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꿀 수 없는 세상을 견디고 나를 지키는 법

by임풍

마키아벨리와 쇼펜하우어 두 사상가는 시대도, 철학적 출발점도 달랐다. 그러나 두사람 모두 인간과 세상에 대한 환상을 철저히 거두어냈다는 점에서 깊게 통한다. 마키아벨리가 인간과 정치 슬롯의 냉혹한 실체를 파헤친 현실주의 정치철학자였다면, 쇼펜하우어는 존재 자체의 근원적 비극을 파헤친 형이상학적 염세주의자였다. 두 거장의 통찰을 바탕으로 인생의 본질과 이에 대처하는 삶의 자세를 살펴본다.

인간은 끊임없이 세상이 정의롭기를, 타인이 따뜻하기를, 그리고 삶이 행복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현실은 이러한 기대에 무자비할 만큼 냉담하다. 16세기 이탈리아의 정치사상가 니콜로 마키아벨리와 19세기 독일의 철학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는 각기 다른 각도에서 세상의 이 가혹한 베일을 벗겨냈다. 이들은 세상의 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할 때 비로소 개인이 스스로를 지키며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우선 두 철학자가 바라본 세상의 본질은 극도로 냉혹하다.

마키아벨리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도덕적 당위의 세계를 버리고, "사람들이 실제로 어떻게 살고 있는가"라는 현실의 세계를 보라고 외친다. 그에게 세상은 선의나 정의로 작동하는 곳이 아니다. 인간은 이기적이며, 이익에 따라 쉽게 변하고, 타인의 허점을 이용하려 든다. 따라서 세상을 천진난만하게 바라보는 자는 거대한 이기심의 파도 앞에 가장 먼저 무너진다. 반면 쇼펜하우어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우주와 존재의 본질 그 자체를 파헤친다. 그에게 세상은 어떠한 고결한 목적도 없이, 그저 살아남고 번식하려는 맹목적인 생명의지로 이끌리는 장소다. 모든 생명체는 이 욕망을 채우기 위해 서로를 집어삼킨다. 인간의 삶은 결핍에서 오는 고통과 욕망이 충족되었을 때 찾아오는 지루함 사이를 추처럼 흔들릴 뿐이다. 즉, 인생에서 고통은 불운한 사건이 아니라 존재 그 자체의 기본값인 셈이다.

이러한 세상 속에서 인간의 특성, 특히 타인을 변화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두 사람은 모두 회의적인 답을 내놓는다. 타인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은 인간이 가진 가장 흔한 착각이라는 것이다. 마키아벨리의 시선에서 사람들의 본성은 결코 바뀌지 않으며, 오직 환경과 조건, 그리고 제도가 이들의 행동을 규제할 뿐이다. 사람들은 내면의 진실보다 눈에 보이는 결과에 흔들리므로, 타인의 선의에 기대기보다 함부로 나를 침범하지 못하도록 제약 조건을 만드는 것이 현명하다. 쇼펜하우어 역시 인간의 성격은 타고난 선천적 기질이며 평생 변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그에게 타인을 바꾸려 애쓰는 것은 돌멩이에게 나무처럼 자라라고 명령하는 것만큼이나 부질없다.

두 사람 모두 타인을 계몽하거나 변화시키려 에너지와 감정을 낭비하지 말라고 권고한다. 타인은 바꿀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관리해야 하는 환경일 뿐이다. 그렇다면 세상이 고통스럽고 인간이 변하지 않는 냉혹한 환경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삶의 주도권을 잡아야 하는가? 두 철학자는 단순한 비관주의에 머무는 대신 극히 현실적인 대응법을 제시한다.

첫째, 마키아벨리는 운명이라는 거센 파도에 맞서 나만의 비르투(역량과 결단력)를 키우라고 강조한다. 통제할 수 없는 운명의 폭우는 누구에게나 쏟아진다. 따라서 평소에 둑과 제방을 쌓아두듯 자신의 실력과 명확한 경계선을 구축해야 한다. 타인의 호의에 의존하며 사랑받기를 갈구하는 삶보다는 나의 실력과 주체성으로 존중받는 경외의 삶을 만들어갈 때 비로소 위기 속에서도 내 삶을 제어할 수 있다.

둘째, 쇼펜하우어는 타인과 세상에 대한 기대를 낮추고 고독을 친구로 삼을 것을 권한다. 삶의 고통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행복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버리는 것이다. 인생의 목표는 즐거움을 쫓는 것이 아니라 괴로움이 없는 상태를 유지하는 데 있다. 또한, 바뀌지 않는 타인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고독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사색, 예술, 문학을 통해 맹목적인 욕망의 고리를 잠시 끊어내는 관조의 시간이 필수적이다.

결론적으로 마키아벨리와 쇼펜하우어가 우리에게 주는 궁극적인 메시지는 희망봉을 바라보되 발밑의 늪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인생은 나에게 친절하지 않으며, 세상 사람들은 나의 선함에 온전히 보답하지 않는다. 이 씁쓸한 진실을 인정하는 순간, 역설적이게도 삶의 불필요한 배신감과 상처, 억울함은 사라진다. 마키아벨리처럼 닥쳐올 운명의 파도에 맞서 나만의 둑을 쌓고, 쇼펜하우어처럼 타인에게 거창한 기대를 품지 않은 채 내면의 고독과 평온을 가꿀 때, 우리는 비로소 세상이라는 냉혹한 무대 위에서 흔들리지 않는 진짜 삶의 주인으로 바로 설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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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의식 탐구, 21세기 대응법, 몸과 맘 균형, 유튜브 채널: 아래 웹싸이트(URL) 클릭 연결, 저서: 21세기 인생 해석, 생각하면서 걸어가기, 오늘 나는 다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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