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싫어

싫다구

byUbermensch






서울로 이사 오고 나서 차를 안 탄다. 배터리도 나갔다. 운전을 해서 출퇴근하는 것보다 지하철을 타는 게 훨씬 더 빨라서 그렇다. 굉장한 월세를 내는 대가로. 집 엘리베이터에서 곧바로 작고 안락하고 온도조절이 되는 내 차 뽀동이에 쏙 타는 대신 지하철역까지 걸어간다. 미주신경성 실신을 일으키고 사람들에 보대끼는 지하철 칸에 낑겨 탄다. 그전에 카페에 들러 대용량 아이스커피를 사들고 손에 꼭 쥐고 있다. 빽빽한 인파 속에서 흘리지 않게 간신히 들고 서있다.


요즘 아침 출근길에는 공기중 차가운 냄새가 나를 마구 민다. 저녁에 분리수거하는 길에도. 차가운 게 너무 싫다. 나는 마치 카멜레온처럼 주변 온습도를 그대로 흡수하기 때문에 추위도 많이 타고 더위도 많이 타는 습성이 있다. 여름에는 발바닥이 뜨거워지는 열감 때문에 자다가 자꾸 깬다. 추울 때는 손발이 보라색으로 꽁꽁 얼어붙어 잠을 설친다. 더위도 불편하고 추위도 싫은데 더위는 조금 짜증이 나고 추위는 서럽고 무서워. 그건 슬픈 영상을 제멋대로 재생한다.


끈적거리지 않고 후덥지근하지 않은 선선하고 상쾌한 공기는 누군가에게 분명 기분 좋은 뉴스일 수 있는데 나는 그렇지 않다. 시렵고 서럽고 으슬으슬하고 자꾸만 뭐가 많이 부족하게 느껴지고 그래서 뭔가를 덧대고 싶고 그래서 통증이 느껴지고 그래서 울음이 날 것 같고 그래서 어쩔 줄을 모르겠고 어디에 좀 파고들고 싶은데 당장 마땅히 그럴 수 있는 대상이 없다면 곤란해서 그렇다. 그걸 맞고 서서 꾹 참아야 하고.


툭툭 터지려고 한다. 완전하고 지배적인 존재이고 싶다. 한여름의 태양처럼 전부 태울 만큼 강렬하게 내리쬐거나 태풍처럼 모두 다 적시고 휩쓸어버릴 수 있을 만큼. 가을을 막는 여름이고 싶다. 항성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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