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백의 집

재활의 쓰기처럼

by지운

남의 집을 서성이듯 긴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비밀번호를 잊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모든 것이 그대로여도 공백의 집은 이토록 낯설다.

떳떳하지 못한 마음이 공간을 덧칠한다.

가벼운 인사를 남기는 요령도 잊을 만큼 나는 삐거덕거렸다.

그간의 바쁨을 토로하고 다시 문을 연 집은 안부가 닿기 무섭게 또다시 굳게 닫혀있었다.

식당이었다면 제 아무리 맛집이라 한들 일찍이 문을 닫았을 일이다.

떠나지 않은 이웃과 독자들에게 먹먹한 감동이 남는다.


상황은 내일도 여름도 비슷할 것이고, 오늘의 걸음이 또 반복될까 솔직히 두렵다.

이웃의 새 글 알림이 도착할 때마다 그들의 꾸준함과 열정에 박수를 보냈다.

진국이란 힘들고 너무 멋진 일이니까.

그렇게 나는 자주 작아졌다.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가는 재활 같은 지금을 걸으며, 다짐 같은 건 하지 않는다.

손 때 묻은 추억 상자를 쓸고 닦진 못해도 소중한 마음은 변하지 않으므로.

범벅이 된 부끄러움과 변명 뒤로 용기 같은 발자국을 남겨본다.


#오래 비운 공간을 잊지 않고 찾아주신, 또 찾아주시는 분들께 따뜻하고 진한 감사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