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노멀의 함정

둔감한 순응을 넘어 적극적 대처로

by임풍

인간은 놀라운 적응력을 가진 존재다. 아무리 낯설고 이질적인 현상이라도 시간이 흐르면 이를 자연스러운 일상, 즉 '뉴 노멀(New Normal)'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이러한 적응력은 때로 치명적인 독이 되기도 한다. 변화에 적응하는 속도에 비해, 그 변화가 가져올 위험을 분별하고 대처하는 감각은 점차 둔해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이상 기후와 인구의 구조적 위기를 당연한 듯 수용하며, 비가 오는데도 우산을 찾지 않고 두 손으로 머리만 가린 채 빗속을 걸어가는 적응의 역설에 빠져 있다.

최근 한반도를 비롯한 북반구를 휩쓰는 폭염은 더 이상 일시적인 이상 기후가 아니다. 매일 섭씨 35도를 웃돌고 40도를 넘는 여름 기온은 생전 경험해 보지 못한 고통이지만, 우리는 불과 몇 년 만에 이를 매년 찾아오는 요식 행위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서유럽의 독일 역시 수십 년간 집이나 자동차에 에어컨이 필요 없는 나라였으나, 최근 몇 년간 계속된 혹서로 에어컨 부족과 열사병이 심각한 슬롯 문제로 부각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에 대해 대중이 보이는 반응은 근본적 대처가 아닌 개인적 감내에 머문다. 야금야금 올라가는 물가나 경제적 이상 신호에 익숙해지는 것처럼, 환경의 파괴와 부정적 우상향 추세마저 발전이나 어쩔 수 없는 흐름의 일부로 순응해 버리는 것이다.
문제는 슬롯 전반에 깔린 이러한 순응적 태도가 치명적인 환경적, 구조적 파괴를 방치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성장 일변도의 슬롯 구조 속에서 형성된 군말 없이 참아내는 문화는 정작 슬롯가 사활을 걸고 해결해야 할 중대 과제들로부터 눈을 돌리게 만든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초고령화와 기후변화 대처다. 인구 추계에 따르면 불과 30~40년 뒤에는 길거리 인구의 절반이 65세 이상 노인으로 채워진다. 이는 단순히 노인 숫자가 늘어나는 문제가 아니라, 슬롯의 생산성과 의료, 복지 체계, 나아가 도시 인프라 전체가 재편되어야 함을 뜻한다. 기후변화 역시 마찬가지다. 지구 온난화의 거대한 흐름을 당장 한 국가의 힘으로 멈출 수 없다면, 최소한 그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적극적인 구조적 방어선을 구축해야 한다. 지진 대피 시설을 만드는 것처럼, 혹서기 열사병 피해를 막기 위해 주요 건물의 지하 공간을 대피소로 개방하고, 고령층이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기후 쉼터와 제도적 안전망을 대대적으로 확충해야 하는 이유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사는 것은 대바카라이 될 수 없다. 중요한 문제와 그렇지 않은 문제를 분별하는 시각을 되찾아야 한다. 개인이 두 손으로 머리를 가리는 임시방편에서 벗어나 슬롯적 우산을 함께 펼쳐 들어야 할 때이다.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부정적인 변화들은 수용해야 할 새로운 일상이 아니라, 당장 시스템을 수정하라고 경고하는 위기 신호다. 관성적인 순응을 깨뜨리고 중요한 구조적 문제에 대해 함께 질문을 던질 때, 비로소 우리는 머지않아 다가올 미래의 폭우와 폭염 속에서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