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이 마을을 위협한다. 용을 잡는 기사가 나타난다. 마을은 돈을 내고 기사는 괴물을 쓰러뜨린다. 영화 〈드래곤하트〉에서 보웬과 드레이코가 꾸미는 장사는 익숙한 영웅담의 순서를 정확히 지킨다. 달라진 것은 용과 기사가 싸움 전에 이미 합의했다는 사실이다.
드레이코가 무시무시하게 등장하고 보웬이 멋지게 맞선다. 용이 쓰러지는 장면도 관객인 주민들이 믿을 수 있어야 한다. 무력만큼 연기가 중요하다. 이야기를 보는 사람은 사정을 알기 때문에 주민들이 놀라는 순간에도 다른 종류의 웃음을 느낀다. 위험을 파는 사람과 안전을 파는 사람이 수익을 나눌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Monster Protection Racket은 해결사가 자기가 만든 위협을 해결하며 보상이나 명성을 얻는 구조다. 영웅처럼 보일 사건을 꾸미는 Engineered Heroics 가운데서도, 괴물의 출몰과 퇴치가 같은 기획에 속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보웬은 본래 용을 사냥하던 사람이고, 드레이코는 살아남아야 한다. 둘이 짜고 싸우는 거래는 적대 관계를 이상한 동업으로 바꾼다. 기사는 더 이상 용을 죽여서는 안 된다. 용은 너무 완벽하게 이겨도 안 된다. 각자가 잘하는 일을 적당히 못하는 척해야 장사가 이어진다.
이때 대결 장면에는 합의된 위험과 합의되지 않은 위험이 함께 들어갈 수 있다. 속이는 주민이 예상과 다르게 움직이거나, 용이 연기를 과하게 하거나, 실제로 누군가 다칠 수 있다. 야바위The Con을 쓰는 이야기에서 계획을 미리 알려주는 재미는 결과를 기다리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계획과 다른 작은 움직임을 알아보는 재미가 생긴다.
둘의 우정을 보여준다고 해서 피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주민에게는 위협과 돈의 손실이 실제다. 주인공들의 사기를 매력적으로 만들수록 그들이 누구에게 비용을 넘겼는지도 보아야 한다. 동업자끼리 다정하다는 사실만으로 좋은 사업이 되지는 않는다.
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의 신드롬은 옴니드로이드를 도시로 보내고 자신이 그것을 물리쳐 영웅이 되려 한다. 여기서 얻으려는 것은 퇴치비보다 명성이다. 위험이 크고 대중이 절망할수록 구원자의 등장은 더 극적으로 보인다.
그런데 신드롬이 원하는 장면을 위해 개발한 병기는 그 장면에 복종할 의무가 없다. 강한 영웅을 상대하도록 발전시킨 기계는 자신을 통제하려는 장치에도 대응한다. 신드롬이 연출자로 남고 싶어 할수록, 병기가 실제로 유능하다는 사실이 위험해진다.
Evil Is Not a Toy라는 연관 개념은 이 지점을 설명한다. 남을 해칠 수 있는 힘을 장식이나 장난감처럼 취급하면 통제의 한계를 만나게 된다. 멋진 구조 장면을 위해 충분히 위험한 적을 준비했다면, 그 위험이 자신에게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영웅의 연기를 망치는 것은 관객의 눈썰미만이 아니다.
영화 〈그림 형제: 마르바덴 숲의 전설〉에서 형제들은 초자연적 위협을 꾸미고 해결하는 방식으로 돈을 번다. 그러나 실제로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숲에 들어가면서 익숙한 수법이 더는 충분하지 않게 된다. 위협을 만들었기 때문에 잘 알던 해결사들이, 자신들이 만들지 않은 위협 앞에 선다.
이 변주는 주인공을 처음부터 정직한 영웅으로 고칠 필요 없이 상황을 바꾼다. 속임수에 쓰던 기술이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자신들이 아는 규칙대로 사건이 진행되지 않는다. 과거의 평판 때문에 도움을 청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사기를 친 경력이 능력과 불신을 동시에 남긴다.
