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살에 시작한 대학원 생활의 결과

대학원 졸업과 논문 통과

by뱅기세상



24년 3월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다시 대학교 교정을 밟았다.


20대 청춘, 직업군인의 길로 들어서면서 대학교를 중퇴하게 되었다. 그 이후로는 다시 대학을 시작할 기회를 잡지 못해 학점은행제로 간신히 학위를 마무리해야 했다. 하지만 가슴 한편에 또 다른 꿈을 안고 슬롯로 나가고 싶다는 열망이 피어올랐고, 나는 스물여섯 살 겨울, 겁도 없이 정든 군복을 벗고 세상 밖으로 나왔다. 전역을 결정할 당시의 나는 근거 없는 자신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항공 관련 면장과 자격증, 그리고 군에서의 경력이 있으니 학력쯤은 새로운 직업을 구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되지 않을 거라 착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마주한 현실은 너무나 가혹했다. 곧바로 온라인 게임을 구하지 못하게 되자, 현실을 도피하듯 무작정 호주로 떠나 2년간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왔다. 돌아오고 나니 나이만 더 가득 차 있었고, 취업의 문턱은 이전보다 훨씬 더 높아져 있었다. 결국 지상조업사에서 보잘것없는 경력으로 힘들게 첫발을 뗐고, 스물아홉 살이 되어서야 마침내 항공사에서 제대로 된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렇게 치열하게 살아오면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늘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었다. '나도 언젠가는 이름 있는 대학교의 대학원을 졸업하고, 내 이름이 박힌 멋진 논문을 세상에 발표하고 싶다'는 꿈이 자라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오랜 염원 끝에, 2024년 3월 나는 경제적·시간적 부담감을 양어깨에 가득 안고 대학원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총 5학기의 과정 동안 낮에는 온라인 게임 생활을 하고 밤에는 가정을 돌보며 야간 대학원에서 학업을 이어가는 고단한 날들이 반복되었다. 대학원 문을 열며 나는 스스로와 굳은 약속을 했다. 나의 배움을 위해 기꺼이 희생하고 기대해 주는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의미 있고 값진 결과를 만들어내겠노라고.


단순히 학교 졸업장과 좋은 성적을 받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그동안 내가 항공 운항 분야의 길을 걸어오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당당히 운항 관련 논문을 완성해 발표하는 큰 업적을 남기고 싶었다. 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실제로 졸업할 때 논문까지 발표하는 대학원생은 과에서 겨우 두세 명 내외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내가 얼마나 거대한 산을 넘어야 하는지 그 깊이를 다 헤아리지 못했다.


3학기가 끝날 때까지도 나는 연구 주제만 겨우 정해놓았을 뿐이었다.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과연 내가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과 고민만 거듭하다 금쪽같은 시간만 흘려보냈다. 그렇게 2025년 9월, 4학기가 시작되어서야 비로소 본격적인 논문 집필에 돌입했다. 4학기에 수강한 '연구조사방법론' 강의 시간은 나에게 생명줄과도 같았다. 매주 주어지는 과제가 곧 내 연구 논문의 뼈대가 될 것이라는 각오로, 정말 필사적으로 수업에 매달렸다. 강의가 끝나면 매번 교수님을 붙잡고 논문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고, 그렇게 꼬박 3개월 동안 텅 빈 강의실의 불을 끄며 마지막으로 나섰다.


그 무렵부터 주말이면 우리 집 아이들은 아빠의 손을 잡고 도서관으로 향하는 것이 당연한 일상이 되었다. 집안의 가장이 매주 도서관으로 출근을 하니, 온 가족이 주말을 도서관에서 보내는 풍경이 어느새 자연스러운 조각으로 자리 잡았다. 지나고 보니 그렇게 보낸 1년의 시간이 아내와 아이들에게 너무나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으로 가슴 먹먹하게 다가온다.


마침내 2026년 6월 12일, 운명의 논문 본심사 발표 날이 밝았다. 그동안 밤낮없이 연구하며 써 내려간 120페이지에 달하는 논문 완성본을 심사위원 교수님들께 제출하고 교단 앞에 섰다. 날카로운 지적과 질문들이 쏟아지며 가슴이 조여오기도 했지만, 지도 교수님의 따뜻한 조언과 도움 덕분에 무사히 위기를 넘길 수 있었고, 최종적으로 논문 심사 합격이라는 영광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지난 1년간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고생했던 수많은 시간들이 눈부시게 소중한 기억으로 치환되는 순간이었다. 대학원을 시작하며 가슴에 품었던 각오, 즉 '귀한 사람들과 내 이름으로 된 논문'을 내 인생의 가장 큰 재산으로 남기겠다는 그 약속을 마침내 이루어낸 것이다.


이제는 오랫동안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던 논문에 대한 부담감을 조금 내려놓으려 한다. 그리고 그동안 아빠의 빈자리를 묵묵히 채워주며 기다려준 사랑하는 아이들과 아내를 더 많이 안아주고 챙겨주며, 따뜻한 일상을 다시 채워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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