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 (China) 트렌드
“요즘 중티가 유행이라며?”
유튜브 ‘할명수’ 채널에 올라온 ‘여러분 저 됐어요! 상하이 MZ 됐어요 ’라는 영상은 위와 같이 시작한다. 여기에서 ‘중티’란 ‘중국 느낌’이라는 뜻으로, 과거에는 부정적인 어감을 지닌 표현이었지만 최근에는 감성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영상에서는 개그맨 박명수가 중티를 한껏 체험하기 위해 상하이에서 의류 매장에 방문해 ‘왕홍(중국 인플루언서) 체험’을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외에 많은 유명인도 중국 체험을 주제로 콘텐츠를 쏟아내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불어온 소비 트렌드, ‘C트렌드’의 기세가 남다르다. 위에서 언급한 왕홍 체험은 ‘중국 여행에서 꼭 해봐야 할’ 체험으로 2024년부터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체험을 넘어 뷰티·패션 등 일상적인 소비, 가전·자동차와 같이 고관여 제품에 이르기까지 중국 브랜드가 실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과거에는 ‘중국산’이라는 단어에 ‘저렴하다·저품질·안전하지 않다’와 같은 인식이 있었다면 지금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과감한·화려한·이색적인’으로 감성이 재편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제품력도 뒷받침되며 소비자들에게 가성비를 갖춘 합리적인 선택지로 부상하고 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과거에는 트렌드가 미국·일본 등 선진국 중심으로 형성되고 국경을 넘어왔다면 지금은 중국 SNS에서 만들어진 트렌드가 인스타그램·틱톡 등 글로벌 플랫폼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전파되고 있다는 것이다.
첫 번째로 눈에 띄는 C트렌드는 ‘C뷰티’다. 메이크업에 관심이 있는 소비자라면 언젠가부터 ‘도우인 메이크업’이라 불리는 화려한 스타일을 SNS에서 접했을 것이다. 도우인은 중국판 틱톡이라고 불리는 SNS 플랫폼으로, 도우인 메이크업이란 주로 화면상에서 이목구비가 강조될 수 있도록 다소 과장된 느낌의 메이크업을 말한다. 뚜렷한 음영을 사용하거나 반짝이는 하이라이터, 채도가 높은 색상을 사용하는 식이다. 이제까지 K뷰티가 안 꾸민 듯한 깨끗한 피부를 강조하거나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C뷰티의 색다른 재미가 인기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C뷰티는 메이크업 스타일을 넘어 화장품 인기로도 이어진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2025년 중국 화장품 수입액이 전년 대비 84% 증가하며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전체 비중으로 따졌을 때는 약 8%로, 작은 비중이지만(기초 및 색조화장품 기준) 몇 년 전에는 3위인 일본과 확연한 차이가 난 것에 비해 격차가 많이 좁혀졌다.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중국 화장품에 대해 ‘저렴한 만큼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있었던 것을 고려한다면 상당한 변화다.
두 번째 C트렌드는 ‘C패션’이다. 이미 2020년대 들어서면서 글로벌 패션 업계에서는 아시아 문화에 대한 조명과 함께 중국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인 ‘네오 차이니스 스타일(Neo-Chinese style)’을 선보였다. 최근에는 아디다스에서 중국 한정판 디자인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2025년초 설을 맞아 중국식 매듭단추 디자인에 중국을 연상케 하는 붉은색 등을 사용한 트레이닝 재킷이 대표적인 상품이다. 국내에서도 ‘중티다스(중티+아디다스)’라는 말이 회자될 만큼, 글로벌에서는 ‘중티’가 힙한 스타일로 통한다.
