활에 적응해 나갔다 (내가 보기에는).

​입사 초기 열심히 일 배우던 때에는
'무서운 직속 선배'가 한 명 있다고 푸념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 무서운 선배가
'내 사위'가 되어있는 재미있는 반전도 생겼다.
(인생은 참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다)

​그런데 딸이
.

.
나의 자랑스러운 '그 간판'을 떼어버리고 나왔다.

​

나의 자랑이, 그들 삶의 목표는 아니었고
안정과 연봉도 행복의 잣대는 아니었나 보다.

딸은, ​열심히 일하며 지나온 시간들에 후회는 없지만
앞으로는 다른 길을 가보고 싶다고 한다.

​안정이 최고의 보험이었던 나의 세대와는 달리
변화를 멈추지 않는 그들의 계획이 온전히 이해되는 건 아니지만...

​딸이 걸어온 13년의 시간을 나는 모르기에,
그 시간들이 딸에게 어떤 무게였는지도 모르기에,
딸이 가고 싶은 앞으로의 길은 결코 내 길이 아니기에

​우리는 그저, 믿어주고 응원할 뿐이다.

.

.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