중요한 것은 ‘이번에는 진짜다’라는 선언 뒤의 차이다. 준비한 장치가 없는데도 현상이 일어나거나, 동업자가 모르는 곳에서 피해가 생겨야 인물도 관객도 차이를 알아본다. 가짜와 진짜가 화면에서 아무 구별 없이 작동하면 설정의 반전만 있고 경험의 반전은 없다.
게임 〈록맨 9〉에서 와일리는 로봇들의 공격 바카라임을 라이트에게 돌리고, 자신이 해결할 로봇을 만들겠다며 돈을 요구한다. 실제로는 폐기 위기에 놓인 로봇들을 이용한 조작이 있다. 피해의 원인과 구조의 주체를 동시에 바꾸어 말하는 셈이다.
여기서는 괴물의 정체보다 사건을 설명할 권한이 중요하다. 사람들이 공격을 봤다는 사실만으로 그 공격을 누가 계획했는지 알 수는 없다. 범인이라는 설명을 먼저 얻은 인물과 해결사라는 설명을 먼저 얻은 인물은 다른 출발선에 선다. 주인공에게 필요한 일도 적을 격파하는 것과 거짓 설명을 무너뜨리는 것으로 나뉜다.
로봇의 폐기 문제까지 연결하면 단순한 자작극 바깥의 사정이 드러난다. 협력한 존재에게도 두려움과 이해관계가 있을 수 있다. 괴물을 비용 없이 움직이는 소품으로 두는 것보다, 무엇을 약속받았기에 위험에 가담했는지 보여줄 때 사건이 더 풍부해진다.
로저 젤라즈니의 단편 〈The George Business〉는 기사와 용의 거래 자체를 중요한 발상으로 삼는다. 싸워야 한다고 여겼던 두 존재가 다른 수익 구조를 발견하면, 앞으로 일어날 영웅담이 장사의 반복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적과의 대화가 평화를 만드는 동시에 제삼자를 속일 준비가 될 수 있다.
〈드래곤하트〉가 동업자의 관계를 따라가고, 〈인크레더블〉이 명성을 연출하려는 욕망을 다루며, 〈록맨 9〉가 바카라임의 조작을 얹는 것처럼 같은 구조에서도 중심이 달라진다. 실제 괴물이 끼어드는 이야기에서는 사기꾼의 생존이, 피해자의 시점에서는 누가 믿을 만한 해결사인지가 질문이 된다.
게임이나 TRPG의 의뢰로 옮긴다면 보수를 많이 준다는 사실만으로 함정을 표시할 필요는 없다. 퇴치한 괴물이 같은 표식의 먹이를 먹었거나, 회사가 도착 시간을 지나치게 정확히 알고 있다는 작은 불일치가 더 유용하다. 플레이어가 사실을 눈치챈 뒤에도 선택은 남는다. 회사를 폭로하는 동안 다음 공격을 누가 막을 것인가.
사기꾼이 진짜 영웅이 되는 결말도 가능하지만 자동적인 면죄부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이미 걷은 돈, 망가진 집, 거짓 영웅 때문에 밀려난 사람의 일은 남는다. 괴물을 쓰러뜨리는 장면 다음에 피해자를 다시 만나는 장면을 두면, 구원자의 포즈와 실제로 바카라임지는 행동의 차이가 보인다.
경쟁 업체를 망가뜨리다 — Business Rival Sabotage: 자신의 사업을 키우기 위해 경쟁자의 영업과 자산을 방해하거나 파괴한다.〈고잉 포스털〉(소설): 리처 길트는 되살아난 우체국이 자기 회사의 경쟁자가 되자 우체국에 불을 지르게 한다.
그 재능으로 합법적으로 벌면 되는데 — Cut Lex Luthor a Check: 범죄에 쓰는 뛰어난 능력만으로도 정상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다.〈명탐정 코난〉(애니메이션): 코난은 뛰어난 요리 솜씨를 가진 범인에게 왜 그 재능으로 일하지 않았느냐고 묻는다.
