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의 귀국길, 인천공항에서 약을 빼앗겼습니다

상식이 통하는 슬롯가 되기를

by리안천인

인천공항 입국 수속 중, 세관 직원이 물었다.

“가방 안에 주사제가 들어 있습니까?”

“네, 마운자로라는 주사제가 있습니다.”

“마운자로는 국내 반입이 불가능합니다.”


무슨 말씀이지? 순간 머리가 하얗게 비어버렸다.

"저는 동맥경화에 인한 뇌경색 환자입니다. 일본 의사의 처방전과 성분표까지 다 챙겨 왔는데, 한국 의사 처방이 아니라는 이유로 반입이 안 된다는 겁니까? 한국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반입이 된다는 설명은 논리적이지 않군요. 어느 외국의 병원이나 약국에서 한국 의사의 처방전으로 약을 줄까요? 지난 3월 방문 때는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그새 규정이 바뀐 건가요?"


세관 직원은 무덤덤하게 “유료로 보관해 두었다가 출국할 때 찾아가라”라고 한다. 여름이라 냉장 보관이 필수라고 하니, 보관료가 30% 더 비싸진다는 말이 덧붙여진다. 혹시라도 약이 상할까 봐 손에 땀이 쥐어졌다.


귀국으로 인해 혹시라도 치료가 지연될까 염려하며 넉넉히 약을 처방해 주신 일본 병원 이시야마 원장님의 따뜻한 배려. 하지만 그 마음은 한국 세관의 차가운 원칙 앞에서 아무런 힘을 쓰지 못했다.


사실 이런 당황스러운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에는 해외 체류자의 의료보험 규정*이 바뀐 줄 모르고 출장 및 치료 차 잠시 귀국했다가, 병원 진료 한번 받지 않고 3개월치 보험료 약 120만 원의 지역의료보험료를 냈더 적이 있다. 해외 체류자에게 해당되는 규정 변경인데도, 당사자에게 사전 안내 없이 규정이 자주, 그리고 기습적으로 바뀌다 보니 예측하기가 어렵고 자주 불안함 속에 놓이게 된다. 도대체, 재일본영사관이나 관련 정부 부서는 자국민을 위해 무슨 일을 하는가? 일본에서 지진이 나면 일본의 재해 방재 시스템에 따라 잘 대처하고 있는데도, 지진에 잘 대비하라는 문자를 자주도 보내 주더만, 정작 필요한 정보는 보내주지 않는다.


결국 약을 반입하지 못한 채 냉장 보관을 맡겼다.

위임장을 작성해 다른 출국자를 통해 찾아가는 방법까지 알아두었지만, 앞으로 6개월 동안 다시 일본으로 출국할 계획이 없는 나로서는 방법이 없다. 약 8만 엔에 달하는 마운자로는 결국 쓰지도 못한 채 폐기될 처지에 놓였다.


씁쓸했던 것은 시스템과 세관 직원의 태도였다. 매뉴얼이 없었는지 알 수는 없으나 전체 내용을 명확히 설명해 주기보다 단편적이고, 강압적이어서 전체 내용을 파악하고, 대처 방안을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몇 번이고 반복해서 물어야 했다. 10년 만에 내 나라로 돌아오는 길. 일본과 한국의 제도적 차이, 그리고 공무원이 국민을 대하는 온도 차를 온몸으로 겪은 씁쓸한 순간이었다.


환자의 소박한 바람

환자에게 가장 두려운 순간은 제때 약을 쓰지 못하는 때다. '안전'을 이유로 무조건 막아서고 통제하기에 앞서, 정당한 치료를 이어갈 수 있는 합리적인 길을 열어주어야 하지 않을까.

가격 차이나 절차 문제로 국민들이 해외 직구나 반입을 시도하게 된다면, 어설픈 방법으로 반입을 금지할 것이 아니라 그 근본적인 구조와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天仁과 같은 절망을 겪는 국민이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필요한 약을 적정한 가격으로 안전하게 처방받고, 제도나 공권력에 가로막히는 일 없이 안심하며 치료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하루빨리 마련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天仁의 참고 글

1) 마운자로'로 좁아진 혈관 되돌리기

2) 원정구매 한다는 마운자로와 꼼데 가르송


* 주) 해외체류자의 건강보험료 납부·면제 규정 변화

해외체류자의 건강보험료 납부 및 면제 기준은 최근 몇 년 사이 여러 차례 바뀌어 왔다.

2015년, 天仁이 처음 도쿄에 부임했을 당시에는 귀국하여 한국의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으면 진료를 받은 달의 한 달치 보험료만 납부하면 되었다. 이때 이른바 “먹튀” 논란이 있었다. 국내에 가족이 있어 피부양자로 등록되어 있거나, 지역가입자 자격이 살아 있는 해외체류자가 한국에 들어와 단 한 달치 보험료(수만 원~십수만 원)만 내고 수천만 원 상당의 고가 수술이나 진료 혜택을 받고 곧바로 출국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후 제도가 강화되어, 일시 입국 시 ‘국내 체류 1개월 미만’과 ‘병원 진료 미수진’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만 보험료 면제가 유지되도록 바뀌었다.


그런데 2025년 7월 이후에는 규정이 다시 개정되었다.

・ 해외체류자가 한국에 입국하는 순간, 체류 기간이나 진료 여부와 관계없이 면제가 해제된다.

・ 다시 출국한 뒤 해외에서 3개월 이상 연속 체류해야만 면제 자격이 회복된다.

・ 또, 국민건강보험법 제74조에 따라 급여정지 사유가 매월 1일에 없어진 경우, 그 달 보험료는 면제되지 않는다. 즉, 보험료 산정 기준일이 매월 1일이므로, 매월 1일 국내에 체류하면 그 달 보험료가 부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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