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어 올리다 0602 아. 그랬다! 고요함이 공간이 되고 적적함이 대상이 되는 순간이 있다. 펜을 들기에 최적의 시간이다. 창백한 허공 같은 백지 위에 여백을 기둥 삼아 존재의 집을 지어 올린다. 슬픔의 창을 르 코르뷔지에처럼 길게 내고 고독의 하늘 공원도 꾸며본다. 한층 들뜬 마음은 기나긴 기린의 다리처럼 필로티가 되어 하층부를 지탱한다. 아무도 머무르지 않는 공간은 장소가 될 수 없다. 내가 지은 언어의 건축물에 아무도 들락날락하지 않으면 서둘러 허물어야 할 것이다. 기능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기억을 생산하지 못해서다. 부디 나의 글이 번듯한 마네킹이 아니길 기념비가 아니길 모조품이 아니길 참고서가 아니길 잉크가 마를 때마다 환호를 지른다. https://brunch.co.kr/@voice4u/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