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은 내가 아니다

좌뇌의 스토리텔러가 만든 환상에서 벗어나기

by임풍

우리는 매일 머릿속에서 쉼 없이 들려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때로는 과거의 후회로 괴로워하고, 때로는 미래의 불안에 떨며,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고통받는다. 술이나 담배, 혹은 스마트폰이나 각종 중독에 빠져드는 것도 결국 이 통제할 수 없는 생각과 감정의 폭풍으로부터 잠시나마 도망치기 위한 몸부림이다. 과거의 선승들이 벽에 마음 심(心) 자를 붙여두고 잡념을 없애려 평생을 수양했던 것처럼, 인류는 언제나 이 내면의 소음을 다스리기 위해 애써왔다. 그러나 현대 뇌과학과 인지과학은 우리가 전혀 예상치 못한 엄청난 비밀을 밝혀내며, 기존의 노력이 왜 그토록 힘들었는지를 설명해 준다. 바로 생각은 내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현대 과학이 밝혀낸 인간의 행동 메커니즘은 우리의 상식을 뒤흔든다. 우리는 대개 이성적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결정을 내린 뒤, 그에 따라 몸이 움직인다고 믿는다. 하지만 신경과학적 연구 결과는 정반대의 순서를 가리킨다. 생존과 안전을 위협하는 자극이 주어지면, 이성이 깨어나기 훨씬 전(수백 미리 초 단위)에 우리의 몸이 먼저 반응하고 호르몬이 분비된다.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근육이 긴장하는 등 무의식적인 신체 변화가 선행하는 것이다. 진짜 극적인 반전은 그다음에 일어난다. 신체 반응과 호르몬 분비가 일어난 직후, 우리 뇌의 좌반구는 이 상황을 설명할 그럴듯한 스토리를 순식간에 조작해 낸다.

분리 뇌(Split-brain) 연구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마이클 가자니가(Michael Gazzaniga) 박사는 이 기능을 수행하는 좌뇌의 메커니즘을 해석기(Interpreter)라고 명명했다. 좌뇌의 해석기는 몸의 변화와 무의식적 행동의 진짜 이유를 알지 못해도, 현재 상황에 어울리는 가짜 이유를 벼락처럼 만들어내 자아를 안심시킨다. 객관적 사실이나 정의, 진리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생존을 위한 그럴듯한 변명만 있으면 그만이다. 심지어 바로 전의 주장과 모순되는 스토리라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바꿀 수 있는 것이 이 좌뇌의 특징이다. 이 모든 과정이 끝난 한참 후에야 우리의 이성이 나타나 그 스토리를 마치 자신이 처음부터 내린 결론인 양 합리화한다.

이 놀라운 메커니즘은 우리에게 치명적인 의문을 던진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수많은 감정, 그리고 그 감정을 정당화하는 생각들은 과연 진실인가? 대답은 틀릴 확률이 매우 높다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좌뇌가 만들어낸 오류투성이의 스토리, 즉 망상과 환상을 되씹으며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 슬롯적으로 아무리 올바른 이념을 외치고 사상을 주장하는 지성인이라 할지라도, 개인의 일상적 삶의 수준에서는 자신의 좌뇌가 툭 던진 비합리적인 생각의 지배를 받는 나약한 존재일 뿐이다.

따라서 삶의 진정한 자유를 얻기 위한 첫걸음은 내 좌뇌의 신속한 스토리 구성이 나의 인생을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아차리는 것이다. 지금 내가 느끼는 분노, 불안, 질투, 혹은 억울함은 객관적 현실이 아니다. 그것은 진화의 과정에서 몸이 먼저 반응한 결과물에 대해, 좌뇌가 생존을 위해 급조해 낸 일종의 소설이자 변명거리에 불과하다. 우리가 머릿속 소음에서 벗어나지 못해 고통받는 이유는 그 스토리를 나 자신과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학이 증명하는 것처럼, 생각은 그저 뇌라는 기관이 생존을 위해 자동으로 뿜어내는 분비물과 같다. 위장이 위산을 분비하고 심장이 피를 돌리듯, 좌뇌는 끊임없이 스토리를 분비할 뿐이다.

따라서 떠오르는 생각은 내가 아니다. 나는 그 생각을 만들어내는 좌뇌의 기계적 메커니즘도 아니며, 그것에 속아 넘어가는 꼭두각시도 아니다. 나는 그저 내 좌뇌가 어떤 스토리를 지어내고 있는지, 내 몸이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를 조용히 지켜보는 거대한 관찰자이자 의식일 뿐이다. 머릿속에서 수많은 생각과 감정의 소용돌이가 몰아칠 때, 그 스토리에 빠져들어 자바카라하거나 남을 원망하는 대신 ‘내 좌뇌가 또 생존을 위해 그럴듯한 소설을 쓰고 있구나’라는 자각이 필요하다. 이 알아차림의 순간, 좌뇌의 폭정은 멈추고 우리는 비로소 삶의 진정한 주인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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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의식 탐구, 21세기 대응법, 몸과 맘 균형, 유튜브 채널: 아래 웹싸이트(URL) 클릭 연결, 저서: 21세기 인생 해석, 생각하면서 걸어가기, 오늘 나는 다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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