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이 시장이 되는 순간

byBella

롱블랙을 읽고 | 폭염대바카라전 : 지옥 같은 여름에 맞설 '인류의 신사업', 도쿄에서 만났습니다

출처: 롱블랙 (2026.07.24) — 금동우 (한화생명 동경주재사무소장)

이 글은 누구를 향하고 있나

이 글의 목적은 하나다. '재난이 어떻게 시장이 되는가'의 메커니즘을 보여주는 것.

폭염은 이제 여름마다 찾아오는 불편이 아니다. 매년 48만9000명을 죽이는 '조용한 살인마'다. 일본은 이 위기를 개인의 인내에서 기업의 의무로, 의무에서 산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빠르게 밟고 있다. 2025년 6월 노동안전보건규칙 개정 이후 378억 엔(약 3442억원)짜리 쿨링 시장이 전년 대비 6% 성장하며 그 변화가 숫자로 확인됐다. 도쿄 폭염대바카라전猛暑対策展에 모인 189개 기업은, 규제가 카테고리를 만드는 순간을 직접 살고 있었다.

설득 대상

마케터·신사업 기획자 — '의무가 시장을 만드는' 메커니즘을 눈앞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규제가 새 카테고리를 탄생시키는 순간, 가장 먼저 움직인 기업이 그 시장을 선점한다.

B2B 영업·사업개발 담당자 — 열사병 의무화 이후 차열 시트 문의가 1.5~2배 늘었다. 법적 의무가 어떻게 즉각적인 B2B 예산을 여는지를 배울 수 있다.

장수 기업·브랜드 담당자 — 100년 된 원단 회사, 17년 된 보냉재 회사가 위기에서 살아남는 방법. 기술이 아닌 '쓰임'을 바꾸는 전략.

마케팅·기획에서의 접점

"더위를 막는 일이 선택이 아닌 '바카라임'이 됐다"는 인터뷰이의 말은 마케팅 교과서의 문장이 아니다. 비즈니스의 문이 열리는 방식에 대한 서술이다. 의무→시장→신카테고리→선점 경쟁. 그 패턴은 안전벨트, 산업재해 보상보험, 화재 경보기, 코로나 방역 용품에서도 반복됐다. 지금 당장 내 산업에서 규제나 의무화 논의가 시작되고 있는 영역을 체크해볼 이유가 된다.

가슴에 꽂히는 문장들

"예전엔 여름철에 잠시 견뎌야 할 '불편'으로 여겼다면, 이젠 사람의 생명과 일터의 안전을 위협하는 '국가적 재난'으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_금동우 한화생명 동경주재사무소장

→ 인식이 바뀌면 시장이 바뀐다. '불편'은 개인이 참으면 그만이지만, '재난'은 기업이 관리해야 할 리스크다. 단어 하나의 전환이 3442억원짜리 산업을 만들었다.

"이 조끼의 목적은 시원한 기분을 주는 게 아닌, 심부의 체온이 오르는 걸 막는 겁니다."
_미야하라 요시노리 빅본 사업기획부 부장

→ '느낌'을 팔지 말고 '기능'을 팔아라. 사용자가 체감하지 못해도 몸속에서는 열이 빠져나간다. 일터에서 살아남는 제품은 기분이 아닌 결과를 약속한다.

"시장은 신기술이 등장할 때가 아니라, 사람들이 '이 문제라면 돈을 써서라도 해결하겠다'고 마음먹을 때 열린다."
_본문에서

→ 기획자가 자주 하는 실수: 기술이 생기면 시장이 생긴다고 믿는 것. 시장은 기술이 아닌 '절박함'이 만든다. 폭염대바카라전 관람객의 70% 이상이 당일 구매 결정자였다는 데이터가 이를 증명한다.

이 말을 믿어도 될까

금동우 한화생명 동경주재사무소장
한화생명의 도쿄 현지 법인 대표로 일본 금융·보험·노동 환경을 직접 관찰하는 인물이다. 업계 판매 이해관계가 없는 관찰자 위치에 있어 분석의 신뢰도는 높다. 다만 금융·보험 분야 전문가로서, 일본 산업 현장 노동 이슈에 대한 직접적 학술 전문성보다는 현지 비즈니스 감각에 기반한 정성적 관찰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데이터 검증

매년 48만9000명 폭염 사망 → WHO 기후·보건 보고서(2021년 발표) 확인 가능. 2000~2019년 연평균치이므로 2026년 현재는 더 높을 가능성 있음

