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 앞에 서지 않은 사람들

2026 All-Day-Project (190/365)

byJamin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한국은 조별리그 3위로 탈락했다. 역대 가장 수월한 조 편성이라는 평가 속에서 나온 성적이라 더 뼈아팠다. 그런데 정작 눈에 밟힌 장면은 경기가 아니라 그 이후였다. 대한축구협회는 귀국 행사를 취소했다. 해단식도, 기자회견도 없이 조용히 입국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계란 맞을까 두려웠나"라는 제목이 붙을 정도로, 이번 귀국은 결과를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으려는 몸짓처럼 보였다.


결과를 대면하지 않는다는 것


전에 "프로란 결과가 자기에게 되돌아오는 사람"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아마추어는 한 판 지면 다음 판으로 넘어가지만, 프로는 그 결과가 연봉으로, 계약으로, 평판으로 자기에게 들러붙는다. 그 무게를 받아들이는 것이 프로 마인드셋의 정체라고 썼다.


이번 귀국 행사 취소는 그 반대의 장면이다. 결과가 나빴을 때 그 결과 앞에 서는 대신, 아예 대면할 자리 자체를 없애버렸다. 감독과 선수들에게도, 협회에게도 해당하는 이야기다. 성적이 좋을 때는 카퍼레이드를 하다가 나쁠 때는 조용히 사라진다면, 애초에 결과를 짊어질 생각이 없었다는 뜻이다. 그 글에서 가장 위험한 태도로 꼽았던 것이 바로 "잘되면 내 실력, 안되면 팀 탓·운 탓 — 영광은 귀속시키고 바카라임은 외주화하는 것"이었다. 귀국 행사를 취소하는 것도 결국 같은 구조다. 대면 자체를 지워버리면, 바카라임도 함께 지워진다.


애초에 정당한 게임이었나


여기에 감독 선임 과정 의혹이 경찰 송치까지 간 사안이 겹쳐 있다는 게 더 무겁다. 자세한 시비는 아직 수사 중이니 여기서 판단할 문제는 아니지만, 이 사실 하나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 결과 귀속이 의미를 가지려면, 애초에 그 결과가 걸린 게임 자체가 정당해야 한다. 계약이 오염된 채로 시작된 게임이라면, 그 끝에서 결과를 짊어지네 마네 하는 논의 자체가 헛돌게 된다.


카드를 바꿀 용기, 그리고 투명한 룰


포커에 빗대어 팀 이야기를 쓴 적도 있다. 더 이상 맞지 않는 카드는 테이블 밖으로 보내야 하고, 그 판단에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그런데 그 글에서 더 중요하게 짚었던 건 교체의 타이밍이 아니라 룰이었다. "투명한 보상, 공정한 의사결정, 흔들리지 않는 윤리와 비전이 없다면 어떤 인재가 모여도 오래 버티지 못한다."


이번 사태를 감독 개인의 무능이나 협회 조직의 무바카라임, 둘 중 하나로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 선임 과정의 불투명함과 경기 운영의 실패, 결과 이후의 회피는 서로 다른 층위가 아니라 같은 뿌리에서 나온 증상들이다. 룰이 투명하지 않은 조직은 애초에 좋은 카드를 뽑을 확률도 낮고, 나쁜 패가 나왔을 때 정직하게 교체할 절차도 갖추지 못한다. 감독 한 사람을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 이유다.


대면이 재건의 시작이다


축구협회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다음 감독의 이름을 서둘러 내놓는 것이 아니라, 이번 결과를 짊어질 자리를 다시 만드는 것이다. 카퍼레이드가 없어도 괜찮다. 하지만 무엇이 잘못됐는지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복기하는 자리는 있어야 한다. 결과를 흘려보내지 않고 나에게 되돌려놓는 것 — 그것이 기록이든 해단식이든 청문이든 — 이 있어야 다음 게임의 룰도 신뢰를 얻는다. 대면하지 않은 패배는 복기되지 않고, 복기되지 않은 패배는 반복된다.


카지노 게임의 이전글예측을 포기한 사람의 규율