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그걸 왜 몰랐을까

by무하

공부를 뛰어나게 잘했던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성격이 활달해서 튀는 아이도 되지 못했던 나는 그저 평범한 여고 시절을 보냈다. 그 당시에는 모두가 가난했던 시절이어서 육성회비를 내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육성회비를 내지 못하면 교실 앞에서 손을 들고 서 있어야 했던 때였다. 한참 감수성이 풍부하고 민감했던 여고 시절,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폭력과 수치와 모욕감을 주는 행동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곤 했다.


그날도 우리 반 담임은 육성회비를 내지 못한 아이들을 차례로 불러 세우기 시작했다. 나도 앞으로 불려 나갔다.


“나는 너희들이 육성회비를 안 냈다고 해서 불러낸 건 절대 아니다. 너희들은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약속은 중요하다. 너희들은 약속을 지키지 못한 죄로 벌을 받는 것이다. 손들어!”

앞으로 불려 나간 아이들과 나는 교단 앞에서 손을 들었다. 수치심으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대로 폭삭 사그라져 없어져 버리고 싶을 만큼 친구들 앞에서 당하는 모욕감은 견디기 힘들었다. 무엇보다 손상된 내 자존심이 억울하고 분했다.


한참 만에 벌을 세운 담임에게 내일까지 육성회비를 가져오겠노라 약속하고 담임의 노트에 날짜와 이름, 지장을 찍고 나서야 자리에 들어왔다. 자리에 앉아 있었지만 불안하긴 마찬가지였다. 내일도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면 나는 거짓말하는 학생이 되는 것이고, 또다시 아이들 앞에서 손을 들고 있어야 한다. 그 당시 가구점을 하던 우리집은 아버지가 납품업자들에게 사기를 당하는 바람에 가구점 사업이 퇴로를 걷고 있었다. 임시방편으로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엄마가 시장에 나가 장사를 하고 있었다. 나는 엄마가 어떻게 집안 살림을 꾸려 나가는지 전혀 몰랐던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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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문학 21> 수필 등단, 2008년 불교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 당선. 2008년 <실크로드의 왕 고선지 1, 2권>을 펴냈습니다. 현 <세종교육센터>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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