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진성 시인의 소설시》이어도공화국 꿈삶글노래
초등학교 졸업한 날 밤에
네 집에서 졸업 파티 하던
그날 밤을 잊을 수 없다
의정부로 전학 갔던 친구에게 고백하던
그날 밤 너의 모습도 잊을 수가 없다
그날 밤 함께 울던
네 집 앞 정자나무도
징검다리 아래
여울물소리도 잊을 수 없다
서른 살까지 사는 것이 꿈이었던 나는
환갑 기념으로
한라생태숲에서 받아온
감나무와 산딸나무를 심으면서
너를 생각한다
너무 빨리 먼 길 가버린 너를 생각한다
너는 모든 면에서 참으로 빨랐지
달리기를 잘했고 축구를 참 잘했지
그렇게 모든 것들이 빨랐던 너는
무엇이 그렇게 급해서
저승까지도 빨리 가고 말았느냐
나도 너처럼 빨리 달리고 싶어서
달밤에 홀로 운동장을 달렸단다
하지만 나는 너무 숨이 차서
달리지 못했단다
그렇게 나는 선천성 심장병을 알았단다
나와 함께 달리던 별과 달도 울었단다
나는 아무에게도 그 말을 하지 못했단다
이곳은 지금 한창
벚꽃과 유채꽃이 환하다
너 사는 서천꽃밭에는 어떤 꽃 피었느냐
고사리도 고사리장마에 잘 크고 있구나
너를 생각하며 오늘 심은 감나무에
감이 열리기 전에 너를 만나러 가야겠다
너는 어쩌면 그곳에서도 친구들을 불러
재미있게 놀고 있을 것만 같구나
제주도 사람들은 꼭 제사상에 고사리를 올린단다
제사 음식을 고사리 멜빵으로 짊어지고 올라가서
산동네 이웃들과 나누어 먹으라는 뜻이란다
나도 올해는 고사리 꺾으러 가야겠다
고사리 멜빵에 내 마음 짊어지고 너에게 가야겠다
위리안치에 갇혀 살다 보니
너를 배웅도 하지 못했구나
이제라도 너의 유택을 찾아가야만 하겠다
내가 앞으로 가야 할 길에 대하여
미리 알아두어야만 하겠다
여기서 못다 한 우리들의 우정
거기서 다시 꽃을 피우자, 정우야
고향집 바로 앞에
연어의 종착역 표지석이 있다
나는 연어가 되어
참으로 먼 길을 거슬러 돌아왔다
나도 이제 너를 만나
붉은 알을 낳아야만 한다
참으로 오랜만에 들길을 간다
두엄자리 곁에 세워진 아버지의
낡은 지게를 지고 저물녘을 간다
참깨 베러 가신 어머니의 산밭으로
늦은 마중을 간다 오랜만에
바람을 비껴 여름 한쪽 끝으로
산길을 오른다
노을이 차마 곱게 익는다
일찍부터 외항선을 탄 만수
뱃사람이 된 만수네가 새로 장만한
논을 바라보며 들길을 간다
일곱 번씩이나 떨어지고도 다시
행정고시공부를 시작했다는 현길이,
이미 기울어 버린 그 집에서
마지막으로 팔아넘긴 논배미를 지나
쓸쓸하게 걸어간다 새를 쫓는 깡통소리와
반짝이는 반짝이의 마음들이 노을 속으로
새를 날려보내며 또 내일을 염려하는 가슴을
가다듬고 있었다 바람이 불어도 허수아비는
쓰러지지 않고 동그랗게 질린 비닐 얼굴들이
하늘까지 닿으려는 마음으로 솟아오르곤 했다
콩밭으로 바람이 기어들어가고 밤은
들쥐처럼 숨어들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어머니와 산길을 내려온다 가끔
고개 치켜드는 벼포기 사이로 추억들이
발소리를 숨죽이며 기어나왔다 나는 참깨를 지고
어머니는 토란대를 이고 오셨다 가슴조인
달빛이 풀어지고 우리는 하염없이 걸어 내려온다
― 어머니, 저 이제 시인이 되었어요
― 그래, 시인이 뭣허는 것이다냐
― 예, 지금까지 제가 되고 싶었던 것이예요
밤낮을 밤으로만 지내면서 말이예요
― 그러냐, 그럼 이제 취직이 됐단 말이냐
― 아니예요 어머니 그런 것이 아니예요
― 그럼, 시인이 뭣하는 것인디 그러냐
오랜만에 니가 웃기까지 하고 말이여
― 예, 앞으로
우리들의 고향을 노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노래? 그럼 인쟈 테레비에도 나온다냐
― 아니예요 어머니, 그런 게 아니예요
― 그라믄, 시인 한 달 월급이 월마나 된다냐
먹고 살 만한 직업이다냐
요즘 시상에는 돈이 최고드라
봐라, 만수는 돈 있승께 다들 걱정허는
장개도 쉽게 간다드라
돈 많은 이쁜 색씨가 낼 모레 온다드라
― 어머니, 하지만 저는 그렇지를 못해요
앞으로 어머니를 팔지도 몰라요
앞으로 고향을 팔아먹을지도 몰라요
시인은 가난한 직업이거든요
하지만 우리는 우리를 사랑할 수밖에 없잖아요
마음을 갈고 닦아 영혼을 맑게 하는 일이예요
그래서 저는 더욱 시인이 되고 싶었어요
우리들의 이야기가 들판 가득 출렁일 때 달빛은 우리가 걸어온 들길을 따라오고 있었다 어머니, 저는 시가 무엇인지 모르는 어머니와 고향을 위하여 우리들의 생활을 팔아먹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는 땅의 눈물 같은 시 한편으로 살고 싶습니다
