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왜 결국 상담사가 되었을까

by이숙영

한때 나는 사람을 변화시키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23년 전, 변화와 자기계발을 이야기하는 강사로 시작했다.

바카라을 썼고, 작가가 되었고, 대중강연을 했다. 그러다 대학에서 강의를 하게 되었다.

겉으로 보면 나는 계속 직업을 바꾸고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사실 한 번도 방향을 바꾼 적이 없었다.


나는 늘 사람에게 관심이 있었다.

어떻게 하면 사람이 변하는지,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삶을 살게 되는지,

어떻게 하면 성장하는지 궁금했다.


그 질문이 나를 강단으로 데려갔고, 바카라상 앞으로 데려갔다.

그런데 강연과 강의를 오래 할수록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강의가 끝나면 사람들이 줄을 섰다. 질문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자기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였다.

누군가는 가족 이야기를 했다.

누군가는 관계 이야기를 했다.

누군가는 인생 이야기를 했다.

한 사람의 질문이 끝나면 또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처음에는 내가 알고 있는 지식으로 답하려고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달았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는 있지만, 정작 그 이야기를 담아낼 그릇은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그것은 강의의 영역이 아니었다. 바카라 한 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었다. 그때 처음 한계를 느꼈다. 그래서 대학원에 갔다. 낮에는 강의를 하고, 밤에는 상담을 공부했다. 누군가를 돕겠다는 거창한 사명감 때문은 아니었다. 오히려 나 자신의 한계를 넘고 싶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깊이 이해하고 싶었다. 내 앞에 앉은 사람의 삶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렇게 상담을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다. 그리고 이제 와서 돌아보니, 그때 강의가 끝나고 내게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던 사람들과 지금 상담실에 찾아오는 내담자들은 사실 같은 사람들이었다. 다만 장소가 달랐을 뿐이다. 강의장에서는 질문의 형태로 왔고, 상담실에서는 고통의 형태로 왔다. 나는 이제야 그 사실을 이해한다.


상담을 공부하면서 한동안 이런 의문이 들기도 했다.

'나는 상담을 해도 되는 사람일까?'


나는 스스로를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느껴본 적은 없었다.

누군가의 감정에 쉽게 휩쓸리는 편도 아니었다.

오히려 나는 사람의 감정보다 그 감정이 생겨난 이유와 맥락에 더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상담을 공부하던 시절에는 감정을 섬세하게 읽어내는 상담자들을 보며 부러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알게 되었다.

공감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는 사실을.


어떤 사람은 감정을 통해 공감한다.

어떤 사람은 경험을 통해 공감한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이야기를 통해 공감한다.


나는 마지막에 가까웠다.


나는 감정보다 맥락에 관심이 많다.

그 사람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왜 같은 패턴을 반복하는지,

어떤 삶의 논리 속에서 살아왔는지 궁금해한다.


상담실에서 나는 종종 탐정이 된 기분을 느낀다.

온라인 게임 이야기, 가족 이야기, 분노 이야기, 허무 이야기,

처음에는 서로 연결되지 않는 사건들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느 순간 실마리가 나타난다. 그리고 흩어져 있던 사건들이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된다. 그 순간이 좋다.

'아, 그래서 이게 저기와 연결되는구나.', '그래서 이 사람은 이렇게 살아올 수밖에 없었구나.'

그 순간의 명쾌함이 좋다. 가설이 설명력을 얻는 순간이 좋다. 퍼즐이 맞춰지는 순간이 좋다.


그래서 이제 나는 알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상담 자체가 아니다. 나는 인간을 탐구하는 것을 좋아한다.

상담은 그 탐구의 방법 중 하나이고,

글쓰기는 탐구한 것을 정리하는 방법이며,

강의는 탐구한 것을 나누는 방법이다.


돌이켜 보면 변화전문가, 작가, 강연자, 대학 강사, 상담사는 서로 다른 직업이 아니었다.

모두 같은 질문의 다른 표현이었다. '사람은 왜 그렇게 살아가는가?' 그 질문이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다.


예전에는 사람을 변화시키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다르다.

변화는 내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자기 삶을 이해하기 시작할 때,

반복되는 패턴을 발견할 때,

그동안 보지 못했던 연결고리를 알아차릴 때 변화는 따라온다.


그래서 나는 이제 사람을 변화시키는 상담사가 되고 싶지 않다.

대신 한 사람의 삶을 끝까지 궁금해하는 상담사이고 싶다.

사람의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보다,

사람의 이야기를 끝까지 탐구하는 사람이고 싶다.

왜냐하면 내가 믿게 된 것은 이것이기 때문이다.

변화는 내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해가 깊어질 때 따라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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