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엔트 특급 살인〉의 열차는 눈 때문에 멈춘다. 승객들은 같은 객차에 남아 있고, 한 사람은 칼에 찔려 죽어 있다. 열차가 다시 달리기 전에 살인범이 사라질까 걱정할 필요는 줄었다. 대신 식사를 같이하고 복도에서 마주치는 사람 가운데 누군가가 범행에 가담했을 가능성을 견뎌야 한다.
도망갈 곳이 없다는 사실은 탐정에게 유리해 보인다. 살펴볼 장소와 질문할 사람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용의자에게도 같은 시간이 주어진다. 진술을 맞추고 증거를 숨기거나, 다음 피해자에게 다가갈 수 있다. 바깥과 끊긴 공간은 사건을 단순하게 만들면서 그 안의 사람들을 더 불안하게 한다.
그런데 이 열차를 곧바로 ‘밀실’이라고 부르면 서로 다른 두 가지 재미를 놓치기 쉽다. 잠긴 방에서 사람이 어떻게 빠져나왔는지 푸는 일과, 열차에 남은 승객 중 누가 거짓말하는지 가리는 일은 다르다. 둘은 함께 등장할 수 있지만 같은 질문은 아니다.
밀실 미스터리의 중심에는 불가능해 보이는 범행이 있다. 안에서 잠긴 방에 시체가 있는데 범인은 보이지 않는다. 출입구가 감시되고 있었거나, 눈 위에 들어간 발자국만 남아 있을 수도 있다. 물리적으로 가능한 사건과 관찰된 흔적이 서로 맞지 않는 것이다.
반면 닫힌 집단은 드나들 사람을 제한한다. 폭풍에 고립된 섬, 눈에 막힌 산장, 운항 중인 배에서는 새 용의자가 마음대로 들어올 수 없다. 사람을 죽이는 방법 자체는 어렵지 않아도 된다. 범인이 이 안에 있다는 조건만 유지되면 의심은 이미 소개된 인물들 사이를 오간다.
이 구분은 작품을 평가할 때도 유용하다. 비밀 통로가 밝혀져 방의 수수께끼를 해결했다고 해도, 그 통로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열 명이면 범인을 가리는 문제는 남는다. 반대로 범인의 정체가 드러나도 잠금장치를 건드린 방법이 설명되지 않으면 불가능 범죄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는다. 이름 하나를 알아맞히는 것만으로 모든 질문이 끝나지는 않는다.
문을 잠그는 방식에 따라서도 관객의 관심이 달라진다. 자물쇠와 창문을 자세히 보여 주면 구조를 관찰하게 되고, 끊어진 다리와 돌아오지 않는 배를 보여 주면 사람 수를 세게 된다. 같은 저택을 찍어도 카메라가 경첩을 향하는지, 식탁의 빈 의자를 향하는지에 따라 예상하는 사건이 달라진다.
에드거 앨런 포의 〈모르그가의 살인〉에서는 창문을 고정한 못이 중요한 단서가 된다. 못이 박혀 있으니 창문으로 나갈 수 없었다고 생각하기 쉽다. 뒤팽은 그 결론을 받아들이는 대신 못과 창틀을 다시 살핀다. 온전해 보였던 못의 상태와 창문이 닫히는 구조가 확인되면서,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출입 경로가 검토 대상에 들어온다. 포 원문
이 장면의 재미는 독자가 몰랐던 첨단 장치를 갑자기 꺼내는 데 있지 않다. ‘창문이 닫혀 있었다’와 ‘그 창문은 열릴 수 없었다’ 사이의 차이를 드러내는 데 있다. 앞의 것은 발견 당시의 상태이고, 뒤의 것은 그 상태에서 끌어낸 판단이다. 탐정은 사실을 부정하지 않고 판단의 근거를 다시 확인한다.
그래서 밀실에서는 사소한 동사가 중요하다. 누군가 문을 보았는지, 손잡이를 돌렸는지, 열쇠가 꽂힌 것을 확인했는지는 서로 다른 증언이다. 문 앞에 서 있었다고 해서 방 안을 계속 보고 있었다는 뜻도 아니다. 인물들이 같은 표현으로 뭉뚱그린 경험을 잘게 나눌수록 범행이 가능한 시간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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