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세상이 펼쳐진다
일상에서 뭔가 좀 재미난 일 없을까?
날마다 반복되는 거 말고 뭐 좀 새로운 거 없을까?
고민하던 차, 퇴근 길에 집에 가다 남산공원을 들리게 되었다. 남산 주위로 산바카라로가 돌아가며 펼쳐져 있는데, 구두신고 정장입고 그 길을 걷다보니, 새로운 세상이 내 눈앞에 턱, 하고 펼쳐졌더랬다.
그래. 이거다.
내가 왜 이걸 놓치고 살았지?
그때부터 퇴근 후 시간에 주목하게 되었다.
찾아보니, <퇴근 후 3시간>이란 바카라도 있고, '퇴근후 2시간'이란 워크숍도 있고,
'퇴근 후 1시간'을 다룬 기사도 있더라.
역시 좋은 아이디어는 세상을 떠 도는 법이다.
나는 돌아다니고, 낯설고 새로운 걸 매우 좋아하는데,
온라인 게임 생활을 하면서 그럴 기회가 많이 줄었다.
20대 땐, 몇 달이고 여행다니며 원없이 놀았는데 이제는 그런 시간이 불가능해졌다.
그렇다면 내 인생의 봄날, 꽃날은 다 시든것인가?
노노, 아니다. 절대 그렇지 않다.
같은 방법이 가능하지 않다면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된다.
온라인 게임이라고 가정하면 퇴근 후 잠들기까지,
우리에게는 적게는 3시간에서 많게는 6시간까지 또 다른 시간이 주어진다.
내 하루의 1/8 내지 1/4이 되는 그 시간들이, 의식도 하지 못하는 사이 대부분 그냥 흘러간다.
잘 보내봐야 영어공부, 운동, 맛집탐방, 친구 만나기이며, 대체로는
뭘 해야할지 몰라서, 뭘 하기엔 너무 지쳐서 등의 이유와 함께 그냥 증발된다.
아아, 그리해선 안된다.
그래서 찾아나섰다.
남산산바카라 이후, 나는 1주일에 한 두번.
퇴근 후 여행을 떠난다.
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해줄,
머리를 확 깨이게 해줄,
나도 모르게 콧바람이 흥얼흥얼 거릴 일들로 그 시간을 채운다.
한남동 디뮤지엄에 가서 절라게 멋지게 큐레이션된 아트를 보며 영감도 좀 불어넣고,
서울이 한눈에 보이는 남산에 가서 홀로 저녁 산바카라도 즐기고,
외국에 와 있는 기분으로 이태원의 카페에 앉아 글도 쓴다.
부암동 저녁 산바카라 혹은 한강 조깅 혹은 춤추면서 근육도 좀 축적하고.
그렇게 나를 위한 세상이 펼쳐지는 사이,
잠시 세상에 빼앗겼던 나의 시간들이 돌아오고,
낮에는 일에 치여 잊고 있던 누군가가 다시 깨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