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은 왜 정복되지 못했을까?

by배대웅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했습니다. 미국인 닐 암스트롱이 달에 첫 발자국을 남긴 그 순간은 과학기술이 어디까지 진보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었습니다. 불과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SF 소설처럼 여겨졌던 일이 현실이 되었으니까요. 수천 개의 기업, 수만 명의 과학자와 기술자, 수십만 개의 부품이 동원된 이 거대한 프로젝트는 결국 인간을 지구 밖으로 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달 착륙의 성공은 미국 슬롯에 강한 자신감을 심어주었습니다. 국가가 마음먹고 자본과 인재를 집중하면 어떤 문제든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이 퍼졌습니다. 냉전 시대 미국은 거대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원자폭탄을 만들었고,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했으며, 마침내 인간을 달에 보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과학기술은 가난, 환경오염, 질병 등 인간의 가장 오래된 문제들도 극복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 중심에는 가장 두려운 질병 가운데 하나였던 암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1971년 미국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암과의 전쟁(War on Cancer)’을 선언합니다. 같은 해 제정된 국가암법(National Cancer Act)은 암 연구를 국가 차원의 핵심 과제로 끌어올렸습니다.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었고, 국립암연구소(NCI)를 중심으로 수많은 연구기관과 과학자들이 동원되었습니다. 당시 슬롯 분위기에서 암 정복은 아폴로 계획의 다음 목표처럼 여겨졌습니다. 달에 사람을 보낸 나라가 암을 치료하지 못할 이유는 없어 보였습니다.


그러나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암은 여전히 인류의 가장 큰 적으로 남아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에서는 약 2천만 건의 새로운 암이 발생했고, 약 1천만 명이 암으로 사망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닙니다. 국가암정보센터는 한국인이 기대수명까지 생존한다고 가정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이 남성은 44.6%, 여성은 38.2%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쯤 되면 의문이 생깁니다. 인류는 달에 갔고, 원자를 쪼개는 기술을 만들었으며, 전 세계를 연결하는 인터넷을 구축했습니다. 방대하고 복잡한 유전정보를 읽어내는 데에도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왜 몸속 세포 몇 개가 통제를 벗어나 증식하는 현상은 아직 완전히 정복하지 못한 것일까요? 암과의 전쟁은 과연 실패한 것일까요?

1971년 국가암법에 서명하는 리처드 닉슨 대통령(왼쪽)과 1970년대 미국의 암 연구 지원 광고(오른쪽). 당시 암과의 전쟁은 ‘다음 아폴로 계획’으로 여겨졌습니다.


몸속 세포가 적으로 돌변했을 때


암을 이해하려면 먼저 다른 질병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류가 지난 200년 동안 거둔 가장 큰 의학적 성과 가운데 하나는 전염병을 통제한 일입니다. 결핵, 콜레라, 천연두, 소아마비, 그리고 최근의 코로나19까지. 이 질병들은 서로 달라 보이지만 중요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원인이 비교적 분명하다는 점입니다.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외부의 병원체가 몸속으로 들어와 문제를 일으킵니다.


이런 질병은 싸우는 방법도 명확합니다. 적을 찾아내 제거하면 됩니다. 항생제는 세균을 공격하고, 백신은 면역세포에게 적의 특징을 미리 알려줍니다. 외부에서 침입한 세균과 바이러스는 인간의 세포와는 다른 구조를 갖고 있어서 공격할 목표도 분명합니다.


그런데 암은 이야기가 다릅니다. 암세포는 원래 우리 몸의 일부였습니다. 피부를 만들고, 혈액을 만들고, 장기를 유지하던 정상 세포가 변한 것입니다. 어떤 이유로 인해 정상적인 성장과 사멸의 규칙을 잊어버리고 통제를 벗어난 세포, 즉 ‘반란을 일으킨 내 몸속의 세포’가 바로 암입니다.