부자인 척하는 사람 — Mock Millionaire: 실제 재산보다 부유한 사람처럼 보여 대우를 얻는다.〈백만 파운드 지폐〉(소설): 가난한 여행자는 거액의 지폐 한 장 때문에 부자로 오해받고 신용을 얻는다.
먼저 돈을 보내라는 사기 — 419 Scam: 큰돈을 받게 해 주겠다며 수수료나 선금을 요구한다.〈419〉(소설): 로라는 아버지가 선불 사기에 휘말린 뒤 그 일을 벌인 사람을 찾아 나이지리아로 간다.
뇌물의 역효과 — Bribe Backfire: 매수하려던 행동 때문에 상황이나 처벌이 더 나빠진다.〈비트라이프〉(게임): 체포를 피하려 경찰에게 돈을 건네면 오히려 뇌물 혐의가 더해질 수 있다.
돈으로 범죄와 싸우기 — Crimefighting with Cash: 재산으로 장비와 인력을 마련해 영웅 활동을 한다.〈프리스키 딩고〉(애니메이션): 어썸 X는 초능력 대신 자신이 거느린 용병 집단을 능력처럼 내세운다.
유명인의 이름을 빌린 광고 — Celebrity Endorsement: 유명한 사람의 인지도와 신뢰를 상품이나 가게의 홍보에 이용한다.〈매스 이펙트 2〉(게임): 셰퍼드는 시타델의 상점에 추천 광고를 제공해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악명으로 알려지기 — Fame Through Infamy: 좋은 평가 대신 나쁜 사건을 통해서라도 이름을 알리려 한다.〈바니 밀러〉(드라마): 신생 갱단은 동료를 빼내겠다며 경찰서에 들이닥치고 신문에 나온다는 약속에 오히려 만족한다.
번 돈이 계속 들어가는 곳 — Money Sink: 게임에서 고가의 서비스나 시설이 쌓인 재화를 소모시켜 돈을 계속 벌 이유를 만든다.〈모여봐요 동물의 숲〉(게임): 집 대출을 갚은 뒤 더 큰 방과 새로운 외관을 원하면 다시 확장 비용을 마련해야 하므로, 돈벌이의 목표가 다음 집 공사로 이어진다.
폭력으로 받아내는 빚 — Loan Shark: 고리의 채무를 이용하고 위협과 폭력으로 상환을 강요한다.〈오징어 게임〉(드라마): 기훈의 채권자들은 상환하지 못하면 신체를 내놓으라는 문서에 서명하게 한다.
제작 권한의 간섭 — Executive Meddling: 제작비나 유통을 쥔 쪽이 창작물의 내용에 개입한다.〈심슨 가족〉(애니메이션): 방송 경영진의 요구로 탄생한 푸치가 기존 만화에 끼어들지만 관객의 사랑을 얻지는 못한다.
악의로 퍼뜨린 말 — Malicious Slander: 거짓말과 왜곡된 소문으로 다른 사람의 평판을 무너뜨린다.〈시련〉(문학·희곡): 애비게일 일행의 마녀 고발이 무고한 사람들을 재판과 처벌의 대상으로 만든다.
누구에게나 가격이 있다 — Every Man Has His Price: 돈을 제시하면 원칙이나 충성도 바꿀 수 있다고 여긴다.〈세비야의 이발사〉(희곡): 돈 바질은 바르톨로를 돕다가도 돈을 받고 피가로와 백작의 편의에 응한다.
악당의 구체적인 계획 — Evil Plan: 악당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행동의 순서를 짠다. 〈알라딘(1992)〉(애니메이션): 자파는 램프를 얻으려던 계획이 틀어지자 공주와 결혼해 왕권을 차지하려 한다.
위협이 약한 악당 — Harmless Villain: 거창한 야심에 비해 실제로 끼치는 해악은 작거나 우스꽝스럽다.〈디스크월드: 마지막 영웅〉(소설): 악당 해리 드레드는 직업윤리를 지킨다며 탈출하기 쉬운 감옥과 어리석은 경비를 고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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