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의 말

by채수아

몇 년 전 이맘때, 병실에 누워 발목 수술을 기다리고 있던 내게, 병실 청소를 하는 여사님께서 친절하게 물으셨다.


​

"어디를 다쳐서 왔어요?"


​

나는 등산을 하고 내려오다가 발목이 심하게 다쳐 119에 실려서 응급실에 왔노라고 말씀드렸다. 수술 잘 받고 빨리 나으라는 여사님의 눈빛이 참 따스했다.



회사 휴가를 내어 남편이 내 간호를 거의 전담하고 있다가 아들 임관식에 내려가던 날, 친한 동네 언니가 나를 간호하러 오면서 요플레와 방울토마토와 반찬을 가지고 오셨다. 언니가 요플레 하나를 내게 따 주고, 남은 것들은 냉장고에 넣어 놓았다. 16개짜리 묶음이었다. 언니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청소 여사님이 청소를 하러 오셨다.


​

"몸은 좀 어때요? 빨리 나아요."


​

그분의 말소리에는 늘 온기가 있었다. 나는 여사님께 감사하다고 말씀드리며, 냉장고 안에 요플레가 많이 있으니, 드시고 싶을 때 언제라도 꺼내드시라고 했다. 여사님은 너무나도 행복한 표정을 지으시며 연신 고맙다고 하셨다.


​

퇴원을 하면서 여사님 드실 요플레를 남겨두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여사님은 계속 보이지 않으셨다. 남편은 원무과에 가서 퇴원할 여러 가지를 처리하러 내려갔다. 그리고 이어 병실로 돌아와 사 온 목발을 내 키에 맞춰 조립해 주었다. 목발을 짚고 병실을 나서려는데, 그제야 여사님이 나타나셨다. 그리고 집채만 한 축복을 내게 해 주셨다.


​

"수술 잘되고, 상처가 빨리 아물어서 이렇게 퇴원을 하니 너무 좋아요. 다리 빨리 나아요. 그리고 건강하세요. 복도 많이 받아요."


​

나는 요플레를 두고 간다고 말씀드리고 병원을 떠났다. 비록 목발로 겨우 움직이고 있었지만, 가슴 가득 행복과 평화가 차올랐다. 축복의 말에는 사람을 치유하는 큰 에너지가 담겨 있었다. 그분 얼굴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그 따스했던 말은 내 안에 살포시 들어앉아 나를 응원해 주고 있다. 참 좋은 씨앗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