그래서 암 치료는 외부의 적을 상대하는 전염병 치료와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암세포는 정상 세포와 매우 비슷하기 때문에 그것만 골라 제거하기가 훨씬 어렵습니다. 암 치료 과정에서 머리카락이 빠지거나 구토가 생기고 심한 피로가 나타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암세포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정상 세포도 함께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정상 세포는 왜 암세포로 변하는 것일까요? 그 답은 DNA에 있습니다. 우리 몸은 약 30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세포는 오래되면 사라지고 새로운 세포가 그 자리를 대신합니다. 피부는 계속 벗겨지고, 장 점막은 며칠 만에 새것으로 교체되며, 혈액 세포도 끊임없이 만들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세포는 자기 DNA를 복사해 다음 세포에 전달합니다. DNA에는 약 30억 쌍의 염기서열이 들어 있습니다. 엄청난 분량의 바카라으로 가득한 도서관을 오탈자 하나 없이 복사해야 하는 일과 비슷합니다.


대부분은 아무 문제 없이 진행됩니다. 설령 작은 오류가 생겨도 세포 안에는 이를 찾아 고치는 정교한 수리 시스템이 있습니다. 손상이 너무 심하면 세포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우리 몸은 생각보다 훨씬 뛰어난 품질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가끔 문제가 발생합니다. 흡연, 자외선, 방사선, 각종 화학물질은 DNA에 손상을 남길 수 있습니다. 때로는 특별한 이유 없이 세포 분열 과정에서 우연히 오류가 생기기도 합니다. 이런 오류는 대부분 복구되지만, 아주 드물게 중요한 유전자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원래 세포에는 분열을 촉진하는 유전자와 분열을 억제하는 유전자가 함께 작동합니다. 과학자들은 이를 각각 발암유전자(Oncogene)와 종양억제유전자(Tumor Suppressor Gene)라고 부릅니다. 자동차로 비유하면 하나는 가속 페달이고 다른 하나는 브레이크입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가속 페달이 고장 나 계속 밟히고, 브레이크마저 작동하지 않게 되면 자동차는 통제를 잃고 질주하게 됩니다. 세포도 마찬가지입니다. 분열을 촉진하는 신호는 계속 켜져 있는데 이를 멈추게 하는 장치가 망가지면 세포는 끝없이 증식하기 시작합니다. 이것이 암이 시작되는 가장 기본적인 원리입니다.

정상 유방 조직(아래)과 유방암 조직(위)의 현미경 사진. 암은 원래 몸을 이루던 세포가 성장의 규칙을 잃으면서 시작됩니다.


암은 하나가 아니다


여기서 더 복잡한 문제가 등장합니다. 사람들은 종종 암을 하나의 질병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폐암, 위암, 대장암, 유방암은 서로 다른 질병에 가깝습니다. 같은 폐암 환자 두 명이라도 암을 일으킨 유전자 돌연변이는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게다가 하나의 종양 덩어리 안에서도 암세포들은 계속 돌연변이를 일으키며 변화합니다. 어떤 세포는 빠르게 증식하고, 어떤 세포는 숨어 지내며, 어떤 세포는 항암제 공격에도 살아남습니다. 같은 병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종류의 암이 섞여 있는 것입니다. 암은 너무나도 이질적이고 복잡한 수백, 수천 가지 질병의 집합체에 가깝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암세포들이 한 종양 안에 공존한다는 사실은 또 다른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바로 ‘진화’입니다.


환자에게 항암제를 투여하면 처음에는 종양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많은 항암제가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제거합니다. 그러나 한동안 사라진 것처럼 보였던 암이 다시 자라나기 시작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렇게 재발한 암은 이전보다 치료가 더 어려워집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요? 앞에서 설명한 돌연변이와 다양성 때문입니다. 종양 안에는 이미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진 수많은 암세포가 섞여 있습니다. 어떤 암세포는 특정 항암제에 취약하지만, 어떤 암세포는 우연히 그 약에 견딜 수 있는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항암제가 투여되면 암세포 대부분이 죽지만, 살아남은 소수는 다시 증식하기 시작합니다. 살아남은 암세포들이 새로운 종양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 과정은 생물의 진화와 놀라울 만큼 비슷합니다. 찰스 다윈이 설명한 자연선택과 같은 원리가 종양 안에서도 일어나는 셈입니다.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개체는 사라지고, 살아남은 개체의 특징은 다음 세대로 이어집니다.


암세포도 마찬가지입니다. 항암제는 암세포를 제거하는 무기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선택 압력으로 작용합니다. 치료 과정에서 살아남은 세포들은 자신이 가진 유전적 특징을 바탕으로 다시 증식합니다. 그 결과 시간이 지날수록 종양은 점점 더 치료에 강한 세포들로 이루어지게 됩니다. 흔히 말하는 암의 내성입니다.


