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 않고 팔아야 사는
오늘 달력의 일자를 보고
파리로 떠나고 싶다거나
파리의 비행을 엿보거나
팔이 안으로 굽는다거나
따위를 생각하지 않는다
중심에 우뚝 서 있는 숫자가 계절에 맞지 않아 보여
무척 더운 순간에 너무 추운 상상을 해보라는 건지
8
눈사람이어서 잠시 서늘해지는 공기를 느껴보라는
그러고 세 보니 백일이면 가능할지도 모르는 풍경
다시 보니 에어컨 실외기의 나란한 날개가 도는 꼴
부채질하는 손이 허공에 그리는 무한대 모양의 길
일곱 개의 붉은 비상구는 다섯개의 홀 두 개의 짝
모두 더한 값은 이 달의 숫자인 8의 배수가 된다
나머지가 없으니 팔월의 태양이 얼마나 뜨거운가
남김 없이 애 태우는 달
팔의 피읖이 창이 되고 사다리가 되어도 괜찮을 달
팔의 리을이 길이 되고 실개천이 되어도 마땅할 달
시작과 끝이 주말과 주초에 붙어 있어 기어이 여섯 주를 만들고 공간이 모자라 쪼개 사용해야 하는 달
징검다리 마지막일수 패턴을 무시하고 지기 싫어한
외계인에게 팔고 싶은 달
13월과 물물교환하고 싶은
꼬인 모양을 풀어 0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이 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