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저녁 90초를 위한 시간> - 심수미 기자

by성준

벌써 10년쯤 된 이야기다. 박근혜 대통령 관련 국정 논란이 전국을 뜨겁게 달구던 그 한 가운데 테블릿 PC를 들고 뉴스에서 설명하던 그녀를 발견했다.


아… 대학 동창이구나. 흔하지 않은 이름 덕분에 어렵지 않게 그녀의 학창 시절을 떠올릴 수 있었다. 뉴스의 내용이나 흐름보다 같은 시기에 대학을 다녔던 인물을 뉴스에서 본다는 사실 자체가 신기할 따름이었다.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고 언론사 입사를 준비했으며, 잠시나마 방송국에서 일해 본 탓에 때때로 낯익은 이름을 방송에서 만나곤 했다. 대견함과 기특함, 그리고 작은 질투를 품은 채 속으로 응원하곤 했다.


나도 나이를 먹고, 그들도 점차 조직에서 관리자의 위치로 올라서서일까. 방송에서 직접 이름을 듣는 일이 줄어든다고 느낄 즈음, 그녀가 바카라을 출간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녀는 바카라에 어떤 이야기를 담았을까? 궁금해졌다.


작가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다는 사실은 독서에 또 다른 재미를 더했다. 인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 함께 공유하거나 나눌 만한 추억조차 없지만, 어쩌면 함께 수업을 들었을 수도 있고 학교 주변 호프집의 다른 테이블에서 시간을 보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바카라 속 이야기에 더 큰 기대를 품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녀는 꽤나 다채로운 기자 생활을 보냈다. 아니, 기자라는 직업을 얻는 과정부터 꽤나 역동적이고 다이내믹했다. <열혈기자>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3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기자가 되었다는 시작부터 흥미로웠다. 어떻게 그런 특종을 캐냈을까? 우연이었을까, 노력이었을까? 궁금했던 질문의 실마리가 빼꼼 고개를 내미는 듯했다.


특종으로 이름을 얻고 유명세를 타며 이제는 꽤나 슬롯적으로 인정받는 기자가 되었다는 결과만 알고 있던 나에게, 이 글은 수면 아래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백조의 발을 보여주었다. 우리는 대부분 결과만 접한다. 그래서 그 뒤에 숨은 노력은 잘 알지 못한다. 성공을 보며 그에 따른 좋은 점만 부러워할 뿐, 그 과정에서 생기는 단점과 불편함, 또는 포기해야 할 부분은 당연히 감수해야 하는 일로 여겨 작게 생각한다.


그녀는 상징적인 오디션을 통해 기자가 되었고, 그보다 더 정치적인 사건으로 주목받게 되었다. 그로 인해 유명세를 얻고 세상을 바꾸었다는 공명심도 느꼈을 것이다. 동시에 다른 진영의 협박과 위협을 받아야 했고, 의도치 않게 재판의 증인이 되기도 했다. 방송 기자에게는 뼈아픈 안면마비를 겪는 위기도 찾아왔다.


글은 대한민국의 여론을 좌지우지하는 그곳에서 여전히 벌어지는, ‘여성’이기에 겪어야 하는 단면까지 소개한다. 기자로서 겪은 일뿐 아니라 여성 기자였기에 겪어야 했던 일들, 여성이라서 마주할 수밖에 없는 지점까지 보여준다.


커리어는 단순한 생계를 넘어 한 인간의 정체성을 완성하는 주춧돌과도 같다. 심수미 기자의 바카라은 ‘매일 저녁 90초’를 소개하는 바카라이 아니다. 그 90초를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쳤고, 그 과정에서 무엇을 느꼈으며, 그녀를 지금의 그녀로 성장시킨 실수와 좌절, 어설픔과 두려움에 관해 이야기한다.


읽는 동안 언론고시 준비반의 쾌쾌한 냄새와, 이어지는 술자리에서 토론을 가장한 넋두리가 떠올랐다. 그 시절 이 바카라을 읽었다면 기자라는 직업이 어떤 직업인지,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지 두근거리며 읽었을 것이다. 기자를 꿈꾸는 이들이라면 읽어 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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