중국식 요소를 활용한 패션뿐만 아니라 중국의 패션 브랜드도 부상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국내 아이돌의 착장을 통해 유명해진 ‘슈슈통’과 같은 중국 디자이너 브랜드부터 중국 여행 시 쇼핑 코스로 방문하는 ‘w.management’와 같은 SPA 브랜드까지 다양하게 소비된다. 이러한 브랜드들은 대체로 프릴·레이스처럼 여성스러우면서도 화려한 장식과 과감하고 독특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세 번째 주목할 C트렌드는 'C푸드'다. 마라탕·탕후루·훠궈·밀크티 등 중식 메뉴가 외식업계에 주요 메뉴로 떠올랐는가 하면 ‘수건 케이크’ ‘버터떡’처럼 시각적으로 소비자를 사로잡는 화제성 아이템도 중요하다. 최근에는 ‘말빵’이 국내에 확산되고 있는데, 중국 본토에서 인기를 끈 문화적 맥락과는 관계없이 국내에서 유행하는 ‘밤티(촌스럽다, 못생겼다는 의미)’ 감성으로 인기를 얻어 ‘밤티 말빵’이라고도 불린다. 이처럼 중국발 트렌드가 F&B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확대되면서 업계에서는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중국판 인스타그램인 샤오홍슈를 상시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할 정도다.
중국의 유명 밀크티 브랜드도 한국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기존에 한국에서 볼 수 있었던 밀크티와는 달리, 새롭고 다양한 메뉴, 시각적으로 화려한 메뉴를 내세워 젊은 세대의 소비입맛을 저격한다. 초창기에는 브랜드의 국적을 알아채지 못할만큼 세련된 브랜딩이 주류였으나, 최근에는 중국풍을 적극 내세우는 브랜드도 눈에 띈다. 일명 '장원영 밀크티'로 유명해진 차지(Chagee)는 중국 본토에서 브랜드명이 ‘패왕차희’이다. 패왕별희를 차용한 이름답게 브랜드 스토리와 메뉴명에도 전통 경극·고전 스토리를 입혔다. 예를 들면 시그니처 메뉴인 자스민 밀크티는 '백아절현(伯牙绝弦)'이다.
이처럼 C트렌드가 세계적으로 부상한 배경에는 중국의 문화적 색채와 시장 특성, 미디어 환경과 산업적 성숙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첫 번째로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처럼 더욱 자극적인 콘텐츠를 찾는 미디어 환경에서 중국 콘텐츠 특유의 과장된 시각적 표현과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가 정확히 부합했다. 이는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 알고리즘에 최적화된 전략으로 봐야 할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SNS를 통해 소비자와 브랜드가 직접 연결되는 중국만의 디지털 생태계가 트렌드에 속도감을 부여한다. 오래전부터 중국에서는 라이브 커머스 문화가 자리잡으면서 왕홍이 홍보나 판매 역할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시장 환경에서는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플레이어가 됐다. 왕홍은 실시간으로 소비자의 목소리를 수집하고 직접 타깃 집단에 맞춤화된 제품을 기획 및 출시하는 브랜드로서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중국 기업의 기술적 성장은 수년 전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전자제품·자동차 등 국내 여러 산업에서 중국의 위력을 체감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아트토이 라부부가 몸값이 높아질 수 있었던 이유도 기본적으로 품질에서 과거 '중국산' 수준을 탈피했기 때문이었다. 최근에는 화장품 분야에서도 성분 개발에 힘을 쏟는 기업들이 등장하며 K뷰티의 경쟁력을 따라잡고자 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C트렌드는 글로벌 Z세대의 문화적 동질성을 상징한다. SNS 플랫폼을 통해 자유롭게 넘나드는 젊은 소비자들에게 '국가간 차이'는 한 국가의 '세대간 차이'보다도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물론, '중티'라는 화려함의 트렌드는 한 때 지나가는 패드(fad)일 수 있다. 더욱이 중국이라는 국가적 특수성이 언제든 시장상황을 바꿔놓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속에 자리한 산업적 흐름을 놓치지 않아야 할 것이다. K뷰티, K패션 등 ‘K’ 또한 글로벌 트렌드가 된 지금, 대한민국이 무엇으로 경쟁력을 이어갈 수 있을지 끊임없는 고민이 필요하다.
* 본 글은 필자가 국방일보 <병영에서 만나는 트렌드> 에 연재하는 내용을 수정/보완하여 업로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