2025년 일본 업무 중 열사병 사상자 1803명 (+43%) → 일본 후생노동성 통계 기반

378억 엔 쿨링 시장 (+6%) → 일본 능률협회 자료 기반. 6~9월 시즌 한정 수치로 연간 전체 시장 규모와 구분해서 읽어야 함

도쿄 100년간 연평균 +2.6°C → 일본 기상청(JMA) 공개 데이터로 검증 가능

주의해서 읽을 지점
쿨링 상품 시장(쿨링 시트·땀 억제제·냉각 의류)과 건물 단열·산업 냉방 인프라는 별도 시장이다. 378억 엔은 소비재 중심 수치이며, 기업 B2B 투자 전체를 포괄하지 않는다. 아티클이 다룬 기업들은 전시회 참가사로, 전체 일본 쿨링 산업의 대표 표본으로 보기엔 한계가 있다.

지금 당장 써먹을 수 있는 것들

① '의무화 전 선점' 타이밍을 지금 당장 체크하라

이시즈카의 기업 문의가 1.5~2배 늘어난 건 의무화 이후다. 그 시점에 이미 준비된 기업이 수요를 가져갔다. 법안이 발의되거나 규제 논의가 시작되는 단계에서 제품·서비스를 준비하는 것이 선점 공식이다. 한국의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 ESG 공시 의무화, 배달·물류 노동자 보호 규제 등에서 같은 신호를 읽을 수 있다.

② 기존 역량의 '쓰임'을 바꾸는 피벗을 시도하라

무로타니(100년 원단 → 쿨링 패션), 호레이(식품 보냉재 → 반려견 조끼), 빅본(50년 작업복 → 수냉식 조끼). 세 회사 모두 새 기술을 발명하지 않았다. 기존 기술이 풀 수 있는 새로운 문제를 찾았다. 자사 역량 목록을 새 문제 앞에 다시 놓고 보는 것이 신사업의 출발점이다.

③ 폭염대바카라전의 세 가지 질문을 내 산업에 대입하라

아티클이 제시한 시장 발견 프레임이다. (1) 사람들이 더는 마주하고 싶지 않은 문제가 무엇인가. (2) 그 문제에 실제로 돈을 쓰기 시작했는가. (3) 내가 가진 기술과 경험을 그 필요에 어떻게 연결할 수 있는가. 첫 번째는 달라진 생활을 발견하게 하고, 두 번째는 단순 흥미와 실현 가능성을 구분하게 하며, 세 번째는 맨땅에서 시작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균열이 생기는 지점

① 378억 엔 시장, 얼마나 '새로운' 시장인가
냉각 의류·쿨링 시트 카테고리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존재하는 시장이다. 의무화가 시장을 '키웠다'는 것이지 '새로 만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성장률 6%는 기존 기저 시장 위에서 나온 수치다. '의무화가 만든 신사업'이라는 프레임이 과장되지 않으려면, 실제로 새로 등장한 카테고리가 얼마나 되는지를 따로 봐야 한다.

② 일본 특수성을 한국에 그대로 이식할 수 있는가
일본의 의무화는 업무 중 열사병 사상자 1803명이라는 피해가 누적된 결과다. 제조·건설·운송 중심의 블루칼라 노동 비중이 높은 일본 산업 구조가 배경에 있다. 한국은 노동 구조와 기후 피해 데이터가 다르다. '일본이 됐으니 한국도 된다'는 단순 이식은 시장 규모를 과대 추정하는 오류로 이어질 수 있다.

③ 생존자 편향의 함정
전시회에 나온 기업들은 폭염 대응에 성공해 살아남은 기업들이다. 같은 기간 실패하거나 철수한 기업은 보이지 않는다. "오래된 기업이 위기에 강하다"는 결론은 살아남아 전시된 사례만 본 결과일 수 있다. 아티클이 소개한 기업들의 성공 요인이 '오래됨' 덕분인지, 다른 요인(경영진의 결단, 운, 유통망 등) 때문인지는 별도 검증이 필요하다.

④ 더 근본적인 질문: 이 모든 제품이 충분한가
지붕 스프링클러, 차열 시트, 수냉식 조끼는 증가하는 폭염에 대응하는 어댑테이션(적응) 제품이다. 아티클은 기후 자체를 바꾸는 미티게이션(완화) 논의는 다루지 않는다. 폭염을 비즈니스로 이기겠다는 접근이 더 많은 에너지 소비와 탄소 배출로 이어진다면, 이 산업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재생산하는 것일 수 있다.

