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에 열린 감처럼 익어가는 글쓰기 발행하지 않고 있는 밀린 글들이 이만큼 있다. 감나무에 감 열린 듯이... 심지어 익지도 않고 떫어서 내놓을 수가 없다. 아무리 들여다봐도 떫 기만 하고 시간이 지나서 익어가기를, 자연에 기대어서 바라볼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한 번 먹어볼 만한 '글감'이 되어있지 않을까 해서... 글은 쓸수록 어렵네요. 하지만 쓰지 않고는, 다른 방법이 없는 것이 '글쓰기'예요. 앤 라모트의 <쓰기의 감각>에 글쓰기는 '인생을 더 가까운 거리에서 구체적으로 관찰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쓰여있다. 인생을 더 가까운 거리에서 구체적으로 관찰할 기회를 제공하는 글쓰기. 그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는데, 일곱 살 아이의 일기장이 눈에 들어왔다. 무슨 일기를 썼나 넘겨보는데, 내가 알지 못했던, '구체적으로 관찰한 기회'가 한 줄 한 줄 적혀있었다. 아이의 일기에서 새삼, 나를 둘러싸고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는 글감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한다. #그림 나는 그림을 잘 그린다. 하지만 그림을 못 그릴 때도 있다. 왜 그러냐면 방해가 돼서 그렇다. 방해가 안됐으면 좋겠다. 그런데 방해가 된다. 나는 신경이 쓰였다. 방해만 안되면 뭐든지 할 수 있다. #시계 왜 시계는 뱅뱅 돌까 궁금하다. 너무 궁금해서 못 참겠다. 근데 시계도 건전지가 사용되는지 궁금했다. 건전지가 사용됐으면 좋겠다. 그러면 난 하루 종일 기쁘다. 그럼 나는 난리가 난다. #고무나무 고무나무는 뭔가 이상하다. 난 가시인 줄 알았는데 나뭇잎이었다. 그리고 수상한 점은 모래가 진한 흙도 있고 연한 흙도 있다. 나는 그게 수상하다. #엄마의 그림 엄마의 그림은 최고다. 엄마의 그림은 다들 보면 감탄한다. 나도 그런다. #모과 모과는 좋은 향기와 아름다운 향기가 난다. 나는 그 향기를 맡으면 고요해진다. #음악 음악은 아름답다. 그래서 마음이 편해진다. 내 마음은 좋다. #지우개 지우개는 우리에게 도움을 준다. 하지만 잘 안 지워지는 지우개도 있다. #오빠 우리 오빠는 성격이 나쁘다. 그래서 난 힘들다. #똥 똥은 냄새가 난다. 그래서 사람들이 똥이라고 부른다. #버스 오늘 아침 버스를 놓쳤다, 버스는 그런 줄도 모른다. #홈런볼 아침에 버스 정류장에서 홈런볼을 쏟았다. 많이 쏟아서 아까웠다. 엄마는 조금 우는 것 같았다. 글을 쓰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어쩌면 다른 사람들이 내 글을 읽고 어떻게 생각할까 두려워하는, 앞선 염려 때문이기도 하다. 어떻게 생각하든, 누군가 내 글에 대해 '실패'라 하든 '실수'라 하든, 끝까지 써보는 것이 글쓰기에 있어 중요한 또 한 가지 임을 생각해본다. 글을 쓰기 두려울 때에는, 멈칫거려질 때는 솔직하게 생각해본다면 어떨까. 나는 일곱 살이다. 일곱 살인데 이만큼 쓰면 엄~~ 청 잘 쓰는 거다! "실패하지 않으려고 너무 안간힘 쓰느니 차라리 얼굴을 들 수 없을 정도까지 실패해 보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 카툰 작가 제임스 터버의 말 https://brunch.co.kr/@uprayer/5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