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 손가락으로 안부를 물어요
지친 언어를 등에 지고 떠나온 곳에 널어 놓자마자 새들이 날아와 단어 하나씩 쪼다가 물고 달아난다
새 모잇감 정도밖에 되지 않은 근심들 걱정들
목구멍으로 넘기자 역순으로 소리가 난다
껄말지러그
산등성이 너머로 메아리가 담을 넘듯 사라진다
가난하게 태어난 언어는 가난하게 사라진다
그 운명이 슬퍼서 남부럽지 않은 언어를 낳으려고 태교도 해보고 태몽도 꿔보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처절한 몸부림은 아름답지 못해서 순탄하지 못해서
구부러진 것들만 보면 고집스레 펴보려고 애를쓴다
하늘 가까운 것들은 지상에 내려놓고
땅에 널브러진 것들은 창공에 띄우려고 조급하다
설익은 용기 때문에 담아내지 못한 이야기
매일 네시 사십사분에 시계를 보면 기분이 묘하다
마음을 먹지 않아야 만질 수 있는 것이 의외로 많다
마주하는 숫자마다 의미를 부여하면 덜 피곤하다
십진수 인간이라서 즐거워
주머니에 손을 넣으니 손-수건이 내손을 꽉 잡는다
꺼내 펴보니 앞뒤도 위아래도 없고 맥락도 없다
무엇을 가리려고
무엇을 훔치려고
무엇을 감싸려고
오래 잠복하고 있었나
물에 담궈 잠을 깨우고 비트니 식은땀을 뱉는다
갑작스런 관여는 손수건도 난감해하긴 마찬가지다
한때 주머니에서 동거하던 지갑도 열쇠도 떠나고
손수건만 떠날 빌미를 찾지못해 독수공방 중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