과학자들이 암을 정복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도 결국 이것입니다. 암은 끊임없이 돌연변이를 일으키고, 환경에 적응하며, 치료에 맞서 변화합니다. 우리가 암이라는 표적을 향해 무기를 발사해도 그것은 그 자리에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치료가 진행되는 중에도 계속 움직이고 모습을 바꿉니다. 그동안 개발된 수많은 ‘기적의 신약’들도 그래서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습니다.

암세포는 치료 과정에서도 계속 진화합니다. 항암제 치료 후 종양이 줄어들더라도, 살아남은 일부 암세포가 다시 증식하면 암이 재발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조금씩 이기고 있다


하지만 암과의 전쟁이 실패로 끝난 것은 아닙니다. 과학자들은 지난 50년 동안 암을 완전히 정복하지는 못했습니다. 대신 암이라는 질병의 정체를 놀라울 정도로 자세하게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암세포가 어떻게 생겨나는지, 어떤 유전자가 암을 일으키는지, 왜 어떤 암은 치료가 잘 되고 어떤 암은 재발하는지에 대한 지식이 꾸준히 쌓였습니다.


그 결과 치료 방식도 크게 달라졌습니다. 과거의 항암치료는 암세포가 있는 곳을 넓게 공격하는 방식에 가까웠습니다. 다만 화학 항암제는 빠르게 분열하는 세포를 공격하기 때문에 암세포뿐 아니라 머리카락 세포나 장 점막 세포까지 함께 손상시켰습니다. 탈모와 구토, 심한 피로 같은 부작용이 함께 나타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최근의 암 연구는 방향 자체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암세포만이 가진 약점을 찾아 공격하려고 합니다. 도시 전체를 폭격하는 대신, 목표물만 골라 제거하는 정밀 유도무기를 사용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기초과학연구원(IBS)이 2022년 개발한 ‘신델라(CINDELA)’입니다. 신델라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이용해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새로운 치료 플랫폼입니다. 연구진은 암세포에만 존재하는 인델(InDel) 돌연변이에 주목했습니다. DNA 염기가 추가되거나 빠져 생기는 일종의 유전적 오탈자입니다. 신델라는 이 오탈자를 정확히 찾아 DNA를 절단합니다. 정상 세포에는 해당 돌연변이가 없어서 공격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기존 항암제는 문제가 있는 바카라을 찾기 위해 서가 전체를 폐기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반면 신델라는 수백만 페이지 가운데 오탈자가 있는 문장만 찾아 지우는 것에 가깝습니다. 아직 기초연구 단계에 있지만,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항암치료의 중요한 가능성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암 치료의 진화는 생명과학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현대 물리학 역시 암 치료에 새로운 무기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입자 치료입니다.


X-선이나 감마선을 이용한 기존 방사선 치료는 효과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정상 조직도 피해를 같이 입는다는 치명적 한계도 있었습니다. 방사선이 목표물인 종양을 관통해 나갈 때도 에너지가 그대로 남아 있어, 그 뒤의 장기까지 손상되곤 했지요. 적지에 폭탄을 떨어뜨리면 군인뿐만 아니라 민간인도 희생되는 것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중입자 치료는 다른 방식을 택합니다. 탄소 원자의 원자핵을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한 뒤 암세포를 향해 발사합니다. 이 탄소 입자는 정상 조직을 통과할 때는 상대적으로 적은 에너지를 방출하다가, 암세포가 있는 깊이에 도달하는 순간 에너지를 집중적으로 쏟아냅니다. 물리학에서는 이 현상을 ‘브래그 피크(Bragg Peak)’라고 부릅니다. 덕분에 정상 조직의 손상은 줄이면서도 암세포에는 훨씬 강한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중입자 치료를 가능하게 한 입자가속기는 원래 암 치료를 위해 만들어진 시설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원자보다 더 작은 입자들을 충돌시켜 물질의 구조와 우주의 기원을 연구하려고 개발되었습니다. 과학자들은 입자를 점점 더 빠르게 가속하는 과정에서 매우 정교한 빔 제어 기술을 발전시켰습니다. 그러자 어느 순간 이런 아이디어도 등장합니다. "입자를 원하는 위치에 정확하게 보낼 수 있다면, 암세포에도 쏠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중입자 치료는 입자물리학 연구에 사용되던 가속기 기술을 의료 분야에 응용한 사례입니다. 우주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개발한 기술이 암세포를 공격하는 도구가 된 것입니다. 같은 장비가 한쪽에서는 빅뱅 직후의 우주를 연구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몸속 종양을 치료하는 데 사용되는 셈입니다.