1966년 참꽃 불타는 2월 29일 새벽 두 시
그믐달도 보이지 않았다 하늘의 눈썹이
떨어지고 닭도 울지 않았다 개 한 마리가
어둠 속에서 컴컴한 어둠을 향해
컹컹 짖었다 그리고 나는 울지 않았다
울음 없는 아이로 태어나 누워만 있었다
송아지 울음소리가 걸어 나오는 물소리
가느다랗게 들리고 핑경 같은 별들이
말똥말똥 눈을 뜨고 잠들지 못하는 그 사이로
보이지 않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다 나는
별무덤을 파헤치고 다시 태어났다
그 자리에 나의 탯줄과 함께 누워있는 어머니
무덤가 어린 쑥 잎에도 향기가 오르고
나는 어머니가 누운 만큼 겨우 일어설 수
있었다 별똥별이 떨어지고 숲이 있는
지상으로 내려왔다 그 지상에
세상은 있었고 내가 태어나면서 같이 태어난
또 다른 세상이 있었다 그러한 아침으로
때 아닌 비가 내리고 담장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멀리 날아가 버리고 싶었다 보리논에서
솟아오르곤 했다 하늘을 들이받으며 뻑뻑하게
거슬러 올랐다 구름의 층계를 밟아
걸어도 길은 보이지 않았다 그 길 위에
비스듬히 떠오르는 집을 짓기 시작했다 더 높이
이마에 별을 달고 떠 있는 방패연이
부러웠다 꼬리를 잘라 버린 마음으로
떳떳한 어깨는 떵떵거리고 있었다
나는 꼬리 끝까지
온몸으로 흔들리는 그리움으로
기어오르고 싶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단단하게 끈을 감았다 거센 바람이
내 몸에 몰아쳤다 얼레가 정신없이 헛돌아
풀렸고 끈을 묶은 아버지 허리가
부서져 내렸다 너무 먼 곳에서 다시 내려다보았다
비틀거리다 넘어지는 겨울 허수아비가
꿈속으로 보였다 연실을 타고 올라온 소식
침 발라 붙인 편지가 아버지 목숨처럼 떨어졌다
나는 끈을 따라 내려가 음복 같은 바람에
취한 몸으로 땅에 깊이 엎드려야만 했다
끝내 나는 그렇게 겨울 밖으로 날아가지 못했다
헛발 딛는 내가 넘어지려 할 때마다
곁에서 어머니는
옷고름 풀어 만든 팽이채로
아픈 허리를 감아 주셨다
어머니가 지쳐 쓰러진 만큼
나는 바로 설 수 있었고
발아래 흐르는 강물 소리에
늘 젖어있는 몸이었다
그러한 겨울은 따뜻하였고
겨울 밖에서도 오오래, 오오래
무지개를 감아 들이며
제자리서기로 돌고 싶었다
오랜만에 빈 고향집에 돌아왔다
빈터에 꽃을 심다가 허리를 폈다
깨벅쟁이 친구 어머니가
감나무 아래 샘터에서
목욕을 하고 계신다
어머니와 친구는 오래전 흙이 되어
등목을 할 수 없다
나의 등과 친구 어머니 등에
손이 닿지 않는다
가만히 다시 내려다보니
내가 심은 꽃들이
등을 내밀고 있다
더 늦기 전에
뼈만 남은 저 감나무
말벗이라도 되어야겠다
초등학교 졸업한 날 밤에
네 집에서 졸업 파티 하던
그날 밤을 잊을 수 없다
의정부로 전학 갔던 친구에게 고백하던
그날 밤 너의 모습도 잊을 수가 없다
그날 밤 함께 울던
네 집 앞 정자나무도
징검다리 아래
여울물소리도 잊을 수 없다
서른 살까지 사는 것이 꿈이었던 나는
환갑 기념으로
한라생태숲에서 받아온
감나무와 산딸나무를 심으면서
너를 생각한다
너무 빨리 먼 길 가버린 너를 생각한다
너는 모든 면에서 참으로 빨랐지
달리기를 잘했고 축구를 참 잘했지
그렇게 모든 것들이 빨랐던 너는
무엇이 그렇게 급해서
저승까지도 빨리 가고 말았느냐
나도 너처럼 빨리 달리고 싶어서
달밤에 홀로 운동장을 달렸단다
하지만 나는 너무 숨이 차서
달리지 못했단다
그렇게 나는 선천성 심장병을 알았단다
나와 함께 달리던 별과 달도 울었단다
나는 아무에게도 그 말을 하지 못했단다
이곳은 지금 한창
벚꽃과 유채꽃이 환하다
너 사는 서천꽃밭에는 어떤 꽃 피었느냐
고사리도 고사리장마에 잘 크고 있구나
너를 생각하며 오늘 심은 감나무에
감이 열리기 전에 너를 만나러 가야겠다
너는 어쩌면 그곳에서도 친구들을 불러
재미있게 놀고 있을 것만 같구나
제주도 사람들은 꼭 제사상에 고사리를 올린단다
제사 음식을 고사리 멜빵으로 짊어지고 올라가서
산동네 이웃들과 나누어 먹으라는 뜻이란다
나도 올해는 고사리 꺾으러 가야겠다
고사리 멜빵에 내 마음 짊어지고 너에게 가야겠다
위리안치에 갇혀 살다 보니
너를 배웅도 하지 못했구나
이제라도 너의 유택을 찾아가야만 하겠다
내가 앞으로 가야 할 길에 대하여
미리 알아두어야만 하겠다
여기서 못다 한 우리들의 우정
거기서 다시 꽃을 피우자, 정우야
https://youtu.be/qh5dD78jGv8?si=zj3qzvRhzTaNuKP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