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대학 졸업 후 구조사무실을 약 3년 다녔고, 대학원 졸업 후에는 인테리어 회사에서 9개월 정도 일했다. 그러다 보니 서른 초반이 되었고, 취업 준비를 하다 보니 어느새 서른 중반이 되었다.
서른 초반, 인테리어 회사를 퇴사한 직후 목표도 방향도 없이 이력서를 넣기 시작했다. 사실 거창한 이유는 없었다. 그냥 경력이 끊기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다른 인테리어 회사에 이력서를 넣었지만 면접에서 줄줄이 떨어졌다. 면접에서 떨어진 경험이 많지 않았던 터라 꽤 당황스러웠고, 생각보다 더 좌절스러웠다.
근데 사람 마음도 신기하다. 한 번 기분이 지하 43층까지 떨어져 보니 오히려 하루하루 버티는 게 중요해졌다. 너무 취업만 붙잡고 있으면 금방 무너질 것 같았다. 불안을 잠재우는 일에 신체를 움직이는 것만큼 좋은 것이 없다. 운동을 하면서 머리를 잠시나마 비우고, 연속된 서류 탈락으로 마음이 힘들 때는 잠깐 내려놓고 기사 자격증 공부를 하기도, 오픽 공부를 하기도 했다. 어차피 쉬고 있을 거면 뭐라도 남겨보자는 마음이었다.
나름의 취업 분투기를 기록해 보고 싶어 온라인카지노북을 열었다. 끝이 안 보이는 일이 가장 불안하다. 그리고 불안은 생각보다 무섭다. 지금의 나는 인생에서 처음으로 긴 불안을 지나가는 중이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시간을 견디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취업을 준비하면서 아슬아슬하게 하루를 보내고, 또 어떻게든 그 안에서 재미를 찾아가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 글은 나를 위한 기록이기도 하지만, 어딘가에서 비슷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누군가를 위한 기록이기도 하다. 취업 준비 중인 사람, 답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든 되겠지 하며 하루를 보내는 사람, 남들은 멀쩡해 보이는데 나만 제자리에 있는 것 같은 사람들 말이다.
뭐든 혼자일 때가 제일 무섭다. 근데 누가 옆에서 같이 헤매고 있는 것만 알아도 조금은 덜 무섭지 않나.
이 기록이 누군가에게는 동행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조금 못난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쟤보다는 낫지'의 쟤를 자처하며, 취업이 되는 날까지 일단은 계속 기록하며 살아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