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룩 ㄱ

by이숲오 eSOOPo

느슨한 약속 앞에서 측은해진다

약속은 태도의 엑스선인 줄 모르고


헐렁한 시간 앞에서 가엾어진다

시간은 리듬의 감마선인 줄 모르고


구두로 하다 보니 구두처럼 다룬다

거칠게 흘리고

무심코 던지고


구두


글자모양이 서로 고개 돌리고 서 있는 모습


반대쪽을 바라보고 아슬아슬하게 한 발로 서 있다


약속은 구두로 하니까 구두처럼 위태롭구나


아차차 약속을 할 때마다 구두를 바라보자


제 모양을 지키고 코끝이 빛을 잃지 않은지

뒤축이 불안하게 닳아 있지 않은지

험하게 구겨 신은 적은 없는지


구두의 약속이 헌신짝이 되는 순간

시간에게 헌신했던 순간들이 증발해 버린다는 예언


약속의 뒷굽이 반격하는 소리가 두 마음의 사이에서 불쑥 들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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