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격자들이 골목으로 들어온다. 차 문은 열려 있고 열쇠도 꽂혀 있다. 주인공이 시동을 걸며 목적지를 말한다. 그러자 자동차가 주차 브레이크를 올린다. “거기는 안 가.”
고장이라면 수리하면 된다. 연료가 없으면 채우면 된다. 그런데 차가 그 주소를 싫어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협박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등을 기대고 앉은 물건이 상대의 몸이다. 방금 만든 이 도입에서 도주 차량은 도구에서 협상 상대가 되었다. Sentient Vehicle은 탈것 자체에 판단과 욕망을 부여한다. 무생물이 스스로 움직이는 Animate Inanimate Object 가운데서도, 누군가를 태우고 이동시킨다는 기능이 관계의 중심에 놓이는 경우다.
〈러브 버그〉의 허비는 말을 술술 하는 자동차가 아니다. 운전자의 지시와 다른 움직임, 애정과 질투를 드러내는 반응으로 자기 의사를 전달한다. 차체에 눈썹을 그려 넣지 않아도 행동의 반복으로 인격이 생긴다. 누가 탔을 때 순순히 움직이는지, 무엇 때문에 경주 의욕을 잃는지 보면 관객은 엔진 소리를 감정의 일부로 듣는다.
이 방식에는 좋은 제약이 있다. 사람이 차량의 뜻을 바로 이해하지 못하므로 오해가 장면을 만든다. 주인은 성능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차는 서운하다. 정비소에 가서는 해결되지 않는다. 같은 불응도 첫 장면에서는 우스운 고장이고, 관계를 알게 된 뒤에는 상처받은 동료의 침묵이 된다.
미국 TV 드라마 〈전격 Z작전〉의 키트는 반대 방향에서 관계를 만든다. 마이클 나이트와 말로 대화하고 판단을 보탠다. 시청자는 운전자가 명령하고 기계가 수행하는 장면뿐 아니라 두 존재가 의견을 주고받는 장면을 기다린다. 추격전 사이의 대화가 쉬는 시간이면서 둘의 성격을 보여 주는 본편이다.
다만 내비게이션이 농담한다고 모두 같은 트롭스가 되지는 않는다. 차량과 분리된 AI가 잠시 자동차 스피커로 말하는 것인지, 자동차가 그 인격의 몸으로 취급되는지 구분해야 한다. 주차장에 두고 떠날 때 컴퓨터 프로그램을 끈 것인가, 동료를 홀로 남긴 것인가. 작가가 이 질문에 답하면 손상과 수리의 의미도 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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