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스러운 염세 IV
“화났다, 화났어. 기분 안 좋네.”
“제가요?”
“네, 딱 보면 알아요. 집에서 화 많이 내죠?”
딱 보았다니, 도대체 어딜 어떻게 딱 보고 알았다는 것일까.
마치 또라이 불변의 법칙처럼 ‘심리학(호소)자 불변의 법칙’도 존재한다. 이 전문가들 역시 특정 그룹에 한 명 이상 존재하는데, 자신만의 노하우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주변의 상대가 어떤 형태의 사람인지 재빠르게 구분한다.
“요즘 좀 무기력하네요. 새로 지원하게 된 업무도 너무 많고. 밤에 예문잠도 안 오고….”
“수영 씨 우울증 초기 증상이네.”
“네? 아… 우울해서 그런 거였나.”
“아침에 일어날 때 몸이 무겁지 않아?”
“어? 네. 어떻게 아셨어요? (당연한 얘기를….)”
“딱 보면 알지. 내가 우울증 걸린 사람 많이 봤거든.”
판단도 쉽게 하지만 대화하는 패턴은 더 그렇다. 상대에 대해 귀신 같이 맞추(고 있다고 생각하)며 묻지도 않은 것들에 대해 답변을 한다. 특히 심리학, 사주팔자 등에 관심이 있는 사람일수록 진단은 빠르고 날카롭다.
“아... 이게 우울증 초기 증상이에요? 막 그런 느낌은 아닌데.”
“수영 씨가 자기를 돌보기보다는 당장 주어진 상황에만 신경 쓰는 성향이라 모를 수도 있어. 꽤 오래됐지?”
“꽤 된 것 같긴 해요. 그런데 제가 그런 성향이에요?”
“딱 보면 안다니까. 좋은 성향이야. 그런데 우울증은 조심해야 돼.”
‘딱 보면 안다'는 표현은 일종의 트리거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런 말을 들은 사람들은 그 이유를 궁금해하거나 반론을 하기 마련인데, 사실 더 큰 수렁으로 빠지는 셈이다. 딱, 봐서 아는 것들에 논리가 따르긴 어렵기 때문이다.
사실 타인의 과거나 현재의 상황을 참고하여 딱 보고 맞추는 일은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 누구나 과거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경험 한 번쯤 있을 것이고, 현재의 상태에 대해서도 보이는 것 위주로 떠들다 보면 소위 때려 맞는 게 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의 뻔뻔함만 받쳐준다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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