더 파고들고 싶다면

롱블랙 | 인식이 사실을 이긴다 (and beyond 20화) — 블루문이 '오렌지 웻지'라는 감각 언어로 시장을 만든 방식. 이번 화와 함께 읽으면 '인식 변화 → 시장 형성'의 패턴이 더 선명해진다

롱블랙 | 앤트로픽을 최강의 AI 기업으로 만든 남자 — 기술이 아닌 방향성이 시장을 정의하는 사례. 이번 폭염 아티클의 '쓰임을 바꾸는 전략'과 연결된다

WHO 기후·보건 리포트 (2021) — 폭염 사망자 데이터의 원출처. 글로벌 스케일에서 이 시장이 얼마나 큰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 온라인 게임 열중증 방지 대바카라 페이지 — 2025년 개정 노동안전보건규칙 원문 및 기업 의무 가이드

일본 능률협회 폭염대바카라전 공식 사이트 — 참가 기업 목록, 전시 제품 카탈로그, 관람객 조사 원문

비슷한 사례들

국내

중대재해처벌법(2022) 이후 산업안전 시장 — 법 시행 직후 산업 안전 컨설팅·장비 시장이 급성장했다. 의무화가 B2B 예산을 열고 신카테고리를 만드는 패턴이 일본 폭염 시장과 정확히 겹친다.

배달기사·물류 노동자 온열질환 이슈 — 쿠팡, 배달의민족 등 플랫폼 기업에 대한 야외 노동자 보호 압박이 커지고 있다. 의무화 전 단계이지만, 일본 패턴대로라면 국내에도 유사한 B2B 폭염 대바카라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

해외

미국 OSHA 열스트레스 규제 —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한 옥외 노동자 열스트레스 기준은 연방 단위에서 지연됐지만, 캘리포니아·오리건 등은 이미 주 단위 강제 규정이 있다. 같은 '의무화→시장 형성' 패턴이 반복 중이다.

싱가포르 지역 냉방(District Cooling) 시스템 — 개인 에어컨 대신 도시 단위로 냉방을 공공 인프라로 운영하는 모델. 에너지 효율이 개별 에어컨 대비 50% 이상 높다. 개인 제품 중심의 일본 폭염 시장과 대조적인 시스템 레벨의 접근.

낯선 단어 해설

열사병 / 열중증(熱中症) — 신체의 체온 조절 기능이 망가지면서 심부 체온이 40°C 이상으로 오르는 응급 상태. 일본어로 '열중증(熱中症)'이라고 하며,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른다. 의식 저하나 경련 등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 자신이 위험한 상태임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 '예방'이 핵심이다.

심부 체온(深部体温) — 피부 표면이 아닌 몸속 장기·혈액의 온도. 정상 범위는 약 36.5~37.5°C. 이 온도가 오르기 시작하면 장기 손상 위험이 커진다. 빅본의 수냉식 조끼가 막으려는 것이 바로 이 심부 체온 상승이다. 겉으로 시원한 느낌이 없어도 심부 체온이 낮아지고 있을 수 있다.

차열(遮熱) — 태양 복사열을 건물 표면에서 반사시켜 실내로 들어오는 열을 차단하는 기술. 알루미늄 재질 시트가 햇빛을 튕겨낸다. 단열(斷熱, 열 전도를 막음)과 구별되는 개념으로, 일본에서는 '차열 시트'가 별도 제품 카테고리를 형성했다.

공조복(空調服) — 옷에 달린 소형 팬이 외부 공기를 빨아들여 땀을 증발시키고 몸을 식히는 작업복. 일본에서 10년 이상 사용된 폭염 대응 제품이다. 외부 기온이 35°C를 넘으면 체온보다 뜨거운 바람을 몸 안으로 밀어넣는 역효과가 생긴다는 것이 이번 아티클의 비판 포인트다.

폭염대바카라전(猛暑対策展) — 일본 능률협회가 주관하는 폭염 대응 제품·서비스 전시회. 2015년 근무환경 개선 전시회로 시작해 2021년부터 폭염 중심으로 재편됐다. 도쿄·후쿠오카·나고야에서 매년 개최하며 제12회(2026)에 189개 기업이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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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를 막는 일이 선택이 아닌 '바카라임'이 된 겁니다."
_금동우 한화생명 동경주재사무소장
"시장은 신기술이 등장할 때가 아니라, 사람들이 '이 문제라면 돈을 써서라도 해결하겠다'고 마음먹을 때 열린다."
_본문에서
"어쩌면 사랑받는 비즈니스란, 대단한 미래를 먼저 보여주는 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세상의 어려움을 남들보다 먼저 알아보고, '같이 풀어보자'며 기꺼이 나서는 태도. 그 태도가 전부인 건 아닐까요."
_롱블랙 프렌즈 B, 전시장을 나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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