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 ㄱ

by이숲오 eSOOPo

당장이라도 함박울음을 쏟을 하늘 아래로

레미콘이 육중한 등짐을 돌리며 돌진한다

슬픔을 광고하는 성우의 목소리가 들리고

다짐하는 계획마다 늙은 소처럼 반추한다


무엇이 나를 꾸준히 떠밀었던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니 오면서 본 길과 다르다

얕은 바닷물에 담근 발로 모래가 기어오른다


의지가 발의 일이었다면

나의 발걸음은 앙상하다

나의 절망은 절름발이다


아픔은 애초부터 나눌 수 없는 분수들의 총합

저기 자동차 밑 웅크리고 있는 길고양이의 털


내일도 오늘만큼 허술할까 허전할까 허기에 허덕일까

허허허 지나가는 폐지 할아버지의 웃음에 가벼워진다


매듭이나 마무리는 어금니에 낀 엿처럼 다루기 힘들었으므로

호의는 악수도 아니고 박수도 아니고 팽수도 아니고 지하수도 아니고 길 건너 옥탑에 산다는 철수도 아니다


여전히 하늘은 앙상한 의지

뭐라고 말을 붙여야 할지 몰라서 전깃줄에 새들을 줄 지워 세운다

그렇게 잘난 척하더니만 고작 그거 보여주려고 폼을 잡은 것이냐

새들은 홀로는 침묵하지만 여럿 모이면 인간의 언어를 곧잘 한다

잠의 개수와 날의 개수가 일치 하지 않아서

해가 바뀌어도 혀에 잘 달라 붙지 않는다


잘 모르겠으면 사랑한다고 말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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