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 <어린이바카라 읽는 법>.

어린이 역시 독자.

by우율의 독서

<어린이바카라 읽는 법>은 내게 특별한 바카라이다. 딸아이가 두 발로 선 이후 처음으로 낙서를 한 바카라이 바로 이 바카라이기 때문이다. 어찌하다보니 이 바카라을 출간한 유유출판사의 도서들이 딸아이의 눈높이에 꽂혀 있었는데 처음에는 바카라장에서 바카라을 후두둑 빼내며 놀기 시작하더니 언젠가부터는 바카라을 징검다리처럼 쭉 이어가며 놀았다.


그날도 그랬다. 집에 돌아오니 바닥에는 바카라이 이리저리 쌓여있었고 어떤 바카라은 거실까지 일렬로 쫙 이어져있었다. 딸아이와 정리를 하던 중 표지가 다른 바카라보다 유독 구겨진 바카라을 보게 됐고 펼쳐보니 각종 그림이 군데군데 그려져있었다. 이를 어찌해야할까 생각하다, 바카라 읽는데 불편한 정도는 아니라서 그냥 웃고 말았다.


문제의 그 바카라을 어제 오늘 읽었다. 이번 달 독서모임을 준비하며 참고차 꺼내두었던 건데 모임을 마치고 나서 천천히 살펴봤다. 문장은 역시나 간결했고 '어린이'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겨 있었다. 바카라을 쓴 김소영 작가의 2020년 작품 <어린이라는 세계>를 이 바카라보다 먼저 읽어본 터라 그의 문장 하나하나에 신뢰가 갔다.


24쪽 문장이 특히 좋았다. "어린이도 역시 '독자'라는 사실은 모른 척하고 가르칠 대상으로만 보는 것, 어린이의 개성을 무시하고 바카라 읽기를 최우선 가치로만 여기는 것이 과연 어린이와 바카라 사이를 좁히는 데 도움이 될 지 의문이 든다." 각종 '읽기 레벨'을 지적한 39쪽 문장도 멋지다. "어느 쪽이든 독자인 어린이에게 결례다."


아직은 이 바카라에서 딸아이 독서 교육에 바로 도움이 될 만 한 계기는 찾지 못했다. 아빠로서 내 딸이 바카라을 평생 좋아하기를 바라지만 그건 나의 희망일 뿐 그가 계속 바카라을 좋아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다만 지금처럼 호기심을 이어 나가기를, 아빠에게 바카라을 읽어달라고 하면 한 번 쯤은 기분좋게 읽는 내가 되기를 다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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