이렇듯 현대 암 연구의 최전선에서는 생물학과 유전학, 물리학과 공학이 모두 힘을 합치고 있습니다. 암은 여전히 어려운 적이기 때문입니다. 과학자들도 1971년의 출발선에 머물러 있지는 않습니다. 암을 이해할수록 무기는 더 정교해지고 있습니다. 인류는 아직 전쟁을 끝내지 못했지만, 적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싸우던 시대는 분명히 지나가고 있습니다.

중입자 치료는 가속기로 만든 탄소 이온 빔으로 암세포를 정밀 공격합니다. X선은 지나가는 경로 전체에 에너지를 남기지만, 중입자선은 암이 있는 깊이에서 에너지를 집중 방출합니다.


전쟁보다는 탐험이었다


이제 처음의 질문을 떠올려 봅시다. 왜 아폴로 계획은 성공했는데 암과의 전쟁은 그렇지 못했을까요? 보통 생각하기로는 사람이 달에 가는 게 훨씬 더 어려워 보이는데 말입니다. 그 대답은 다루고자 하는 대상의 근본적 성질에 있었습니다.


아폴로 계획은 목표와 해법이 분명했습니다. 우주로 거대한 로켓을 쏘아 올리는 일은 철저히 물리 법칙을 따릅니다. 중력, 질량,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 등은 아이작 뉴턴 이래 단 한 번도 변하지 않은 우주의 진리죠. 궤도를 오차 없이 계산하고 정확한 추력을 발생시킬 수만 있다면, 달은 갑자기 지구를 향해 다가오거나 로켓을 피하려고 궤도를 비틀어버리는 꼼수를 부리지 않습니다. 즉 공학적 문제를 해결할 기술과 자원만 확보하면 되는 일이었죠.


반면 암 연구는 달랐습니다. 과학자들은 목표조차 제대로 모르고 있었습니다. 아폴로 계획은 목적지의 위치를 알고 떠난 항해였다면, 암과의 전쟁은 지도부터 그려야 하는 탐험이었습니다. 암이 왜 생기는지, 어떻게 성장하는지, 왜 재발하는지 알지 못한 채 일단 출발부터 한 셈입니다. 그러니 시행착오가 쌓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암과의 전쟁이 예상보다 오래 걸린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과학자들의 노력이나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생명이라는 대상이 생각보다 훨씬 복잡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인간은 오랫동안 자연을 기계처럼 이해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생명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적응하며 진화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1971년 암과의 전쟁 선언 이후 사람들은 10년이면 암도 천연두처럼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실제 역사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선언은 전쟁보다 탐험의 시작에 가까웠습니다. 반세기 동안 과학자들은 암이라는 미지의 대륙을 조금씩 지도 위에 옮겨 그려 왔습니다. 발암유전자와 종양억제유전자를 발견했고, 인간 유전체를 해독했으며, 암세포의 진화 과정도 밝혀냈습니다. 오늘날의 표적치료제와 면역항암제, 유전자가위와 중입자 치료는 모두 그 탐험의 결과로 얻은 성과입니다.


과학의 역사는 종종 연속된 성공담처럼 소개됩니다. 하지만 암 연구의 역사는 오히려 인간이 얼마나 많은 것을 몰랐는지를 보여주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암을 이해했다고 생각하면 더 복잡한 암이 나타났고, 답을 찾았다고 생각하면 새로운 질문이 등장했습니다. 결국 지난 반세기는 암을 정복하기보다는 암이라는 대상을 조금씩 이해해 온 시간이었습니다.


인류는 아직 암을 정복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50년 전과 달리 암이 어디에서 시작되고, 어떤 경로로 퍼져 나가며, 왜 치료를 피해 살아남는지 알아가고 있습니다. 과거의 과학자들이 어둠 속을 더듬으며 걸었다면, 오늘날의 과학자들은 적어도 손에 지도를 들고 있습니다. 아직 목적지에 도착한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어디로 가야 하는지는 전보다 훨씬 분명해졌습니다.

카지노 게임의 이전글다이아몬드는 왜 특별해졌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