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 러버스〉의 레너드는 실연을 겪고 부모의 집으로 돌아온다. 그곳에서 두 여자를 만난다. 산드라는 가족들이 잘 아는 집안의 딸이며, 레너드에게 관심을 보이고 그의 불안정한 모습을 받아들이려 한다. 같은 건물에 사는 미셸은 그가 익숙한 생활 밖을 상상하게 한다. 레너드는 두 사람과 서로 다른 관계를 맺어 간다. 배급사의 작품 소개도 가족이 기대하는 관계와 레너드가 강하게 끌리는 관계 사이의 갈등을 중심에 놓는다.
겉으로 보면 누구를 더 사랑하는지 정하면 될 것 같다. 그러나 레너드는 두 여자 앞에서 같은 사람이 아니다. 산드라와 함께 있으면 돌봄을 받고 안정된 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 미셸 앞에서는 누군가를 구해 주고 함께 다른 곳으로 떠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두 상대 사이의 선택에는 자신을 어떤 사람으로 믿고 싶은가라는 문제가 들어 있다.
이처럼 성격과 매력이 대조적인 두 연애 상대를 배치하는 관습을 TV Tropes에서는 Betty and Veronica라고 부른다. 이름은 아치 코믹스의 두 인물에게서 왔다. 우유부단한 주인공과 서로의 장점을 가진 두 이성의 클리세에 대한 명칭인 베티앤베로니카는 아치 시리즈의 주인공 아치의 소꿉친구 베티 쿠퍼 (Betty Cooper)와 도시에서 온 재벌가의 외동딸 베로니카 로지 (Veronica Lodge)를 의미하는데, X세대에게는 오렌지로드와 유사한 작품이다.
다정하고 익숙한 쪽과 화려하고 쉽게 닿기 어려운 쪽의 대비가 대표적이지만, 모든 작품이 그 구도를 그대로 따르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이 달라 보인다는 사실보다, 누구의 눈에 어떤 차이로 보이는가다.
레너드가 미셸에게 끌리는 데에는 낯선 세계에 대한 기대가 섞여 있다. 미셸에게도 자기 욕망과 다른 관계가 있지만, 레너드의 시선에서는 자신을 일상 밖으로 데려갈 사람처럼 보이기 쉽다. 반대로 산드라의 친절은 그가 머물 수 있는 편안한 생활과 연결된다. 한 사람은 탈출의 가능성, 다른 사람은 돌아갈 곳으로 읽히는 것이다.
이 구도는 이해하기 쉽다. 누구나 익숙한 삶에 머물고 싶은 마음과 다른 삶으로 가고 싶은 마음을 함께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두 인물의 대비를 통해 주인공 안의 갈등을 밖으로 꺼내 놓으면, 추상적인 고민이 만남과 약속의 장면으로 바뀐다. 익숙함과 새로움의 균형은 양다리까지 오지 않아도 미학의 주된 소재이다.
문제는 두 여자를 정말로 두 가지 인생의 표지처럼만 다룰 때 생긴다. 산드라가 레너드의 안정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라면, 그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묻지 않게 된다. 미셸을 낯선 매력의 덩어리로만 보면, 그 역시 다른 사람에게 기대고 실망하며 살아가는 인물이라는 사실이 흐려진다.
〈투 러버스〉의 불편함은 레너드의 소망과 두 여자의 생활이 정확히 맞아떨어지지 않는 데서 나온다. 그가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해서 상대가 같은 미래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을 받아 줄 사람이 있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정직하게 응답할 준비가 된 것도 아니다. 사랑의 방향보다 각자가 기대하는 관계의 내용이 더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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