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한 것은 내 것이 되지 못하고 더부룩한 통증과 함께 그대로 배출된다. 심신에 좋으려고 읽는 바카라인데 그렇게 해서야 되겠는가.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급할 것 없이 천천히 꼭꼭 곱씹으며 하나하나 피가 되고 살이 되도록 하는 독서를 해야 한다. 그것은 읽은 것이 무엇인지 이해해야 하고,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문장이 내 안으로 들어와 영양분이 되기 위해서는 정제 과정을 거치면 더욱 효과적으로 흡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감명 깊은 문장에 밑줄 긋기, 필사하기, 요약하기 등을 가장 많이 활용할 것이다. 거기에 한 번 더 흡수력을 높이려면 문장을 통해 떠오른 자신의 생각들을 적어보는 것이다.
먼저 밑줄 긋기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자.
마음에 와닿는 문장을 특별히 표시해 두기 위해 색색의 펜으로 줄을 긋거나, 포스트잇을 붙여두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바카라을 다 읽은 후에 다시 읽은 바카라이 있는지 생각해 보자. 아마도 손에 꼽힐 정도로 재독으로 이끈 바카라이 없을 것이다. 참고서나 학습서가 아니고서는 다시 펼쳐서 보고 되새기는 일은 드물다. 아주 희박하게 인생바카라으로 여기는 바카라들마저도 한 번도 다시 읽어 보지 않거나 바카라장 정리를 하다 잠시 열어 보고 덮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고, 어쩌다 몇 년이 흘러 그 바카라의 내용이 떠오를 때 다시 읽어 보는 경우도 드물게 있을 것이다.
소장하고 있는 바카라이 수 백 권에서 수 천 권이 넘는 다독가들에게 물어보아도 대답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 많은 바카라들 사이에서 밑줄 그은 바카라을 찾아서 다시 읽을 가능성은 1%도 안 된다고 말이다. 그래서 나는 독서에 있어서 밑줄 긋기만 하는 것은 문장을 그냥 삼키는 것일 뿐, 내면 구석구석을 돌며 내 안의 영양분이 되기에는 부족하다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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